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70만TEU 돌파를 앞두고 있는 평택항이 온·오프라인시장을 아우르는 ‘국가게이트웨이’(관문항)로 도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최근 급성장 중인 전자상거래시장을 주목해 평택항이 경기도 유일 수도권 중심 항만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과 박민영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평택항 국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지역에서 우리나라 물동량의 55% 이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경기지역은 그 중 약 36%를 맡고 있다”며 “평택항이 수출입물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평택항의 성장 동력으로 관문항(Gateway)을 뜻하는 ‘G’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허브를 뜻하는 ‘E’ 첨단(Advanced)기술과 서비스의 융복합을 뜻하는 ‘A’ 쇼핑과 여가를 즐기는 복합휴게공간(Recreation)의 ‘R’ 등 이른바 ‘GEAR’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수도권 관문항으로서의 역할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 기준 5번째로 많은 화물을 취급 중인 평택항은 중국 수출입을 시작으로, 동남아노선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평택항의 수출·수입규모는 각각 226억1600만달러 274억2400만달러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2%(104억3800만달러) 25.1%(68억7400만달러)에 달했다.
동남아시장의 경우 평택항을 취항하는 선사들이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지역을 대상으로 신규 노선을 확충하고 있다. 박 교수는 먼 훗날 북한과의 통일을 생각해 경의선-수도권 철도 구간에 평택·당진항을 연계시키고, 평양-개성-인천-평택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륙의 관점에서 평택항이 대형물류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박 교수는 “평택항이 생산과 소비의 큰 거점역할을 맡아 물류배후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항만배후단지 및 주변 지역에 제조 유통 물류 기능의 대형 복합물류단지를 유치해 내수와 수출입화물의 관문 역할을 하도록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항은 수도권과 인접하다는 점에서 전자상거래 풀필먼트센터의 최적의 장소로도 꼽힌다. 박 교수는 “거래는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화물운송은 결국 오프라인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일정부분 보관시설기능이 필요하다”며 “국가 간 신선물류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평택항의 콜드체인을 활용해 이런 전자상거래 허브역할을 배후단지에 입지시키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평택항에 첨단기술을 녹인 융복합 물류서비스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평택항이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는 ‘아그리포트’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복합단지를 조성했다.
평택항 주변의 좋은 관광자원을 활용해 여객 중심의 항만으로 육성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화물만이 오가는 항만보다 여객 등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항만으로 육성해, 여객수요와 물류수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미래지향적인 항만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평택항은 서울 및 인천공항에서 100km 이내에 있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쇼핑 관광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휴게공간 기능을 조성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경기도가 조성하고 있는 평택BIX지구와 현덕지구가 최적의 장소로 꼽혔다.
박 교수는 “평택항은 우리나라의 대중국 대동남아, 향후 남북한 간 허리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수도권의 내수와 생산을 위한 배후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기능과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택항 콜드체인, 중국사례 참고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중국의 콜드체인 물류시장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시간도 마련됐다. 국영 콜드체인 기관인 중국콜드체인물류위원회(CCLC) 페이 류 부비서장은 중국의 식품수입시장을 중심으로 콜드체인산업이 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7년 말까지 주요 무역 상대국과 44개의 식품 수출입 협력계약을 맺었고, 140개 국가의 19가지 식품에 대한 공식 증명 확인을 마무리했다. 중국인들의 소비가 품질위주로 변화하면서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식료품은 7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수입식품 콜드체인 물류비용은 약 24억2300만달러에 육박했다.
주요 식품 수입국은 미국(10.5%) 호주(8.9%) 뉴질랜드(8.7%) 인도네시아(7.1%) 순으로, 상하이항 선전항 톈진항 칭다오항 난징항 다롄항 광저우항 황푸항 닝보항 샤먼항 등에서 수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하이항이 133억1000만달러어치 식품을 수입해 가장 규모가 크고, 뒤이어 선전이 81억8000만달러 톈진이 5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는 중국이 콜드체인을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항만 통합’을 꼽았다. 선박들을 한데 모을 수 있게 항만을 통합해 운송능력의 구조적 과잉을 줄이고 신규 취항 서비스를 늘리는 등 국제 경쟁력 향상을 꾀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초상국(차이나머천트)이 랴오닝성항만그룹으로 통합되면서, 진저우항 잉커우항 다롄항 등과 항만인프라 및 콜드체인시설을 통합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통관·감독 등 제도개선을 병행했다. 관세 및 통관작업을 통합하고, 재수출을 위한 원산지 증명서와 건강증명서를 발급해주기 시작했다. 또 바코드(GTIN코드)로 신고 통관 작업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식품별 지정항만을 세운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육류수입이 상당한 중국은 수입육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항만을 29곳 지정했다. 항구도시가 63% 육로와 강항이 각각 26% 10%다. 이와 함께 125개의 콜드체인 검역 및 저장 통합시설을 마련했다. 수입수산물은 유관부서 26곳이 담당하고 있으며, 71곳의 지점 및 항만에서 취급하고 있다.
항만별 콜드체인 특징도 각양각색이다. 육류 지정항만인 닝보·저우산항은 해운으로 운송된 화물을 철도로 옮겨 수송하는 복합(인터모덜) 콜드체인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둥지역 잔장항은 남아시아와 잔장을 직행하는 고속 냉동선을 투입해 화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선전은 보세구역에서 지정 콜드체인 검역 플랫폼을 구축했다.
육상과 항만을 연계한 중국 롄윈강(연운항)의 콜드체인도 이날 함께 소개됐다. 롄윈강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에 힘입어 항만 내 철도시설을 구축함에 따라, 중국 중서부와 중앙아시아로 빠르고 저렴하게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6개에 달하는 고속도로망이 마련돼, 쑤베이 루난 예동 완베이 등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취급한 컨테이너 콜드체인 화물은 약 6만5800TEU로, 수출은 한국 일본 동남아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수입은 남미가 대부분이었다.
중국 롄윈강항만지주집단 천광핑 총경제사는 “2017년 동남아 과일수입을 시작으로, 롄윈강은 동남아산 과일과 중앙아시아 양고기 등 수출입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카자흐스탄과 협력해 알마티와 타슈켄트로 이어지는 중국-아시아 열차로 ‘포인트투포인트’ 운송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터키 이스탄불까지 연결되는 중국-유럽열차를 개통시켜 콜드체인 운송의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롄윈강을 콜드체인 중심항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신규노선 확장을 통한 콜드체인 네트워크 강화 ▲인프라 건설 ▲국제적 콜드체인 공급원 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콜드체인 운송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해상-철도나 해상-수로 등 복합운송을 적극 활용하고, 냉동컨테이너 철송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한다고 전했다. 또 검역 보세 가공 등 부가서비스 기능을 만들어 전문적인 창고 분배, 가공유통, 도시배송 등 다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전문 콜드체인 물류기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롄윈강항의 주력 노선을 이용해 동남아 한국 일본 등으로 과일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신선식품 수출을 추진하고, 시장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설계방안을 마련해 전 구간 콜드체인 물류서비스 현실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평택항만공사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경기도 및 유관기관장, 선사, 포워더, 수출입업체, 부두운영사, 주한외국상무관, 해운항만물류학계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 문학진 사장은 개회사에서 “신규 항로 개설을 유도하고 컨테이너 물동량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세계 경기침체 및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사상 최초로 컨테이너물동량 70만TEU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장 마케팅활동을 강화하여 항만물동량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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