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0 09:05

논단/ 해상운송에 관한 물류계약의 법적 성격과 물류사업자의 책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대법원 2019년 7월10일선고 2019다213009 판결에 대한 평석을 중심으로
 
<7.6자에 이어>

 
다. 단기 제소기간 문제
 
해상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상법 제814조 제1항). 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이라고 함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됐으면 인도가 행해져야 했던 날을 말한다(대법원 1997년 11월28일 선고 97다28490 판결, 대법원 2007년 4월26일 선고 2005다5058 판결 등 참조).

운송물이 물리적으로 멸실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운송인이 운송물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운송인의 사정으로 운송이 중단되는 등의 사유로 운송물이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도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해 제소기간이 도과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라. 원고의 상고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이유
 
(1) 이 사건 각 물류운영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은 피고들이 원고 공장에서 제품을 인수받아 원고의 판매대행사 또는 원고가 지정하는 장소까지 운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이와 관련해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등 일체의 물류 관련 활동’에 해당하는 물류 관련 제반업무는 운송에 부수되는 업무로서 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당초 사업자 선정 모집공고를 할 때부터 해당 사업은 제주도 내에 위치한 원고의 공장으로부터 내륙까지의 권역별 운송을 주된 조건으로 사업자를 모집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은 육상운송과 해상운송이 결합된 복합운송계약으로 봄이 상당하다.

(2)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해는 상법 제816조가 적용되는데,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피고들이 원고가 발주한 물량을 제대로 운송하지 못하자 주식회사 H에 대체운송을 의뢰해 발생한 추가비용으로서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불분명하거나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법 제816조 제2항에 의해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3) 피고 D컨소시엄은 원고가 생산한 제품을 주로 인천항이나 평택항을 통해 강원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운송하게 됐다. 이 경우 제주항에서 도착항까지의 해상운송 거리가 원고의 생산 공장에서 제주도 내 항구와 인천항 또는 평택항에서 물류센터까지의 육상운송 거리를 현저하게 초과하므로, D컨소시엄에 대해서는 해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제척기간을 판단해야 한다.

(4) 해상운송인에 대한 단기 제척기간을 규정한 상법 제814조 제1항에 의하면, 원고는 동방 컨소시엄이 물류를 정상적으로 운송했더라면 이를 인도받을 수 있었던 날로부터 1년 내에 재판상 청구를 통해 손해배상을 구해야 한다. 원고가 생산하는 제품은 생산 공장에서 출하된 때로부터 늦어도 1개월 내에는 원고의 판매대행사 또는 원고가 지정하는 장소까지 운송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2014년 6월 말경 D 컨소시엄의 운송 해태로 인한 손해의 경우에도 2014년 7월 말경에는 원고가 인도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이로부터 1년의 제소기간이 지난 2016년 12월12일에 이르러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므로 원고의 D 컨소시엄에 대한 소는 제소기간을 도과해 부적법하다.
 
마. 원고의 상고부분에 대한 대법원 판단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격과 상법 제816조의 적용 여부, 손해의 발생원인, 책임구간이 불분명한 손해의 경우 복합운송인의 책임원칙, 상법 제814조 제1항의 해석 등에 관해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바. 피고 S해운의 상고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이유

(1)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상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손해가 어느 운송구간에서 발생했는지 불분명하거나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 피고 S해운이 속한 L 컨소시엄은 주로 완도항과 녹동항을 통해 호남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물량을 운송했는데, 각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를 제외하고는 육상운송 거리가 해상운송 거리를 초과하므로, L 컨소시엄에 대해는 육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3) L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피고 S해운 등에 대해서는 상법 제814조 제1항에 따른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L 컨소시엄이 2014년 1월~6월경까지 운송물량을 제대로 운송하지 아니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손해배상의 범위는 L 컨소시엄이 제대로 운송했을 경우 원고가 지급했어야 할 운송비와 원고가 주식회사 H를 통해 대체운송을 함으로써 지출한 운송비의 차액이 된다.

사. 피고 S해운의 상고부분에 대한 대법원 판단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과 손해배상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원고의 청구 일부에 대한 부적법 각하 판결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3. 평석
물류계약은 물류과정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총칭하므로 물류계약의 법적 성격을 일률적으로 논하기는 어렵고 일반 계약을 규율하는 민법과 상법도 물류계약에 관한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물류계약은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창고계약, 운송계약, 운송주선계약, 복합운송계약 등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운송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육상운송계약, 해상운송계약, 항공운송계약, 복합운송계약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며, 여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경우 위 계약들이 복합, 중첩돼 도급, 위임, 임치 등 여러계약의 혼합계약의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류사업자의 지위에 대해도 제공되는 물류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상법상의 운송주선인, 운송인, 복합운송주선인에 관한 규정의 적용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물류사업자나 국제물류주선업자는 그 제공하는 물류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운송주선인, 해상운송인, 복합운송인, 육상운송인, 창고업자등의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국제물류주선업자는 자기의 이름으로 선하증권과 항공화물운송장을 발행할 수 있으므로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자기 명의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복합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해 해당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 할 것이다.

국제물류주선업자가 당사자 사이에 복합운송뿐만 아니라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나아가 물류정보의 활용 등 일체의 물류 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내용의 종합물류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복합운송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이 복합운송 과정에서 운송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운송인에게 어느 운송수단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인지 문제에 대해,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상법 제816조 규정에 따라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불분명하거나 그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할 수 없는 경우, 물류사업자가 제공한 물류서비스 중에 해상운송 구간이 가장 길면 해상운송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육상운송구간이 해상운송구간을 초과하는 물류사업자에 대해는 육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물류사업자의 책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는 현행법하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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