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4차 산업기술의 개발과 접목을 통해 새로운 국부 창출의 시작점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4차 산업기술에 대한 관심은 민간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 중인 정부입장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는 국정추진 단계부터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중요한 국가 정책의 목표 중 하나로 추진 중에 있다. 특히 4차 산업기술 도입으로 인해 가장 먼저 효과를 보고 있는 분야가 물류와 유통분야이고 이로 인해 최근 시장에서 물류와 유통산업이 통합되면서 4차 산업기술의 최대 수혜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미래를 밝혀줄 4차 산업기술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 그리고 시장에 빠른 접목을 통한 수요자 맞춤형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4차 산업기술에 대한 국가차원의 준비와 진행과정은 생각보다 순조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스위스금융그룹(UBS)이 2016년 다보스포럼(Davos Forum)에서 발표한 「자동화와 연결성의 극단 : 4차 산업혁명의 국제적, 지역적 투자의 함의」라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4차 산업기술의 준비 정도를 전세계 국가 중 25위 수준으로 평가했다. 1위 스위스, 2위 싱가포르, 3위 네덜란드이며, 미국 5위, 일본 12위, 중국 28위 등이었다.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 순위가 높고 낮은 것이 아니라 세부항목에서 ‘어느 부분이 낮은가’ 라는 점과 ‘해당 항목의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냐’라는 것이다. 4차 산업기술 준비 정도의 세부 항목별로 우리나라 순위를 살펴보면 기술순위(23위), 혁신순위(19위), 사회인프라(20위) 항목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반대로 노동시장 유연성(83위), 법적보호와 준비(62위) 항목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그림 -1> 참조).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현재 4차 산업기술의 개발 수준과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 기술을 받아들이고 시장에 적용시키는 사회적 유연성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기존 세력과 시스템과의 합의, 설득, 협력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를 수용하고 적용해서 빠르게 시장에 맞춰서 성장할 수 있는 법제도의 유연성과 개방성까지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4차 산업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큰 발전이 가능한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4차 산업기술의 핵심 기능인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화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빠른 적용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우선적으로 기득권층과 신규 진입층,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등 이질적인 세력 간의 사회적 합의와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기득권층인 택시업계와 카카오 택시, 타다 등의 정보플랫폼 기업 간의 충돌을 보면서 정부 당국의 협상력과 적절한 대안 부재, 법제도의 유연성 부재 등 다양한 문제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계속 앞으로 전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기술을 수용하고 발전을 시키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한 선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기술 개발만 하고 시장의 반응이나 적용성에 대한 부분을 미루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술 개발 속도와 시장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줘진 시간은 제한적이고 사회적 합의와 국민전체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로 인접해 있고 경제 발전이 필요하지만 기존 인프라 구축이 전혀 안돼 있는 북한이 새로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한편, 북한은 현재 불안한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있지만 강대국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만 해결한다면 빠른 성장이 가능한 나라이다. 특히 북한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북한보다 잘 살고 있는 주변 강대국들의 도움을 통해 빠른 경제성장이 가능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주변 국가들이 북한을 가치사슬을 기반으로 한 주요 국제분업 협력 국가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 재원, 인력 등을 활용해 상호 공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이후 지금의 수준으로 발전해 오는데 대략 40년 이상이 걸렸고 상대적인 차이는 있으나 중국 30년, 베트남 2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북한은 주변국들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경제 발전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주변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동인이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을 한다면 아마도 4차 산업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4차 산업기술 중 블록체인, 빅데이터, 무인주행운송장비, AI 등은 북한의 우수한 인력, 정부의 추진력, 기득권층 부재 등을 기반으로 빠른 시간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다(<그림-2> 참고) 이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우리나라가 4차 산업기술을 도입하면서 경험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4차 산업기술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인프라와 기득권층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점진적 혹은 일괄적으로 없애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기득권층들의 저항이 큰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시스템과 인프라를 ‘창조적 파괴’ 혹은 ‘점진적 대체’를 해야 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단숨에 ‘창조적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우선 북한은 기존 인프라가 거의 낙후됐거나 없는 상태로 첨단 인프라 구축의 효용가치가 높다. 북한은 기존 인프라, 시스템 그리고 기득계층과의 충돌이 없고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로 인해 해체를 위한 시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거나 아주 짧다. 두 번째, 북한은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건설 인력 역시 군인이나 노력동원 등을 통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서 토지보상과 건설비용이 거의 들지 않거나 아주 적게 든다. 북한은 사유재산권, 특히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서 국가가 추진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토지수용이 필요 없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 공급과 노동력 조달에서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골재 파동, 특히 모래 조달부분에서 북한은 유리한 입장이다. 