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3 10:02

“한강 수운이 수도권 녹색물류 해법”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창립기념 정책세미나 열려


최근 리쇼링 현상과 모덜시프트(수송수단전환) 압력에 따른 연안해운 운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강 수운을 활용한 수도권 중심의 해운그린 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16일 롯데호텔에서 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KASPS) 주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성우 본부장은 디지털·그린뉴딜이 결합된 형태의 한국판 뉴딜전략에 발 맞춰 한반도 신물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비대면 사회, 디지털화 가속 등 사회경제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수도권 해륙그린 물류 체계와 디지털물류 협력거점 구축 등을 통해 한반도 물류체계를 내륙뿐 아니라 해안으로도 원활히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리쇼링 현상과 모덜시프트 압력이 대두되면서 도로운송보단 연안·철도운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강 수운을 활용한 수도권 해운그린 물류체계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경인운하(아라뱃길)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 수도권 물류체계를 잇는 대형 물류 허브는 주로 경기도 남부나 충청도 북부에 위치해 있어 환경 오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본부장은 “경기도 서북권 지역이 한강 수운을 이용한 물류 체계로 바뀐다면 환경 오염이 줄고 1차외곽순환에서 2차외곽순환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수도권 해륙그린 물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바젤시 라인강을 사례로 들었다. 바젤시는 내륙 운하를 통해 인근에 위치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항구까지 물량을 운송하고 있다.

이어 그는 항만용지를 활용한 스타트업 플랫폼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항만 배후단지의 역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포트-XL과 프랑스 파리 스테이션 F처럼 항만공간을 활용한 재개발 사업을 가능케 하고자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턴기업 친화적 항만배후단지 조성 필요”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 김준석 국장은 ‘해양수산분야 코로나19 이후 대응전략’을 소개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유턴기업 친화적 항만 배후단지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국장은 “최근 글로벌 분업 둔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공급망 위험관리를 위해 공급망 내부화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코로나19 여파로 리·니어 쇼어링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자 유턴기업의 항만 배후단지에 대한 입주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해수부는 지원자격 개선, 임대료 감면, 특별 인센티브 부여 등 입주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또한 유사 산업 집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항만배후단지별 특화구역 지정을 추진했다. 

김 국장은 단적인 예로 인천 신항 배후단지 콜드체인 특화구역을 꼽았다. 김 국장은 “인천 신항 배후단지 콜드체인 특화구역은 인근에 위치한 가스공사의 초저온 냉열에너지를 재이용할 수 있고 냉동·냉장화물 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국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아항로 국적선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적선사 간 과잉경쟁을 해소하고 선대 규모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선복량 확대와 수익률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글로벌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동남아항로가 새로운 물류거점으로 급부상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베트남으로의 생산라인 이전 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해수부도 선사의 자율적 참여 협력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여러 지원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항만별 특성을 고려한 유연하고 기민한 컨테이너 터미널 통합·재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항로를 확충하고 대형 얼라이언스를 유치하기 위해 터미널 통합에 따른 규모화를 이뤄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간 터미널 당 선석 수가 부족해 대형 얼라이언스를 수용하지 못해 유사 시 유연한 대응이 곤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밖에 해수부는 베트남 락후옌과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해외 거점항만 확보로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비대면 수출입 물류 인프라도 마련한다. 부산 광양 인천항 등 국내 기술 중심으로 자동화 기술기반을 확보해 ‘한국형 스마트항만’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자율운항 선박과 자동화 항만 서비스 간 연계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며 터미널 간 운송(ITT) 과정의 인력 의존도 최소화를 위해 순환레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 국장은 “현재 스마트항만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존의 항만 인력을 스마트항만 운용 인력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전환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항만 자동화 추세에 발 맞춰 우수한 인력 확보를 통해 항만 터미널 내 분산화된 운용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국장은 “최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에 해운·항만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리·니어쇼링, 생산기지 다변화, 물류 인프라 자동화 등 급변하는 물류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책세미나에는 KASPS 한종길 회장, 해양수산부 김준석 국장, 해양수산부 정상구 사무관, 미국 센트럴워싱턴 대학 이용주 교수, KMI 이성우 본부장, 여수광양항만공사 기획조정실 정기철 기획조정실장 등 해운항만분야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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