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6 16:01

한일항로/ ‘시황 급랭’ 80%대 실링도 달성 어려워

운임도 동반 곤두박질…유가할증료도 인하


한일항로 시황이 6월 들어 급격히 후퇴하는 모습이다. 5월 한 달 깜짝 상승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용품 수송수요는 자취를 감췄다. 선적상한선(실링) 달성률도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6월 이후 한일항로 물동량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수출화물보다 수입화물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선사 관계자는 “한일항로 시황은 전통적으로 3~4월 정점을 찍은 뒤 5~6월 보합세를 띠다 7월 이후 비수기로 접어드는데 올해는 6월부터 비수기가 시작됐다고 할 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달 시장 분위기는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선사들의 화물 집화에 힘을 보탠 코로나 방역물품들이 빠르게 줄어든 것도 시황 부진의 한 이유가 됐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5월에 K-방역 효과로 손세정제나 방호복 물티슈 같은 방역용품이 많이 실리면서 시황이 개선되는 듯했지만 이달 들어선 그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방역용품 이 일회성 수요라 시황 상승을 이끌긴 어려울 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링 달성률도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10개 컨테이너선사들은 올해 3기(5~6월) 실링을 89%로 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7%에 비해 8%포인트나 낮은 수준으로, 3~4월의 86%에 이어 잇달아 80%대로 설정됐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해운업계를 강타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두 기간 연속 실링이 90% 아래로 떨어졌다. 맹외선사들의 시장 확대에 맞대응해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던 선사들은 최근 운임 하락세가 표면화되자 실링을 강하게 조여 시황 안정을 도모하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3~4월 실링을 여유 있게 달성했던 선사들은 5~6월에도 목표 완수가 무난할 것으로 봤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선사들의 기대와 많이 다르다. 취항선사들은 동진상선과 동영해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링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발 깜짝 특수를 본 선사들을 빼고 전 선사들이 부진에 허덕이는 셈이다.

선사 관계자는 “실링을 80%대로 설정했지만 대부분의 선사들이 이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에 비해 20%까지 물동량이 하락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7월 휴가철 8월 오봉절(일본의 추석) 연휴 등이 기다리고 있어 한동안 한일항로 시황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식 집계된 한일항로 4월 물동량은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성장을 나타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4월 한 달 간 한일 양국을 오간 해상물동량은 14만38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2500TEU에 견줘 11.5%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4% 성장한 2만8600TEU, 수입화물은 18.5% 감소한 2만5800TEU, 환적화물은 13.5% 감소한 8만9300TEU였다.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수입화물은 두 자릿수로 감소한 반면 수출은 견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월별 물동량은 1월 -11%, 2월 -6%, 3월 -3%로 감소폭이 둔화되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4월에 다시 하락세가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임은 다시 거센 하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도쿄 고베 오사카 등 일본 주요항 기준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운임은 이보다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7월1일부터 선사들이 유가할증료(BAF)를 170달러에서 125달러로 내릴 예정이어서 전체 운임 수준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는 지난해 12월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해 저유황유할증료(LSS) 45달러를 포함한 BAF 요율을 도입했다가 6개월 만에 최근의 저유가 기조를 반영해 원상 복귀했다.

선사 관계자는 “장기간의 수요 부진으로 운임이 약세를 띠고 있다”며 “7월1일부터 해양진흥공사가 감사기관으로 선정된 새로운 운임공표제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선사들도 운임 안정화에 힘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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