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1일부로 호그오토라이너스의 한국총대리점으로 새롭게 선정된 에스앤에이치쉬핑(SNH쉬핑)의 모회사인 삼양마린그룹이 창립 55돌을 맞아 마산을 대표하는 기업을 넘어 전국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0대 시절부터 현장에서 쌓아온 실무역량과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회사의 발전 시계를 앞당겨온 노승철 삼양마린그룹 회장. 노 회장은 반세기 동안 축적한 회사의 물류 노하우를 앞세워 마산가포신항을 조선·해양플랜트기자재 등 중량물의 보관·조립·재수출과 자동차 환적 등이 용이한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SNH쉬핑 창립과 그룹의 부산 영업사무소 구축을 통해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양마린그룹 노승철 회장과 SNH쉬핑 구정모 대표이사를 마산가포신항에서 만났다. 다음은 노 회장, 구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삼양마린그룹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노승철 회장(이하 노) 삼양마린그룹은 지난 1965년 씨-패스트닝(Sea-fastening)업을 영위하는 승리항업사로 출발한 마산 향토기업으로 항만운영에서 쇼링·래싱(고정·고박), 수출 포장, 해운서비스, 보관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부로 호그오토라이너스의 한국총대리점 업무를 개시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해운물류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7개의 관계사와 45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오랜 업력만큼 충성고객도 많다. 국내외 선사들과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 주요 고객군에 포함돼 있다.
Q. 회사를 경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노 2000년대 초반 대우그룹에서 진행한 대우국민차 프로젝트(U-PROJECT)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일이 기억에 남더라. 당시 국민차였던 티코의 국내 생산라인을 해체해 해외로 보내는 건이었는데 규모만 약 20만CBM(㎥)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 운송 건을 해내며 삼양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바뀌었고 회사 또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직급이 차장이었는데 입찰에서부터 Sea-Fastening 및 자재구매 등 하나부터 열까지 삼양이 남들보다 잘 해낼 거란 확신이 있었다. 또한 김우중 회장님이 직접 진행하는 프로젝트임에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보다 높은 견적가를 써내 주위가 떠들썩했다. 높은 단가를 써내 입찰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선대 회장이었던 아버지께 크게 혼났던 기억도 난다.(웃음)
하지만 우리 회사가 대우의 모든 물류업무를 수행하기로 결정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사무실에 있었던 직원들이 소식을 듣고 자기 일처럼 느끼며 크게 기뻐했다. 그 뒤로 아버지께선 제가 하는 일에 아무 말씀을 안 하시더라. 저의 승부 근성이 운 좋게도 통한 것 같다.
2000년대 초반에 진행한 두산중공업의 세계 최대 담수 설비 Sea-Fastening 작업 건도 기억난다. 우리나라에서 중동까지 2500t 규모나 되는 설비를 50~60일 걸려 운송해야 하므로 사전 준비 기간만 한 달이 걸렸다. 지금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용이해졌지만 당시엔 30~40여명의 인력이 달라붙어 쇼링·래싱(고정·고박) 등의 작업을 오랜 기간 진행해야 했다.
삼양의 전 임직원이 노력한 결과, 운송 기간을 1주일 정도 앞당겨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대북 경수로 지원 물자수송 전담기업으로 참여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간이용 화장실로 시작해 식자재 철구조물 등 북한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건을 포장에서부터 Sea-Fastening, 고박, 보관까지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수행했다. 향후 대북사업이 재개될 경우 유경험 업체로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다.
Q. 매년 1000억 규모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데 비결이 궁금하다.
노 첫째는 현장 경영이다.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가 기본적으로 초점을 두는 건 고객 만족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현장작업에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영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없지 않겠는가. 최상의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꼽을 수 있다. 삼양은 분야별 영업 전문인력을 확보해 체계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고객 니즈 대응은 물론 지속적인 신규고객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우리 임직원 모두 합심해서 열심히 해주고 있고, 저 또한 2018년 9월1일 가포신항의 관리운영위탁사로 참여 후 지금까지 365일 불철주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해서 영업부터 현장 운영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이 조기에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항만운영은 이번이 처음이라 애정을 가지고 영업이익 흑자를 낼 때까지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감각이 떨어지면 실수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물류 또한 마찬가지다. 항만으로 들어오는 화물을 직접 보고 현장에서 화주와 미팅을 가지면서 감각을 유지했다.
그 결과 2년 정도 예상됐던 적자를 6개월 만에 벗어날 수 있었다. 19살 때부터 삼양에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고객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적자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대리점사업 진출 배경은?
노 삼양마린그룹의 역사는 한마디로 ‘끊임없는 도전’이다. 시황이 좋거나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회로 삼기보다는 도전을 통한 성취를 통해 성장의 역사를 써왔다.
삼양마린그룹은 그동안 국내에 기항하는 대부분의 국내외 자동차선(PCTC)선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PCTC 리딩 선사인 호그오토라이너스의 한국 총대리점을 맡게 됨으로써 그룹의 시너지를 통한 성장은 물론 지역과 국가 기간산업 성장에도 더욱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더불어 터미널 운영에 따른 육상 위주의 관련 사업 운영이 해운으로 확장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물류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또한 지역적 한계와 이미지를 벗어나 글로벌 사업인 해운을 통해 그룹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사진 왼쪽부터 마산신항운영 노학래 이사, 삼양마린그룹 노승철 회장, SNH쉬핑 구정모 대표이사 |
Q. 새롭게 출범한 SNH쉬핑을 맡게 됐다. 소감과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구정모 대표이사(이하 구) 호그오토라이너스의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도 기존 직판체제에서 대리점 체제로 전환하며 더욱 시장에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외국적선사의 현지지사에서 국적법인으로 재탄생한 만큼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국내 화주들과의 관계 강화는 물론 서비스 개선에 매진하겠다.
