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에서 선원교대의 중요성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산업부문에서 비대면·비접촉 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다. 일부 미래학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근무 형태가 매우 다양해질 것이며 이에, 다양해진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가가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해운업에서 선원의 근무 형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난 6월17일, 대전에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서 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 현판식이 개최됐다. 동 기술개발사업의 목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정의한 자율운항선박 자율화등급(Degree of Autonomy) 레벨 3 수준의 달성에 있다. 만약 이 수준의 자율운항선박이 건조된다면 선원의 원격근무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 선원의 원격근무는 관련 국제협약 및 해사안전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원격근무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여파는 선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운업이 선박을 이용해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는 사업임을 고려할 때, 선원의 역할과 중요성은 굳이 여러 근거를 들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는 원활한 선원 교대(Crew exchange)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육상의 직장인에게 출퇴근이 있다면 해상에서 근무하는 선원에게 교대는 일종의 출퇴근과 같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세계 주요 항만·공항에서 여러 제한조치를 시행하면서 선원의 출퇴근 길이 막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필자도 해기사로 5년 동안 근무했지만, 대한민국 항만에서 교대를 시행한 적은 단 한 번이며 나머지는 모두 외국의 항만에서 교대를 진행했다.
2020년 6월, 한국선주협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한 ‘각국 정부의 항만관리대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가가 자국 항만에서 선원 교대를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교대를 위한 높은 수준의 요건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해운회의소(ICS)는 지난 5월에만 15만명의 선원이 교대가 요구됐음을 밝히고 교대 지연에 따라 선원의 안전과 정신건강이 위협받으며 이는 곧 선박의 안전운항에 심각한 저해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선원교대 관련 국제동향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해상물동량이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박은 대형화되고 있고 해운업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각국의 기간산업임은 변함이 없다. 이에 자연스럽게 감염에 안전한 선원 교대를 위해 다양한 부문에서 관련 정책 및 지침을 내놓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각국의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선원 교대에 관한 지침을 개발한다는 사실이다. 선원 교대 전체 절차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이것이 정부 차원의 지침으로써 개입이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 봄 직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선원 교대는 단순히 선원의 승선 기간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운회사 내 선원 인사를 담당하는 책임자는 선원 교대가 요구되는 해당 선박의 운항 특징, 항로, 각 직급의 인사현황 및 선종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최적을 선원 교대 계획을 수립한다. 일례로 선원 교대를 위해 승선자가 선박에 도착한 날 동시에 교대 대상 선원이 하선하는 때도 있고,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해, 한 달 이상 동승하면서 인수인계를 하는 때도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선원 교대는 회사의 고유 영역에 속하는 업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선원의 승·하선 과정에 관한 상세지침을 발표하고 이를 해운회사가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점은 선원 교대가 그만큼 중대한 사안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파나마해사청은 선원 교대의 여섯 가지 방법을 언급하며 각 방법에서의 절차별 해당 선원, 선장, 항만청, 에이전시 등 주요 담당자가 준수해야 할 상세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차원의 선원교대 지침 필요성
지난 6월 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의 냉동 화물선 선원 중 1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선박·항만 방역의 중요성이 주목됐다. 대부분 선원 교대가 항만 내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교대 과정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선원 교대 지침이 없다. 이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선원 교대 업무가 갖는 특성상 해운회사의 고유권한을 인정하고, 그 절차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만약 파나마와 같이 선원 교대의 방법별·단계별 각 담당자가 준수해야 할 안전 사항을 규정한다면 이를 이행하기 어려운 영세한 해운회사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현 시점에서 감염에 안전한 선원 교대를 단지 해운회사의 책임으로만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주요 항만과 터미널은 지리적 그리고 운용하는 화물에 따라 그 고유의 특성이 있다. 이에 항만에서 선원 교대가 수행될 경우, 감염 예방 차원에서 그 특성에 적합한 선원 교대 지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러시아 화물선의 사고와 같이 추후 항만 내 선원 교대 과정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감염증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국제동향에 발맞추어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지침 개발의 필요성을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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