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해운산업 재건과 지원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해운업계의 의견이 나왔다.
정태순 한국선주협회 회장(장금상선 회장)은 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진행한 해수부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됐는데 현실에 비해 금리가 높고 규모도 적다”며 “해양진흥공사의 규모가 훨씬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현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정 회장은 “이왕에 세워놓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게 근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진행 상황에 대해선 “100% 만족하진 못하지만 방향은 잘 잡고 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해 정부 정책에 긍정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임 장관이 세워 놓은 5개년 계획이 올바른 방향이란 데 공감한다”며 “해양진흥공사의 본래 책무는 해운사 지원이고 지원을 잘하기 위해선 가지고 있는 폭이 넓어져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정 회장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현대상선, 초대형선 도입하면 흑자구조로 전환
국감에선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전망을 놓고 문답이 오갔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영천·청도)이 “해운 지원 예산 6조6000억원 중 75%인 4조가 넘는 돈이 현대상선에 지원되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문성혁 장관은 “2만3000TEU 선박 12척과 1만5000TEU급 선박 8척 등 20척이 투입되면 흑자 구조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많은 선박을 신조로 도입하면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느냐”고 재차 질문했고 문 장관은 “내년 4월에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안정적인 화물 확보를 위한 증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만희 의원은 2자물류기업 부담금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기업 2자물류자회사들이 국내 전체 화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70%가 외국선사에 선적되고 있다”며 “문제 해결책으로 외국선사에 대한 부담금을 물리자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 계열사 화물 30% 이상을 거래하면 증여세를 내도록 한 이후 2자물류회사들의 횡포가 극심해졌다며 2자물류기업들이 2자물류 비중을 줄이기 위해 3자물류 화물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이 의원은 2자물류 제재 내용을 담은 개정 해운법에 대해선 “이번에 시행되지만 완전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박완주 의원은 평택당진항과 대산항을 묶어 국내 다섯 번째 항만공사인 서해안중부권항만공사를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세계 10대항만이 아시아에 몰려 있고 이 중 중국에 6개항이 있을 만큼 동북아에서 중심항 확보를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국내 무역항 31곳 중 총물동량 순위는 부산 광양 울산 인천 평택당진 대산 순인데, 이 중 4곳은 항만공사가 설립돼 있다”며 “서해안중부권항만공사도 평택당진항이 자동차 물동량을 가장 많이 처리하고 있어 물류비 경쟁력이 있는 데다 (인근에) 포승국가산업단지 고대국가산업단지 부곡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어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성혁 장관은 박 의원이 항만공사 설립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재정자립도를 조사해 5번째 항만공사의 필요성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자 “평택당진항과 대산항 등 여러 항만을 묶어서 하나로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도·동남아항만 진출로 신남방 정책 실현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신남방정책의 하나로 적극적인 동남아 항만 진출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관심 사안은 인도와 동남아”라며 “이곳에 진출하려면 기반시설인 해운항만이 함께 들어가야 장기적인 경제 토대 형성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문 장관은 “전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재임기간에 이뤄지지 않더라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배후단지 개발과 병행되는 해외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 해양진흥공사나 항만공사 같은 경제력 여력이 있는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기관들이 참여하려면 몇 가지 제약이 있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K-GTO란 이름으로 해외 항만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국감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처남인 정모씨가 근무하는 보나미시스템의 서계우 대표(두우해운 부사장)와 계열사인 동친해운의 이용국 대표가 나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서계우 대표는 “두우해운이 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지원 신청을 한 적이 없다. 특정 선사에 지원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전혀 없었다”며 일각의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정태순 선주협회 회장도 “한국해운연합은 한진해운 사태가 나고 현대상선도 어려울 때 컨테이너선사 15곳이 외국선사와 대항하고 구조조정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며 “가입해선 혜택이 없었고 모든 컨테이너선사들이 다 들어왔기 때문에 (특정 선사 가입을 위한) 압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용국 대표는 매각한 선박 <동친상하이>가 북한 석탄 수송에 이용됐다는 지적에 “선박을 판 이후의 상황은 잘 모른다”며 “북한 석탄을 수송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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