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5 09:02

논단/ 해상보험에서의 보험자의 면책사유와 선하증권상의 부지약관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34217 판결에 대한 평석을 중심으로
<10.28자에 이어>

위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위 협회적하약관의 면책조항(4.3)은 ‘보험 개시 전에 이뤄진 포장이 불완전하거나 부적절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는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의 특성과 무게에 맞게 설계된 밑틀판에 포장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이 사건 보험의 개시시점은 위 약관상 이 사건 화물이 해상 운송을 위해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공장을 출발할 때이므로 위와 같이 불충분한 포장은 위 보험 개시 전에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유는 위 협회적하약관 제4.3에 규정된 보험개시 전에 이루어진 ‘포장 불완전’이라는 면책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보험금지급이 정당했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설령 원고의 보험금 지급이 정당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결국 송하인 또는 그 사용인이 이 사건 화물을 적절하게 포장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상법 제769조 제9호가 정한 포장불충분이라는 면책사유가 있어 피고가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3)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가 무고장 선하증권을 발행했으므로 화물의 포장이 불충분하고 양호하지 않은 상태로 선적됐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다투나,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SAID TO BE”의 부지문구가 기재돼 있음은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은바, 선하증권상에 부지문구가 기재돼 있다면 이와 별도로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됐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 소지인은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대법원 2001년 2월9일 선고 98다4907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오히려 송하인 측의 포장 불충분이 입증됐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대법원 2017년 9월7일 선고, 2017다234217 판결

원고는 위 원심판결에 대해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원고의 상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3. 대법원 판결요지

가.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대한 판단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대법원 1997년 2월11일 선고 96다173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심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의 특성과 무게에 맞게 설계된 밑틀판에 포장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협회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A)]의 면책조항(4.3)에 규정된 보험개시 전에 이루어진 ‘포장불완전’이라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여 이 사건 화물의 포장이 불완전했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원심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1982년도 협회적하약관이 아닌 2009년도 약관을 토대로 위와 같은 판단에 이른 점은 있으나, 1982년도 약관의 면책조항(4.3) 역시 ‘보험의 목적의 포장 또는 준비의 불완전 또는 부적합으로 인해 발생한 멸실, 손상 또는 비용’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에는 면책사유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및 보험자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선하증권상의 부지약관에 관한 판단

운송인에 대해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운송계약에 따른 운송 중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 증명 방법으로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하할 때 운송물이 멸실·훼손된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면 운송물이 하자 없는 양호한 상태로 운송인에게 인도됐음을 증명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상법 제854조 제1항), 선하증권에 운송물이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됐다는 기재가 있는 무고장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은 그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선하증권에 기재돼 추정을 받는 ‘운송물의 외관상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검사하면 발견할 수 있는 외관상의 하자에 대해만 적용되는 것이지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발견할 수 없는 운송물의 내부 상태 등에 대해도 위 추정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무고장 선하증권이라도 거기에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 Count)’ 혹은 ‘……이 들어 있다고 함(Said to Contain……)’ 등의 이른바 부지문구가 기재돼 있다면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했다는 점은 운송인에 대해 손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01년 2월9일 선고 98다49074 판결, 대법원 2011년 2월10일 선고 2009다6076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SAID TO BE”의 부지문구가 기재돼 있어, 그와 별도로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됐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하더라도 선하증권 소지인은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오히려 송하인 측의 포장불충분이 증명됐다고 보아, 원고의 무고장 선하증권의 추정력에 관한 주장을 배척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운송인의 주의의무, 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평석

위 대법원 판결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의 특성과 무게에 맞게 설계된 밑틀판에 포장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서 약관상의 ‘포장불완전’이라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므로 채증법칙에 따라 면책사유여부를 판단한 것으로서 적절해 보인다.

또한, 위 대법원 판결은 무고장 선하증권에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그와 별도로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하더라도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을 선하증권소지인 등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설시하고, 이 사건에서는 송하인이 이를 증명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송하인 측의 포장불충분이 증명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무고장 선하증권의 추정력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던 것이므로 부지약관의 효력 및 입증책임을 분명히 한데에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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