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7 14:15

동남아항로/ 수요부진·공급과잉에 선사들 한숨

선사들 저유황유 할증료 도입 사활


올 한 해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힘든 항해를 이어갔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한국과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2% 감소한 263만5000TEU에 그쳤다.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베트남이 4% 성장했을 뿐 나머지 국가는 모두 역성장했다. 특히 필리핀은 -15%의 성장률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물동량은 2% 감소한 129만TEU였다. 플러스 성장한 곳은 베트남과 태국뿐이었다. 베트남행 물동량은 5% 증가한 43만6000TEU, 태국행 물동량은 1% 늘어난 13만6000TEU였다. 하지만 필리핀행은 12% 뒷걸음질 친 6만4000TEU, 인도네시아 싱가포르행은 각각 8% 11% 줄어든 14만8000TEU 4만5000TEU에 그쳤다. 말레이시아행은 1% 감소한 13만5000TEU였다. 

반면 공급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외국 선사들이 중심이 돼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 호찌민에 배를 경쟁적으로 넣었다. 올해 2월 APL과 양밍이 KVM을 시작한 데 이어 3월 씨랜드(옛 MCC트랜스포트), 4월 완하이라인과 인터아시아라인이 호찌민을 연결하는 신항로를 잇달아 열었다. 원양항로 취항선박이 대형화되면서 기존 중대형선박이 동남아항로로 대거 전환 배치(캐스케이딩) 된 것도 시황 악화에 한몫 했다. 

특히 머스크의 아시아역내자회사 씨랜드는 동남아항로에 4000TEU급 파나막스선을 잇달아 투입하며 점유율 확대에 팔을 걷어 붙였다. 외국적선사들의 이 같은 행보와 달리 국적선사들은 항로 구조조정에 힘을 기울였다. 

수요 부진에 시달리는 필리핀 마닐라노선은 선사들의 공급 조절 타깃이었다. 지난 4월 고려해운과 남성해운이 마닐라를 철수한 데 이어 9월 흥아해운이 오랜 기간 특화서비스로 이름을 알려온 KPS를 중단했다. 이로써 마닐라항로는 장금상선·고려해운의 PMX, 일본 ONE의 JPH, 고려해운·현대상선의 TTP, 고려해운의 KMV로 재편됐다. 

수급 불균형의 심화로 운임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재 주요 선사들의 한국발 베트남·태국행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달러 안팎이다. 몇 년 전만하더라도 400달러를 호가하다 반 토막 났다. 두 지역은 동남아항로에서 그나마 수요가 나은 곳임에도 선사들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요가 부진한 필리핀항로는 대략 100달러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항로는 그나마 양호한 300달러 선이다.

하반기 들어 선사들은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한 저유황할증료(LSS)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 저유황유 사용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이 기업 존립을 흔들 수 있는 까닭에 이를 보전하기 위한 할증료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동남아항로엔 지난달 16일부터 TEU당 70달러의 LSS가 부과됐다. 적용기간은 내년 1분기까지다. 선사들은 예측 불가능한 유가 변동에 대비해 3~6개월 단위로 LSS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한편 10월에 호찌민에서 발생한 657TEU급 컨테이너선 <베트선인테그리티>호 전복사고는 동남아항로 시황을 깜짝 반등시켰다. 침몰 선박이 수심이 낮은 호찌민항의 뱃길을 가로막으면서 발생한 물류 체증은 공급 조절 효과로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태국-호찌민항로 운임이 상승세를 탔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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