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4 09:48

“터보프롭이 안전하고 가성비좋은 하늘여행길 선도할 것”

인터뷰/ ATR 장다니엘 코자우브스키 영업이사
경량기체로 연료소모량 40% 감축…버스길 대체수단 자리매김
울산지역 신생항공사 하이에어 ‘ATR72-500’ 2기 처녀비행 계획
 

제트기가 제패 중인 우리나라 하늘길에 ‘터보프롭’이 10여년만에 재등장했다. 제트엔진의 힘을 이용하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터보프롭은 터보제트에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 티웨이항공의 전신인 한성항공이 ATR의 터보프롭을 운항했지만 파일롯의 조종실력 미흡으로 착륙사고를 겪으면서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다.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ATR를 대표해 한국을 찾은 장다니엘 코자우브스키 영업이사를 지난 14일 서울의 한 식당가에서 만났다. 장다니엘 이사는 지난 한성항공 사건으로 빚어진 오해를 불식시키며 터보프롭의 안전함과 경제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ATR에 대해 소개해달라.
 
ATR는 프랑스계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가 합작한 지역항공기 제조업체로, 상업용 터보프롭(30~90석) 부문 세계 1위(시장점유율 74%)를 자랑한다. 전 세계 200여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1500대 이상의 터보프롭을 납품했다. 지난 10년동안 전 세계적으로 신규 노선을 개척한 하늘길은 매년 약 100여건에 달한다. 향후 2038년까지 414개의 노선이 신설될 거로 본다. 대륙별로 가장 점유율이 높은 곳은 아시아태평양으로 37%(400여대)를 자랑한다. 뒤이어 유럽 30% 미주 23% 아프리카·중동 10% 순이다. 
 
Q. 터보프롭의 특징은?
 
터보프롭은 가벼운 데다 연료효율성을 갖추고 있어 항공사로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제트엔진보다 연료 연소율이 훨씬 낮은 터보프롭 터빈엔진과 프로펠러를 달고 있어 연료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4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또 제트 항공기가 착륙할 수 없는 소규모 공항을 운항할 수 있어, 지방과 지방을 연결하는 노선을 신설하는 데 제격이다. 일반 민항사와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있고,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터보프롭은 매력적인 기체다. 
 
Q. 옛 한성항공 사건과 비교해 개선된 점은?
 
과거와의 가장 큰 차이는 국토부의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신규 항공사가 AOC(항공사업자인증)를 취득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조종사 훈련이 엄격해졌다. 우리의 터보프롭을 인도한 하이에어도 훈련목적으로 조종사 한 명당 승객을 태우지 않고 30회의 시험비행을 거쳐야만 했다. 2006년 당시에는 없던 규제로, 가장 근본적인 변화요인이다.

또 제조사로서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비행안전 관련 전담부서를 내부에 두고 있고, 당국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안전조치를 수립·이행하고 있다. 
 
Q. 한국이 터보프롭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에는 미개척 국내노선이 많고, 단거리 국제노선도 대도시 위주로 편성돼 있다. 지역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다양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우선 호남과 경상지역을 잇는 항공노선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국내선은 김포-김해, 김포-제주 등 남북노선이 절대적이다. 터보프롭이 상용화되면 시외버스가 장악한 동서구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지역공항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부산 청주 무안 대구 등 지역공항들이 허브화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중국 북서부·일본 남부도시를 연결하는 단거리 국제노선을 신설해 해외여행객들을 유치해야 한다. 터보프롭이 보편화되면 서울 제주 편중현상을 줄여주고, 지역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외에도 도서지역인 섬과 육지를 연결할 수 있다. 가령 울릉도 흑산도 백령도와 내륙을 연결하는 항공편을 고민해볼 수 있다. 세 섬은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따라 향후 공항이 세워질 예정이다. 공항 활주로 길이는 1200m로 매우 짧은 편이다. 터보프롭이 단거리 활주로에 이착륙할 수 있는 유일한 상업용 항공기인 만큼, ATR가 거는 기대가 크다. 
 
Q. 왜 터보프롭이 한국에선 보편적이지 않나?
 
한국은 간선구간의 여객수가 급증하면서 항공사들이 자연스럽게 터보프롭보다 대형 제트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많은 항공사들이 외형성장을 위해 서울·제주발 항공편과 같은 국내 간선 노선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단거리시장은 과당경쟁과 높은 운항비용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서울에서 다른 지역을 연결하기보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시장에 눈을 떠야 할 때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과 같은 곳에서는 지선구간에서 ATR의 터보프롭이 상용화돼 있다. 

 

 

Q. 섬을 공략한 게 흥미롭다.
 
현재 일부 국내 항공사는 울릉도 흑산도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해 공항만 마련되면 ATR의 항공기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국토부가 다년간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와도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우리는 울릉도에 공항이 마련되면 터보프롭이 잘 활용될 것으로 본다. 울릉도는 1만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육지로 넘어가기 위해 약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배편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파도 영향으로 운항이 취소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긴급상황이 발생한다면 항공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요예측분석에서도 충분히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울산을 본거지로 하는 항공사 하이에어가 터보프롭 운영을 앞두고 있다.
 
울산지역 신생 항공사인 하이에어는 최근 두 번째 ‘ATR 72-500’ 터브프롭을 인도받았으며, 연내 처녀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AOC 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공급좌석 수는 총 50석이다. 원래 72석이지만 국내 항공법에 따라 50석으로 개조하고 레그룸(좌석 앞뒤 간격)을 넓혔다. 하이에어가 ATR를 선택한 이유로는 제트 항공기보다 우수한 연료효율성으로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는 게 컸다.

또 아태지역에 ATR의 고객사가 많고 고객지원망이 강하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취항노선은 국내선(울산-김포)을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국제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이 울산-김포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만 하루에 몇 편이 없는 데다 시간대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이에어는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올 수 있는 항공편을 마련해 여행객들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하이에어가 도입한 ATR 72-500


 
Q. 카고프롭 화물기가 있다고 들었다.    
 
전 세계 100여기의 ATR 화물기가 운항하고 있다. 대부분은 여객기였다가 화물기로 개조했다. 이미 카고프롭 화물기를 운영 중인 페덱스는 신규 화물전용기 모델인 ‘72-600S’를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아시아에서는 세부퍼시픽이 화물칸 출입문을 크게 만들어 항공기를 개조·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는 이 두 회사를 굉장히 큰 기회로 보고 있다.

또 아시아는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고 있어 가장 기대되는 시장이다. 우리가 공략할 곳은 지방 소도시다. 대형 항공기는 벨리칸에 화물을 싣는 데다 여건상 허브공항만 갈 수 있다. 지방까지는 육상운송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터보프롭은 소도시로 비행하기 쉽고, 최대 적재규모가 7t이라 전자상거래용 화물에 적합하다. 중소도시에서도 저렴한 물류비용으로 소화물을 받아볼 날이 올 것이다.
 
Q. 독자에게 한마디.
 
한국은 터브프롭이 익숙하지 않아 안전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전 세계 100개국 200여개 항공사가 이용하고 있다는 걸 보더라도 안정성은 이미 보장됐다고 본다. 과거 사례를 짚어볼 때 터보프롭이 도입되면 항공운임이나 노선연결성이 좋아졌고, 결국 사람들이 애용하게 됐다. 사람들이 한두 번 타게 되면 반드시 인식을 바꿀 것이다. 한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다주길 바란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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