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 14:10

호주항로/ 1년7개월만에 네자릿수 운임 달성

NEAX 재편 가시화…APL 역할 ANL이 대체


호주항로 운임이 성수기에 힘입어 네 자릿수로 올라섰다. 중국이 국경절 연휴에 묵혀뒀던 물량을 쏟아낸 데다, 일부 선사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에 나서면서 고운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64달러를 기록해 올해 첫 네 자릿수 운임을 시현했다. 호주항로 운임이 1000달러를 돌파한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약 1년7개월만이다.

통상적으로 호주항로는 1~2월 춘절 및 설 특수물량을 처리하고 나면 비수기에 접어들어 운임도 덩달아 하락하는 구조를 띠는 편이다. 예외도 있었다.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인 201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연중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처녀취항에 나선 현대상선 에버그린 APL의 중국-호주 공동운항 서비스인 ‘A1X’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 서비스에는 파나막스(4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이 투입돼 성수기에도 운임이 1000달러를 넘어서지 못했다. 올해 6월 한때 운임은 200달러 중반 대까지 추락해 바닥시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선사들은 임시결항을 수차례 단행하면서 빠르게 위기를 모면했다.

중국시장이 회복되면서 한국시장도 수혜를 입고 있다. 18일 현재 부산발 호주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평균 800~100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프리미엄서비스인 주말편 운임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국경절 연휴동안 블랭크세일링이 겹치면서 선복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달 중순부터 중국발 화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중국 선복 할당량이 대거 늘어난 반면, 한국발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시황 상승 기류에 힘입어 일부 선사는 다음달 운임인상(GRI)을 계획하고 있다. TEU당 평균 200~300달러, 최대 500달러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밀어내기 특수물량을 고려해 12월 중순까지 호조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월부터 본격화되는 황산화물 배출규제로 선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호주항로는 저유황유 관련 부대운임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대부분 95~100%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선적 이월(롤오버)을 경험하는 선사도 더러 포착되고 있다.

전달 해운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EAX’ 컨소시엄은 해체보다 회원선사가 재편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ONE 현대상선 하파크로이트 양밍 에버그린 APL 등이 공동으로 운항하는 ‘NEAX’ 컨소시엄은 다음달 21일을 마지막 항차일정으로 계약한 상태다. 올해 유독 저운임에 시달린 탓에 일부 선사는 한국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다음달 28일부터는 새롭게 재편되는 NEAX 회원 선사들이 화주들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APL이 NEAX에서 빠져나가는 대신 호주선사 ANL이 바통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CMA CGM그룹의 계열사인 APL은 그룹 정책에 따라 호주서비스를 계열사인 ANL에게 모두 넘길 예정이다. 현재 ‘A3’ 컨소시엄의 회원선사인 ANL은 APL의 호주서비스를 이어받음에 따라 2개의 컨소시엄을 동시에 운영하게 됐다. 이에 따라 ANL의 한국발 호주행 서비스는 한 항차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APL이 운항하던 ‘A1X’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져 아시아발 선복량은 기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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