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선화주인증제도의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됐다. 화주는 전년도 해상수출입 실적이 1억달러 이상인 수출입기업과 전년대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국제물류주선업체, 선사는 국내를 경유하는 정기선항로를 주 1회 이상 운항하는 외항화물운송사업자가 인증대상으로 잠정 결정됐다.
해양수산부 문미희 서기관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선화주 상생정책 설명회에서 “개정 해운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21일부터 우수선화주인증제도 함께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문 서기관은 선주협회와 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설명회에서 우수선화주인증제도의 인증 절차와 심사 기준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은 최근 3년간 재무제표와 항로별 해상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인증전담기관으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인증전담기관은 심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운물류 전문가로 구성된 인증심사위원회를 꾸려 90일 안에 서류를 심사하게 된다. 인증전담기관은 해양진흥공사로 확정됐다.
심사기준은 공통기준과 핵심기준으로 구분된다. 선화주 공통기준의 경우 리더십(10점) 사업안정성(10점) 공익성(20점)으로 구성된다. ▲리더십은 상생의지(5점) 상상계획(5점) ▲사업안정성은 해상컨테이너물동량(5점) 재무안정성(5점) ▲공익성은 해운법 공정거래법 등 제도 준수성(7점) 한국경제 기여도(7점) 해운산업 기여도(6점) 등의 하위항목으로 나뉜다.
핵심기준은 화주와 선사가 서로 다르다. 화주는 동반성장 노력(30점) 공정한 운송거래질서 정착 노력(30점), 선사는 상생서비스 수준(30점) 해운서비스 전략(30점) 등의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 서류심사에서 총점 70점, 각 세부기준 점수의 20% 이상을 받은 기업에 한해 현장심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인증을 취득한 기업은 3년 주기의 정기검사와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수시검사를 받아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를 3회 이상 거부할 경우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문 서기관은 우수선화주로 인증받은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선사와 화주에게 공통적으로 항만시설사용료 30~50%를 감면하는 정책이 도입된다. 지난해 국적 컨테이너선사가 낸 항만시설사용료는 316억원으로, 선박입출항료 119억원, 정박료 57억원, 화물입출항료 140억원이었다.
이와 별도로 우수화주기업이 국적 컨테이너선사에 짐을 실을 경우 운송비용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지원책도 도입된다. 국적 컨테이너선사 이용비율이 40%를 웃돌고 매년 그 비율이 증가하는 화주가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유황유 비용 선화주 분담 필요
이날 행사에선 내년 시행되는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한 저유황유 할증료와 컨테이너선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표준계약서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태일 해운정책연구실장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1월1일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선박 연료유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정책은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국내외 해운업계 생존과 직결된다”며 관련 비용을 선사와 화주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대다수 선사들이 환경규제 대응책으로 저유황유 사용을 선택하면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 차이가 300달러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는 기존 고유황유(IFO 380CST)의 가격은 내년에 28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반면 저유황유는 6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실장은 저유황유 사용으로 3.9% 정도였던 국내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추단했다. 내년도 저유황유인 선박용 경유(MGO) 가격이 지난해 말과 같을 경우 국내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7%, 10% 오를 경우 -4.7%, 20% 오를 경우 -6.8%로 악화된다는 관측이다.
그는 바다의 고속도로인 국적선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저유황유 비용을 반영한 새로운 유가할증료(신BAF)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계약서는 장기계약 활성화 제도
윤재웅 KMI 전문연구원은 “표준계약서는 시황에 따라 어느 일방이 유리한 계약이 아닌 계약기간 동안 약정된 물량과 서비스가 고정된 운임으로 교환될 수 있도록 하고 계약항목의 해석 차이로 인한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3개월 이상의 장기계약에 한해 운임공표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장기계약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어 개정 해운법에 장기운송계약에 포함되는 필수항목과 표준계약서 조항을 명시했다”며 표준계약서가 장기계약 활성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표준계약서엔 장기계약의 핵심 합의사항인 계약기간 최소약정물량 계약운임 손해배상예정액이 필수항목으로 들어가는 한편 선하증권(BL) 해상운송장 선복예약서 등도 반영됐다.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엔 우수선화주기업 인증제도로 질문이 집중됐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벌크화물 인증제가 도입되느냐”고 물었고 한 화주는 “선사와도 계약하고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와도 계약하는데 어느 쪽과 거래해야 인증제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문미희 서기관은 포스코 측 질문에 “현재는 컨테이너 분야만 도입된다”며 “벌크도 유사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확대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제도 목적이 화주와 선사의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선사와 계약한 물량만 인증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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