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0 09:04

흔들리는 아시아 대표 자유무역허브, 홍콩항

<세계항만순례>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 항만 8위까지 추락


홍콩항은 국제 무역·물류의 중심지이자 아시아의 대표적인 자유무역항이다. 최근 들어 옛 명성에 비해 컨테이너 실적이 부진한 편이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항만 시스템을 배경으로 세계 10대 컨테이너 항만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한 때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으로 자리매김했던 홍콩항은 해를 거듭할수록 순위가 뒤처지고 있다. 2018년 처음으로 세계 5대 컨테이너 항만에 들어가지 못하고 굴욕을 맛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한 단계 더 내려간 8위를 기록했다. 물동량도 전년 동기 대비 6.3% 하락한 1840만TEU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자유무역항이라는 타이틀도 언제까지 유지할 지 미지수다. 그간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무역지위가 최근 홍콩보안법 시행을 둘러싸고 미중간 외교 마찰이 격화된 탓에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의 추가관세를 부담해야 하며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을 상실해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홍콩의 전반을 아우르는 경제 침체 파급력이 결국엔 해운물류 업계에까지 영향을 끼칠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콩항의 심장 ‘콰이칭 컨테이너 터미널’…전체 물동량의 60% 처리 

홍콩은 향기로운 항구를 의미한다. 홍콩은 샹강(香港)의 광둥어 발음을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과거 동완(東莞)에서 생산되는 향나무를 중계 운송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1997년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홍콩을 중국 정부가 특별행정구로 지정하면서 홍콩항도 자치행정부에 포함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홍콩은 일반 상품수입에 대해 자유방임정책을 펴고 있어 일반 수출입과 환적 화물의 세관 절차가 간소화돼 있다. 낮은 관세율과 간단한 수출입 절차는 홍콩 무역의 장점이며 편리한 인프라 시설로 수출입도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홍콩항은 1980년대 이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이어 대형 컨테이너 항구로 본격 발전했다. 2018년 기준으로 매주 약 320개 정기선이 기항하며 470여개의 타 항만들과 연결돼 있다. 홍콩항은 크게 빅토리아항과 콰이칭항으로 구분된다. 빅토리아항은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에 위치한 항구다. 홍콩 물동량의 30~40%를 담당하고 있다. 면적은 2013년 기준 약 41.17km²로 수심이 깊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천연항구로 꼽힌다. 

콰이칭항은 홍콩 신계(新界)에 소재한 컨테이너 전용 부두다. 홍콩 전체 물동량의 약 6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콰이칭항에는 허치슨포트홀딩스트러스트(HPHT)의 ▲홍콩인터내셔널터미널(HIT) ▲코스코홍콩터미널(CHT) ▲아시아컨테이너터미널(ACT) ▲모던터미널(MTL) ▲DP월드터미널(DPT) 등 총 5개의 터미널 운영사가 있다. 

이들은 통상 ‘콰이칭 컨테이너 터미널’로 불리는 9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관리한다. 이 터미널들은 2018년 기준 전체 면적 343만8000㎡, 선석 길이 7694m, 선석 수 24개로 이뤄져 있다. 터미널 최대 수심은 15.5m이며 접안은 최대 4개의 선박까지 가능하다. 터미널당 평균 안벽 크레인은 10개며 현재 HIT가 운영 중인 터미널7이 15개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운영사별로 HIT가 북쪽에 위치한 4·6·7·9번 부두, CHT가 동쪽에 위치한 8번부두, ACT가 서쪽에 위치한 8번부두 MTL이 남쪽에 위치한 1·2·5·9번 부두, DPT가 3번 부두를 맡고 있다. 최근엔 DPT를 제외한 홍콩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4곳이 항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항만 얼라이언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초대형선박 접근성 낮아 항만 경쟁력 뒤처져”

홍콩항의 쇠락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홍콩항은 중국 내 항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며 과거의 독보적 입지를 잃어버렸다. 중국의 시장 개방에 힘입어 상하이 선전 닝보 등 인근에 위치한 항만들이 급성장한 까닭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본토의 항만 개발이 더딘 탓에 홍콩항은 중국 남부 지역 접근성이 뛰어난 주요 물류 교통지로 활용됐다. 상하이 선전 닝보 등 인근에 위치한 항만보다 물류 비용이 비싸고 지리적으론 수심이 얕아 타 항만에 비해 초대형 화물선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도 항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이외에도 토지 공급이 전체 공급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녔다. 단적인 예로 2013년 실시된 홍콩물류협회(HKLA) 조사에 따르면 홍콩항은 창고 공간이 37만~46만㎡ 가량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좁은 영토에 ▲바지선 정박지 ▲창고시설 ▲중차량 주차시설 ▲컨테이너·벌크 화물 등 야외저장소 설비가 마땅치 않아 항만 인프라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홍콩 정부는 홍콩항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항구를 최대한 넓히는 공사를 진행하고 홍콩 란타우섬에 화물 터미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계획(광둥성-홍콩-마카오 경제 통합 계획) 등 중국 본토와 협업해 물류 공급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선박등록·운영, 해상보험과 해사중재 및 사법 서비스 개선하는 등 항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 왔다. 지난달에는 하역 예정 없는 화물선에도 선원 교대를 수용하는 등 유연한 항만 정책을 펼치며 물동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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