2020-10-19 09:04

日 수도권 지역 수출입 관문, 도쿄항

<세계항만순례>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 항만 39위까지 추락…4단계↓


도쿄항은 일본 도쿄만에 위치한 주요 수출입 관문으로서 세계 컨테이너 항만 40위권 안에 속하는 국제 무역항 중 하나다. 글로벌 항만들과 컨테이너 정기항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있으며, 수도권 산업발전과 주민 생활을 뒷받침하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단적인 예로 오다이바 라이너 부두를 꼽을 수 있다. 이 부두는 청과물, 제재, 강재, 종이 등을 취급하고 있으며, 총 안벽 길이가 1800m에 이른다. 민간상옥과 창고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부두와 함께 효율적인 화물 처리가 가능하다.

도쿄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도로 발달한 종합물류터미널이기도 하다. 도쿄도 항만국에 따르면 공항이나 철도, 간선도로가 정비돼 있어 도쿄항과 일본 각지의 주요 도시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주요 도시와의 근접성도 뛰어나, 지역 간 거리는 하지오지 56km, 요코하마 37km, 치바 36km, 나리타 85km 정도다.

시나가와, 日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부두

도쿄항은 1922년 ‘간토대지진’ 사건 이후 일본의 육상교통망이 파괴되면서 물품 수송을 위한 거점지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여러 개의 부두가 추가 개설되면서 1941년 국제무역항으로 본격 운영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산업의 재건과 해상운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두가 증설됐다. 특히 한국전쟁 도쿄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일본 최대 도시인 도쿄와 게이힌공업지대를 배경에 둔 간토지방의 물류 중심지로 거듭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도쿄항의 지난해 교역액은 나고야항에 이어 국내 항만 중 두 번째로 높다. 이 항만은 지난 10년 간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약 400만TEU 물동량을 처리해 왔다. 지난해에는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든 501만TEU를 기록했다.

도쿄항에는 시나가와, 오오이, 아오미 등 총 3개의 주요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위치해 있다. 시나가와부두는 1967년 고베항의 마야부두와 함께 일본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다. 고베항 마야부두와 함께 문을 연 시나가와부두는 컨테이너뿐 아니라 잡화도 함께 처리하고 있다. 수심은 10m로 다른 컨테이너선 전용부두에 비해 얕은 편에 속하며 주로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항로의 중소형 컨테이너선에 이용되고 있다.

1975년 개장된 오오이부두는 3개 컨테이너 전용부두 가운데 물동량이 가장 많다. 이 부두는 지난 2008년 도쿄항 전체 실적의 절반이 넘는 233만9879TEU를 처리했다. 안벽길이는 2354m에 수심 15m, 선석 7개를 갖추고 있다. 7개 선석 전체 20기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설치돼 1만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착안도 가능해졌다. 최근엔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장에 맞춰 수심을 17m까지 더 깊게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야드 오퍼레이션나 게이트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터미널 하역의 대폭적인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아오미 터미널은 1985년 주요 컨테이너 전용부두 중 가장 늦게 문을 열었다. 전체 안벽 길이 1570m에 선석 5개를 운영하고 있고 수심은 선석에 따라 13~15m로 나뉜다. 컨테이너 처리 물량은 2008년 기준 115만2076TEU로 집계됐다.

슈퍼중추항만 프로젝트로 재도약 꿈꿔…효과는 ‘미미’

도쿄항은 슈퍼중추항만 프로젝트로 재기를 꿈꿨으나 되레 물동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중무역분쟁 등 대외악재에 도쿄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실적은 부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반기 물동량마저 2년 연속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급변하는 동북아 물류 환경에 대응하고자 ‘슈퍼중추항만 육성계획’을 시행한 바 있다. 이 계획은 항만시설 대비 역량이 분산되고 물동량이 적다 보니 항만생산성과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쉽게 말하자면 항만연결성을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항만경쟁력 확보를 위해 2~3개 대형 항만을 하나로 통합한 뒤 3~5년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도쿄항과 요코하마항을 통합한 게이힌항, 고베항이 포함된 한신항, 나고야·요카이치항을 합친 이세만 등 3곳을 슈퍼중추항만으로 지정했다.

다만 최근엔 도쿄항에 일본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항만 시설의 노후화 등이 겹치면서 항만 기능 노후화가 가속화돼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류 인프라를 지적하며 도쿄항의 수용력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80~90년대 초까지 세계 컨테이너 항만 순위 10위권 안에 진입했던 고베 도쿄 등 일본 주요 항만도 어느덧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도쿄항은 지난해 전년보다 4단계나 더 떨어진 39위를 기록했다. 특히 상하이 닝보·저우산 등 중국 항만들은 지난 10년 간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급성장을 거듭했고 결국 고베 도쿄 오사카 등 일본 항만을 추월했다.

일본 정부는 친환경선진항만, 크루즈사업, 슈퍼중추항만 등 글로벌 해운물류 추세를 반영해 나고야 도쿄 등 일본 주요 항만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격변하는 동북아 물류 정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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