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0 10:53

“부산항 선석생산성 하락 시설확충으로 극복해야”

초대형선 러시에 올 3분기 선석생산성 104.8회로 하락


2011년 덴마크 머스크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로 시작된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대형화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 들어 최대 선형인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정기노선에 투입됐을뿐만 아니라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내년 상반기에 동일한 규모의 신조선을 인도받아 원양항로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만 에버그린도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발주하며 선박 대형화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선사들의 선박 대형화는 평균 하역량 증가와 정기노선 감소 등 여러 영향을 미치며 항만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형선박의 접안시간 증가와 체선 등으로 부산항의 선석 생산성 하락이 우려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부산항이 컨테이너 장치 공간 추가 확보와 안벽하역장비 추가 도입, 무료 장치장 조정 등의 시설 확충과 운영개선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박대형화로 선사들 정기노선 감소

초대형선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평균 컨테이너선의 사이즈가 10년 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KMI에 따르면 2009년 2970TEU 수준에 불과했던 컨테이너선의 평균 선형은 10년이 지난 올해 1.44배 이상 커진 4279TEU로 집계됐다.

한 번에 더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이 등장하면서 선사들의 정기노선 수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정기노선 300여개를 분석한 결과, 정기 노선당 평균 기항 항만수는 최근 3년간 0.6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형별로 보면 1만TEU 미만 선박이 투입되는 노선은 2016년 9.8개에서 올해 9.3개로, 같은 기간 1만TEU 이상의 선박은 12.4개에서 11.2개로 감소했다. KMI는 “향후 선박대형화로 정기노선당 기항지수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세계 주요 항만 간 선사 유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산항 입항 컨선 평균크기 8364TEU ‘세계 10위’

글로벌 항만에 뱃머리를 대는 선박들의 평균 크기도 올 들어 처음으로 8000TEU를 돌파했다. 글로벌 20대 항만 중 평균 선형이 8000TEU를 넘어선 곳은 11곳에 달했다. 20대 항만의 평균 선형은 2016년 7620TEU에서 2019년 8106TEU로 지난 3년간 6.6% 증가했다. 2016~2018년엔 2.3~2.4%에 불과했던 평균 선형 증가율은 올 들어 6.4%를 기록했다.

 


평균 선형이 가장 큰 항만은 1만420TEU를 기록한 중국 옌톈으로 꼽혔다. 옌톈은 글로벌 20대 항만 중 유일하게 평균 선형 크기가 1만TEU를 넘어서며 세계 1위에 자리했다. 뒤를 이은 로테르담은 2016년 9275TEU에서 올해 9455EU로 0.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밖에 칭다오 샤먼 닝보 상하이 등의 중국 항만과 유럽의 주요 관문항인 함부르크 역시 8000TEU 이상의 평균 선형을 보였다. 

부산항은 10위를 마크했다. 부산항은 2017년 8000TEU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8231TEU를 기록한 이후 올해 8031TEU를 나타냈다. 연평균 증가율은 2.2%로 집계됐다.

20대 항만 중에서 연평균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미국 동안에 포진한 서배너와 뉴욕으로 꼽혔다.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에 대형선 인도가 잇따르자 미국 동안 항만당국은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서배너와 뉴욕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7.3% 6.4%를 기록했다. 반면 알제시라스와 함부르크는 각각 -8.6% -3.1%의 감소세를 보이며 입항 선박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하역량 2087TEU…3년새 34%↑

선박 대형화로 입항 선박의 평균 하역량도 크게 증가하며 2000TEU를 넘어섰다. 올해 전 세계 350여개 항만의 컨테이너 입항선박 평균 하역량은 2016년 대비 33.5% 폭증한 2087TEU였다. 특히 하역량 증가율이 대부분 8000TEU 이상의 선박에서 이뤄졌다는 게 눈길을 끈다.

주요 항만별로는 북미 관문항인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의 선박당 평균 하역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선형에서 올해 LA항은 7826TEU로 가장 높았으며, 롱비치 역시 6144TEU의 수준을 보였다. 

부산항은 전체 평균보다 다소 높은 2376TEU를 기록했다. 8000TEU 이상의 대형선박의 경우 평균 하역량은 LA와 롱비치가 1만TEU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3위인 톈진과 5000TEU 이상 차이가 났다.

 


입항선박 평균 접안시간 3% 증가

부두에서 하역량이 많아지다보니 선박 접안시간도 길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5년간 입항한 선박의 접안시간은 선박당 평균 20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접안시간은 2014년 20.2시간에서 올해 20.8시간으로 3% 증가했다. 특히 8000TEU이상을 보면, 접안시간은 2014년 24.7시간에서 2019년 26.0시간으로 5년간 5.5%의 증가율을 보였다.

부산항은 지난해 이후 선석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하역품질서비스 악화가 우려된다. 선석생산성은 선박의 접안시간 동안 처리된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평균을 계산한 것으로, 컨테이너 터미널의 하역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1분기 부산항의 선석 생산성은 시간당 124.0회로 최대치를 달성한 이후 올해 3분기 104.8회로 크게 하락했다. KMI는 세계 주요 20대 항만의 경우 8000TEU 이상 선박의 선석생산성은 전년에 비해 나아진 반면 부산항은 하락세를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부산항의 경우 2021년 이전까지 추가부두 확장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형선박의 접안시간 증가와 체선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KMI는 선사들의 선박 대형화로 항만에서도 수심 증설, 하역장비 현대화 외에도 선박당 평균 하역물량 증가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사들의 정시운항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어 초대형선 접안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선석생산성 향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KMI는 컨테이너 장치 공간 추가 확보, 안벽 하역장비 추가 도입, 무료 장치장 조성 등의 시설 확충 및 운영개선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터미널 통합 운영과 계획부두 조기 개발, 예비선석 개념 도입 등을 적극 강구해 항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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