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5 09:06

코로나19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기고/이헌수 (사)한국물류산업정책연구원장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재난이, 세계경제에 있어서 엄청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세계경제가 당면하고 있던 불확실성을 더욱 빠른 속도로 가중시키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 중 하나는, 중심축을 잃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브렉시트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을 포함한 서구가 자신들이 설계한 자유무역체제의 선도 및 조정 기능을 포기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고자 하지만, 중국 모델은 그동안 많은 부작용과 비판에 직면해왔으며,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으로의 회귀, 글로벌 국가분업체제에서 글로벌 밸류체인 및 공급체인의 위축과 같은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 탈동조화가 가속화되어, 국가와 국가, 국가와 세계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탈동조화의 기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신흥국에서 생산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므로 탈동조화를 받아들이기 쉬운 상황은 아니나, 첨단기술산업, 의료산업, 군수국방 산업 등을 시작으로 탈동조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철저히 총비용 분석 등을 하고 결정하겠지만, 생산시설들의 본국으로의 복귀(reshoring), 인접지역에서의 생산(nearshoring) 등이 확대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공급체인 측면에서도, 여러 국가들이 포함되는 폭 넓고 긴 공급체인에서, 개입되는 국가의 수를 줄인 짧고 간결한 형태의 공급체인으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하여,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대유행이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전과 후는 매우 다른 사회, 경제, 환경이 될 것이며, 세계 2차대전 전후의 상황에 비교될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초래하고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며,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 즉 수익성이 떨어지고 핵심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는 부분을 최대한 정리하고, 자사의 핵심역량 및 핵심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시성이 확보되어야 하나, 대부분의 산업에 있어서, 올해 4분기는 되어야 어느 정도 가시성이 확보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여야 하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하여 그 충격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이나 독일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에 있어서 이미 경제불황(recession)이 시작되었거나, 직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세계적인 불황이 V, U, L 중 어떤 형태로 진행 및 회복될 것인가가 관건이 되고 있으며, 그중 V 유형의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Airbus CEO는 항공산업 회복에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는 등 매우 조심스러운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유럽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빨리 코로나19로 부터의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중국기업들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유럽내 기업들에 대한 쇼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기업들도, 상대적으로 빠른 위기 탈출을 기반으로, 아직 코로나19의 충격파 속에 빠져있는 세계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찾고 선점하는 노력을 하여야하겠지만, 당장 극복해야할 많은 난관에 직면해 있는 것 또한 냉혹한 현실이다.

물류 및 전자상거래 산업에 있어서의 코로나19 대응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며, 또한 이의 극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은 물류 및 전자상거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물류 및 전자상거래 산업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초래한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데, 물류산업이 어떤 기여를 해야하는 지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물량의 증가에 직면해 있는 것이 전자상거래이며, 전자상거래 산업은 생필품, 의료품 등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품목에 대한 안정적인 재고관리 문제, 글로벌 공급체인의 단절 등 다양한 형태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줄 수 있는 것은 물류산업으로서, 이러한 필수품의 경우는, 충분한 재고의 조기 확보를 위한 지원과 아울러, 폭은 넓지만 짧고 간결한 공급체인으로의 전환, 리쇼어링(reshoring)을 지원하는 SCM 체계 구축 등이 추진되어야 하며, 기타 품목에 대해서는, 아직 소비 및 조달 패턴이 변화해 가는 단계이므로, 긴밀한 모니터링 속에서 지속적인 조정과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필수품의 물량은 급증하고 있으나, 글로벌 생산중단 및 공급체인 단절, 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기타 제품들의 물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기업의 중장기 전략 측면에서 볼 때, 취급 제품 및 시장의 전문화도 필요하나, 전사 차원에서는 취급 제품 및 시장의 다양성 및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에 있어서, 많은 제조 및 유통기업들이 전자상거래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이미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에도, 가능한 한 많은 추가적인 제품들을 온라인 거래와 연결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물류기업들의 우선적인 타겟이 되어야 하며, 이들의 온라인 제품 및 시장 확대를 지원해주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물류기업으로서는, 제품 특성상 전자상거래가 어려웠던 상품의 효율적인 전자상거래 물류 지원 방안, 온라인, 오프라인 관계없이 고객들의 주문, 배송, 반품을 자유롭게 지원해줄 수 있는 옴니채널 SCM 지원 방안 등의 도출이 필요하며, 이러한 멀티채널 지원능력이 차별화의 핵심이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 산업은, 급격히 증가하는 물량에 대한 처리능력을 갖추어야 할 뿐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급격히 변하는 고객들의 필요와 구매상황에 대해,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하여야 한다. 따라서 고객들의 구매행동, 구매기록 등을 긴밀히 모니터링함을 통해, 각 고객별 특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도출하여 대응할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의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물류기업이, 팔레트, 박스 등에 부착한 RFID 장비를 통해 수집한, 광범위하고, 세분화된 정보를, 실시간 기반으로 제공해 줌으로써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글로벌 물류에 있어서도, 각 시장국의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 수준이 상이함에 따라, 요구되는 제품 및 서비스 수준이 다를 것이며, 가동 가능한 현지 물류기업 및 인프라 수준의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복잡한 글로벌 공급체인 구조, 각 시장국별 운영 프로세스 간의 호환성 제약 등 많은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뿐 아니라, 글로벌 조달을 하는 많은 기업에 있어서, 특정 국가의 봉쇄 조치로 인해 공급체인의 단절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기업이, 유사시 효율적인 독립적 운영 가능하도록 현지 물류체계를 갖추고,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 협력체계를 확립해놓지 않으면, 향후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의 대응이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긴급상황 및 특수상황에 처한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 지역별 및 고객집단별로 차별화된 제품전략,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여 대응하여야 하며, 이는 각 시장국의 현지 물류체계 및 현지 물류기업으로부터의, 세분시장별로 특화된 물류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피해가 복구되고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산업에서든지, 이러한 혼동의 시기 동안에는 재정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몇 달만 버티자라는 식으로는 생존발전해 나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버티는 동안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에 맞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서, 이제까지는 보완적인 개념으로 온라인 거래를 생각하고 활용했던 기업들도, 가장 우선적으로 도입해야할 대안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는 우리 물류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와 아울러 많은 추가적인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우선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온라인 상의 대안을 가지게 됨으로써,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는 물류비 절감에 대한 요구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온라인 상에 엄청난 수의 선수들이 등장함에 따라, 판매업체 입장에서 차별화를 통해 고객충성도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질 것이며, 라스트마일 등 물류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하고자 하는 요구가 증대될 것이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된 것과 같이 옴니채널 SCM 지원이 차별화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며, 멀티채널 지원을 넘어 채널의 구분이 없는(boundless) 물류 지원이 요구될 것이다.

 
맺는 말

코로나19와 같은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서도,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는, 물류산업의 기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물류산업의 입장에서는, 이번이 국가, 사회, 세계가 겪고 있는 고난 극복에 기여하는 이미지 확립의 좋은 기회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그리고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중요성 부각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물류산업의 중요성 및 기여에 대한, 그동안의 국가차원에서의 인식 부족이, 한진해운 도산 등, 물류산업의 여러 어려움을 초래한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위기를 인식 전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 물류기업들이, 코로나19의 위기 상황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고, 어려운 도전 가운데서도, 새로운 기회들을 창출해 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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