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가장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고 또한 경제 사회 대부분 분야에서 겪고 있는 리스크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물류이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정신없이 대응해왔으나, 이제 그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고, 그 영향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므로, 물류산업도 이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비하여야 하는 시점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올해는 국가물류기본계획(2021-2030)을 수립하는 해이므로, 2020 이후 물류산업에 있어서의 주요 과제와 발전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20 이후 물류산업 주요 과제
코로나 19와 같은 글로벌 재난 및 불확실성에 대한 강력한 대응능력을 가진 공급체인(Resilient Supply Chain) 및 글로벌 공급 대안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유사한 재난 상황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체인 단절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생산시설들의 본국으로의 복귀(reshoring), 인접 지역에서의 생산(near shoring) 확대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체인의 변혁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코로나 19와 같은 글로벌 위기상황으로 인한, 특정 국가의 봉쇄 조치 등 공급체인의 단절에 대응하여, 유사시 효율적인 독립적 운영이 가능한 현지 물류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코로나 19 이후의 경제에 있어서, 많은 제조 및 유통기업들이 전자상거래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것이며, 글로벌 조달 및 판매에 있어서의 온라인 채널로의 대폭적인 전환 및 이를 지원하는 온라인 물류 및 옴니채널 SCM(온라인과 오프라인 SCM 프로세스의 통합)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앞으로 리쇼어링 현상이 발생하는 산업 부문도 있겠지만,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우리로서는,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개척 및 글로벌 경영을 위한 글로벌 SCM 및 물류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체계화하여야 한다.
우리 물류-화주 기업의 해외 시장 동반 진출을 넘어, 대-중소 물류기업 간 얼라이언스 기반 해외 진출 활성화 그리고 대-중소 물류-제조-유통 기업 간 얼라이언스 기반 해외 진출 활성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로보틱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블록체인, 드론, 무인 자동화 운송수단, 공유 플랫폼 등 최첨단 기술의 도입에 기반을 둔 글로벌 SCM 및 물류 틀이 구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류-유통-IT 간 융합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간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채널 분리가 이루어졌던 유통과 물류의 통합이 급격히 진전되고 있으므로, 인더스트리 4.0 기반 유통물류 밸류체인의 구축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주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발전 대안으로서, 첫째, 재난 및 공급체인 붕괴에 대비한 강력한 탄력성과 회복력을 보유한 글로벌 공급체인관리 모델 및 시스템이 개발되고 구축되어야 하며, 물류기업이 글로벌 재난 및 공급체인 붕괴를 극복하고 선도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와 같은 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및 최적화 모델의 구축이 필요하다.
즉 글로벌 공급체인 상의 각 참여 업체 및 시설로부터의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여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수 있는, IoT-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빅데이터 기반 국가 물류 정책지원 시스템인 국가 물류 e-컨트롤 타워, 항공-해운-산업-물류 통합 플랫폼 기반 물류 비즈니스 창출 시스템 등의 구축이 추진되어야 한다. 코로나 19와 같은 위기 대응에 있어서 물류산업의 기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므로, 이를 물류산업의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기회로 활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물류산업의 중요성 및 기여에 대한, 그동안의 국가 차원에서의 인식 부족이, 한진해운 도산 등, 물류산업의 여러 어려움을 초래한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가 및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기간산업으로서의 물류 위상 정립이 우선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국제전자상거래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국가 경제 및 산업 발전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항만을 거점으로 하는 국제전자상거래 발전 매스터 플랜이 수립되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하여, 중소 제조기업-유통기업-전자상거래기업-3PL-중소 물류기업-유통물류 스타트업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반 유통물류 연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기업들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개척 및 해외직구 활성화를 위해, 한-중-일-아세안 간을 포함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풀필먼트 네트워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동안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 않던 많은 품목의 무역에 있어서, 전자상거래기반 무역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따라, 전자상거래 무역 허브 구축, 공항만 및 해공(sea & air) 복합운송 기반 전자상거래 허브 발전전략 수립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개척 및 글로벌 경영 확대 지원을 위한 글로벌 SCM 및 물류 시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연구 및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의 동서 연결, 중국의 동남아 및 인도양 연결, 인도의 동남아 연결의 핵심 거점으로서의 전략적 가치와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미얀마 등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조사 연구, 이러한 신흥시장국과 한국 및 세계시장 간을 연결하는 해운 및 복합운송 네트워크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공급체인 구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해서 확대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동반 진출 지원 및 해외 진출 공동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하는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물류 관련 인프라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한-중-일-아세안 FTA 지원 물류체계 구축 등이 우선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블록체인의 GSCM 도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적용 가능한 모델 및 솔루션의 확대, 블록체인 기술인력의 확보,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기능과 이러한 기능들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여러 기존 시스템 간의 통합, 관련 법 규정 및 관리(governance) 체계 확립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다섯째, 물류 4.0 발전, 이에 기반한 물류 자동화 장비 도입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많은 우리 물류기업들이 상당한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물류장비 제조 기업은 대체로 규모가 영세하여 국제경쟁력 있는 기술 및 제품의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인더스트리 4.0 기반 지능형 차세대 공항·항만 시스템, 자율운항 선박,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 등이 추진되어야 하며, 물류기업의, 첨단기술 리더쉽 기반 핵심역량 강화 노력이 적극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특히 첨단 물류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 및 중소기업 성장 지원을 위해, 교육-훈련/실습-연구-창업-공동마케팅/시장개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 구축, 펀딩 및 투자 확보 지원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
여섯째, 인더스터리 4.0 기반 유통물류 밸류체인 혁신을 위해, 무역의 B-2-B 전자상거래로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에 따른 조달 혁신; 첨단 IT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체인 가시성 제고; 3D 프린터를 활용한, 물류센터 및 운송수단 내에서의 생산; IoT-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 분석 기반 수요예측 및 가시성 확보 통한 예측배송; O2O, 옴니채널 등 신 유통환경에 대한 물류 대응능력 강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곱째, 다양한 운송수단 간(인터모덜)의 연결성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글로벌 의약품 물류의 경우에도 항공운송의 속도와 효율성에 크게 의존해 왔으나, 해상운송의 비중이 증가하고, 항공운송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이며, 글로벌 공급체인관리에 있어서 인터모덜 연계능력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따라서 각종 운송수단에 전문화된 물류기업들도 특정 운송수단 및 관련 화물에만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운송수단 및 인터모덜 운송 그리고 다양한 화물의 SCM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항만 및 공항 배후단지의 경우도, 항만-해운-공항-항운-물류-산업을 연계하는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국제 공·항만의 글로벌 가치사슬 허브 기능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맺는말
이제 여러 기업과 기관들이 2021년을 준비하고, 2030년 장기전략을 수립하는 시기가 다가왔으나, 코로나 19 외에도 심각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많은 변수들이 산재해 있어, 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미래전망 자체를 매우 힘들게 하고 있다.
미국은 11월 3일의,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탈퇴한 TPP, 기후협약, WHO, 그리고 탈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WTO 등과 관련하여 글로벌 질서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중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서 코로나 19로부터 일단 벗어나고 경제적 타격도 최소화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러한 과정에서 그리고 홍콩, 위구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국가들과의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으며, 미국-중국 간의 무역 분쟁은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유럽은 브렉시트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코로나 19로 인한 큰 타격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위기 요인과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으나, 코로나 19와 같은 엄청난 재난도 국민들이 단결하여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력과 경쟁력을 쌓아왔으며,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이 우리보다 코로나 19 및 이로 인한 경기침체로부터의 회복이 느린 만큼,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전략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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