글로벌 리딩 로로선사인 호그오토라이너스의 기존 강점인 다양한 장비 보유와 적재 기술을 통한 해운 서비스 제공, 신뢰성과 고품질의 고객 서비스는 유지 및 더욱 강화될 것이다.
삼양마린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견고한 연계를 통해 물류 서비스 범위 확대는 물론,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물류 니즈에 대한 선제적 상품 개발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추진 방향은 이미 화주들로부터 긍정적인 호응을 받고 있음은 물론 호그오토라이너스 본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약속받고 있다.
Q. 과거 마산항 활성화 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향후 마산항과의 협력 계획과 호그오토라이너스의 사업 목표는?
구 호그오토라이너스는 마산항을 기본 베이스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대리점 체제 전환을 계기로 향후 역할은 더욱 확대될 계획이다. 마산가포신항 운영사인 삼양마린그룹과 한 식구가 됨으로써 마산항과의 협력 및 지원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양마린그룹 또한 호그오토라이너스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 선사들에게 변함없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운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마산항 발전과 동반성장에 매진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환적을 포함해 마산가포신항이 아시아의 PCTC 허브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
Q. 해운물류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응방안이 궁금하다.
노 어떤 산업이든 예상치 못한 변화와 위기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게 회사의 역량이라고 본다. 뉴노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코로나 등의 위기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변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SNH쉬핑을 비롯한 삼양마린그룹 계열사들은 시대적 흐름에 유연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화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강화와 IT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부산 영업사무소 구축도 대응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삼양마린그룹 내에서 진행되는 영업활동이 부산에서도 이뤄지는 것이다. 울산 마산 등에 이어 부산에도 영업거점을 구축해 동남권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삼양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조선해양기자재 등 중량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영업이 부산에서도 활발히 이뤄져 가포신항을 통한 화주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산업이 앞당겨지고 있지만 로로선 시장에서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컨테이너선시장에 비해 여전히 중요하다. 호그의 한국대리점을 SNH쉬핑이 맡게 됐지만 일상 업무는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조직을 슬림화했다고 비즈니스가 줄어든 건 아니며 코로나 이후 남들보다 더욱 유연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먼저 마련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SNH쉬핑은 호그오토라이너스의 최적화된 물류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Q. 완성차시장의 수요가 줄고 공장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선 시장 전망은?
구 자동차선 시장도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차 물동량은 감소 추세에 있으나 건설장비기계, 특수차량, 브레이크벌크 화물, 중고차 등 운송상품 다양화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다.
호그오토라이너스 또한 기존 광범위한 서비스 네트워크 제공 정책에서 핵심시장에 대한 경쟁력 집중화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바, SNH쉬핑 또한 이에 부합하는 영업 및 서비스 정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 해운물류업계의 최근 현안은?
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각국의 봉쇄조치로 소비,투자,수출 등 총수요의 모든 요소를 급격히 둔화시켜 산업생산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산업보호를 위해 수출통제와 무역규제조치 등의 보호무역 확산이 우려된다.
‘뉴노멀’, ‘4차산업혁명’등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해운업계의 지속적인 연구와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 데이터 수집을 위한 국가 전략 및 기반 인프라 마련, 노동시장의 유연성, 데이터 연계를 위한 상호 신뢰 및 협력, 해운업계와 관련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Q. 좌우명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노 사람(고객)에 대한 차별 없는 투자다. 어떤 고객이든지 차별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항만물류업에 종사하며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어 오면서 당시에는 다소 미흡하고 기여도가 낮은 고객일지라도 한결같이 관계를 유지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어느 시기에는 엄청난 도움을 받는다는 경험이 계기가 됐다.
Q. 삼양마린그룹의 향후 사업계획과 비전이 궁금하다.
노 코로나 사태로 4차산업혁명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항만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2030년경에는 선진항만과의 자동화·디지털화 수준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경쟁 항만들은 디지털화·스마트화를 근간으로 완전무인자동화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인구 고령화, 글로벌화에 따른 무역 증대, 기후변화에 따른 친환경 물류의 중요성 대두 등과 같이 이러한 트렌드가 가시화되면서 항만의 역할과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처리해야 하는 화물량의 증가는 물론 다원화됨에 따라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한 항만물류의 디지털화, 스마트 네트워크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추진 중이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은?
노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한국 해운물류업계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재건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물류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이해와 인식이 아직도 미흡하지 않나 하는 우려를 떨쳐 버리기 어렵다. 인간의 혈관과 같은 물류의 중요성은 국가 경쟁력 제고에 근간이며 산업적 시너지 파급 효과에 의한 고용 창출에도 절대적으로 이바지하는 산업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운물류 강국들은 우수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및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 개발은 물론,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규제와 절차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압박하고 있다. 해양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도 국내외 선사들과 터미널 등에 더욱 열린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물동량과 투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정책을 더욱 가시적으로 전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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