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5 11:16

글로벌 선도차원의 스마트항만 개발정책이 시급하다

기고/김학소 자문위원


우리나라는 지난 60이라는 짧은 세월에 가난과 기아의 비참한 국가에서 11번째 무역, 물류중심국가로 급속한 성장을 달성한 자랑스런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이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이고 자괴적이었다면 이러한 결과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와 과감한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지혜가 이제 스마트항만 개발에서도 발휘돼야 한다. 선진국 항만들이 스마트항만을 개발하고 운영한지 이미 수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의 항만 스마트화는 개념적인 연구외에는 현장에의 적용은 극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선진항만들과의 격차가 날로 커져 스마트항만이 가지고 올 기회를 놓치지나 않을까 두렵다. 특히 항만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를 카피해오던 중국이 이미 항만의 완전자동화는 물론 스마트항만 개발에 대해 선두주자로서 앞서 나가고 있다. 더 이상의 망설임이나 지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한지 불과 10여년, 각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하는 정도는 두려울 정도로 신속하다. 건물, 다리, 배를 3D프린터를 활용해 순식간에 완성해 활용하는가 하면 앞으로는 항공기, 철도, 로켓 등으로 확산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는 아닐지라도 인공지능로봇이 바둑을 두고 탁구를 치고 인공지능이 그린 초상화가 고가에 팔리는가 하면 모방, 변형, 융합, 창조단계를 거치면서 고유한 창작능력을 갖춰 음악, 미술, 문학 등 인간의 모든 영역에 끝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4차산업 혁명기술은 항만산업에도 여지없이 파고들 것이다. 해외의 많은 항만들이 이미 항만의 완전자동화를 달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ICT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한 항만을 건설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AI기술과 5G기술을 접목함으로써 항만의 스마트화 수준을 훨씬 높게 이끌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항만이라고 하는 것은 2단계로 나뉘어 진다. 일차적으로는 항만의 자동화를 실현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항만에 신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항만의 생산성과 효율성, 고객서비스 등을 극대화하는 것으로서 항만의 디지털화를 통해 항만자원의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항만자동화는 1993년경 유럽의 로텔담항에서 시발돼 일본, 싱가폴항 등에서 한 때 활성화되는가 싶다가 쇠퇴한 바 있으나 최근에 4차산업혁명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항만들이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2015년 로텔담항의 APM터미널, RWG(Rotterdam World Gateway)터미널, 미국의 Long Beach항, 중국의 양산항, 청도항 등 많은 항만들이 완전무인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가 스마트항만의 1단계라고 한다면 2단계는 바로 스마트기술이 종합적으로 구현되는 단계이다. 항만의 자동화는 안벽의 자동화, 야드의 자동화, 게이트의 자동화를 말하지만 해상과 육상이 연결되는 부문에서 자율운행선박, 자율운행트럭 및 드론과의 연결로 이어지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IoT기술이 접목된 각종 센서를 동원한 화물추적기능, Big Data를 활용한 예측기능, 비즈니스 창출기능, AI기술을 활용한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춘 대응능력, 실시간 통제, 대고객 맞춤서비스, 창의적 운영 등이 골고루 구비되는 항만이 스마트항만이다. 

이러한 스마트 항만은 향후 전세계 항만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 시장규모는 어마 어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좀 뒤쳐졌지만 산학관민이 협력해 추격한다면 세계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뒤늦게 출발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추월하기 위해서 주목해 도입해야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리드하고 있는 5G기술과 AI기술이다.

5G기술이 항만에 적용되는 것은 4G인 LTE보다 10배 빠를 뿐 아니라 초고화질(UHD),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홀로그램, 자율주행차량, 로봇, 드론 등 다양하고 유연한 기능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세부기술이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기술인데 하나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서비스형태에 따라서 다수의 독립적인 가상네트워크로 분리해 다양한 서비스에 맞추어 특화된 전용네트워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하나의 망을 쪼개서 가상네트워크를 만든 다음 슬라이스 별로 최적화시켜 주는 것이다.

이는 항만 전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며 항만에 들어오고 나가는 해상, 육상의 교통흐름에 대한 원격제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광대역 통신망의 이용 가능성과 3D정보를 증강현실로 전송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다음으로 빔포밍기술(Beamforming)로서 4G에서 막을 수 없는 상호간섭 현상을 막기 위해 무선신호를 모든 방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만 보내는 것이다.

이는 4G 한계인 신호 상호간섭 문제를 해결하고 무선통신의 신뢰성 확보, 데이터의 무한송신가능성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세 번째로는 대량정보와 대량연결을 의미하는 MIMO(Massive input Massive output)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바 이는 대량의 데이터를 비용 증가없이 능력을 증대할 수 있으며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네트워크를 최대화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 번째는 극초단파인 밀리미터파(millimeter wave)통신기술을 사용해 통신정보량, 전송빈도 및 전송속도의 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소형기지국으로 분산하는 스몰셀(small cell) 네트워크, 동시에 양방향으로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는 전이중(full duplex)통신방식 등이 스마트항만에 적용돼야한다. 

다음으로는 AI를 접목한 스마트항만을 개발해야 하는 바 이는 매우 광범위한 기술들이 집적돼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항만터미널을 관리 운영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효율성과 안전성을 실현하는 단계를 진정한 스마트항만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사물인터넷(Iot), 불록체인, 빅데이터, 드론, 클라우드 등의 ICT기술이 종합적으로 적용되는 항만으로서 자동화, 디지털화, 친환경, 내륙교통 연계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항만을 개발해야 한다.

센서를 통한 데이터의 축적과 수출입 및 국내물류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가 축적되고 저장되며 빅데이터로 분석되고 활용돼야 한다. 스마트항만이 실현되는 경우 항만공간활용이 50%에서 70%향상되고 항만안전성의 향상, 항만오염물질 배출감소, 생산성 극대화가 기대되고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 이미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스마트항만 개발정책은 겨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해양수산부의 구체적인 스마트항만 기본구상이 수립되기도 전에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등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스마트항만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어 그 실효성과 효과성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하루바삐 국가적차원의 스마트항만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체계적인 추진을 통해 뒤늦은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장기적인 로드맵이 수립돼야 한다. 로텔담항, 투아스항 등의 스마트항만계획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IBM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스마트항만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조성이 필요하다.

해운, 항만, 내륙물류망의 연계를 위한 국가적인 스마트해상물류체계의 구축이 하루속히 실현돼야 한다. 특히 무역 물류산업의 블록체인화 추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받는 물류포탈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시급한 실정이다. 세 번째로 거듭 강조하거니와 국내기업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한국형스마트항만의 구축보다는 싱가폴, 로텔담, 롱비치, 청도항의 기술을 압도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기업을 동원해 글로벌선도 차원의 스마트항만을 추진해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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