북한의 강 하구에는 엄청난 토사가 쌓여 있어서 강과 바다 주변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 부분은 건설관점에서는 유용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단일 당 체재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어서 정책의 방향이 설정될 경우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는 국가체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기술 도입에 필요한 맞춤형 법제도 수립과 지역 활용 등에 국가가 의사결정만 한다면 충돌, 협상, 중재, 도입, 실행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과 산업 기득권 계층의 저항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적용되려면 기존 기술과 서비스와 경쟁과 합의를 거쳐야만 하는데 북한의 경우 기존에 구축된 기술과 서비스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기득권층과 충돌이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북한, 북한과 미국 간의 셈법의 차이로 전체적으로 관계가 경색돼 현 정부가 추진하던 한반도의 평화경제 실현이 멈추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는 실현이 될 것이고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북한의 물류인프라, 시스템, 운영체계 등이 대등한 수준에 와 있어야 한다. 또한 남북간 물류·유통분야의 표준화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앞당기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4차 산업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북한의 빠른 4차 산업기술 도입도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4차 산업기술의 물류·유통분야의 빠른 발전과 도입의 우회 전략으로 적용이 용이하고 잠재력이 높은 북한을 활용하는 것은 큰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호남권, 동남권, 중부권 등 지역의 주요 경제거점을 중심으로 4차 산업의 원천기술 개발과 테스트를 통한 상용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득권으로 인해 유발되는 많은 장애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4차 산업기술의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장점 즉, 토지, 인력, 비용, 사회체제 등의 도움이 필요하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미 기술측면에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재정적인 기반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와 북한이 4차 산업기술을 매개로 공동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있는 한반도는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이 교차하면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실 힘의 균형이라기보다 세계 열강들의 힘들이 만나서 부딪히고 이로 인해 긴장상태를 유지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긴장을 풀고 남북뿐만 아니라 주변 열강들까지 상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남북간을 물류로 연결해야 하고 이 연결의 시간을 줄이고 기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4차 산업기술의 접목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기술의 발전과 상용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어려운 상태에서 남북 간의 지역연계 벨트 혹은 권역간 연결과 협력을 통해 발전을 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남북간 권역별 협력을 통해 물류분야 4차 산업기술의 도입과 발전이 가장 용이한 곳이 범경기만권이다. 남북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경기만을 범경기만권 벨트로 묶어서 우리나라의 서울, 인천과 북한의 개성, 해주를 아우르는 남북한 연계 4차 산업기술 성장권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력, 기술, 자본력을 기반으로 북한의 인력과 테스트 베드 기능을 접목시킬 경우 효과적인 성과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는 강원권 연계 벨트로 우리나라의 강릉, 동해, 속초, 북한의 원산, 함흥, 흥남까지 연결해 관광과 물류산업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북한이 금강산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을 싱가포르와 같은 해양 관광과 지역 물류거점으로 개발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반면 우리나라 강원도는 북방시장과 연계를 통한 물류산업과 지역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금강산을 통해 발전을 꿈꾸고 있다. 따라서 두 지역의 발전방향이 일치하고 있어서 4차 산업기술을 매개로 한 상호 발전이 용이한 지역이다. 세 번째는 공간적으로는 남북한 간 결합이 어려우나 북한의 자체 잠재력으로 볼 때 평양-남포권역이 북한의 수도권이자 남포라는 수도권 거점항만을 보유하고 있어서 인력 및 글로벌 접근성을 기반으로 발전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미 북한은 불법적인 돈벌이로 양성했지만 우수 IT인력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이들의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우리나라의 기술, 정보, 인력 그리고 재원이 융합할 수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4차 산업기술 발전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는 나진-훈춘-하산 국제협력클러스터이다. 이미 동북아 평화협력클러스터라는 개념을 통해 물류인프라인 항만과 철도를 기반으로 제조, 관광, 농업 등을 결합시켜 다양성을 가진 국제가공물류거점으로 육성하고자 사업이 제안된 상황 이다. 해당 개념에 4차 산업기술이 접목된다면 국제지식가공물류거점으로 세계 모든 국가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생산하고 거래할 수 있으며, 생활까지 할 수 있는 진정한 국제 평화 자유항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이외 남북과 중국이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국제지식클러스터로 발전이 가능한 신의주-단동 벨트도 가능할 것이다(<그림-3> 참고).
남북한 간 유통·물류분야에서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한 공동발전 방안은 구상단계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개념적인 측면에서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우리나라와 북한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권역 혹은 벨트를 대상으로 4차 산업기술을 접목시킨 물류분야 인프라, 시스템 그리고 운영체계를 구상하고 합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 후 실행한다면 한반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시 우리나라 내부에 있는 기득권층이나 주도권을 가진 시스템, 운영체계들에게 큰 자극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내부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선순환체계 구축도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북한을 4차 산업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산업기술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테스트 베드가 된 북한의 빠른 경제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자극은 우리나라 내부의 합의와 협력을 쉽게 이끌어내어 스위스금융그룹이 발표한 결과와 달리 4차 산업기술을 통한 우리나라 스스로의 발전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4차 산업기술 도입에 있어서 직면한 사회적 합의 문제, 정부의 협상력과 융통성 있는 제도마련 부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북한의 테스트 베드화 방안은 황당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무겁게 고민해 봐야할 숙제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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