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3 09:01

판례/ 모든 화물을 검량사가 검량하라고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9.9자에 이어>
■ 울산지방법원 판결전문 
【사        건】  2018고단3270 항만운송사업법위반
【피  고  인】  1. A 남 80.생
2. B 남 85.생
3. C 남 66.생
4. D 유한회사 대표이사 A
【검        사】  변OO(기소), 김OO(공판)
【변  호  인】  변호사 OOO(피고인들을 위해)
【판결 선고】  2019년 5월9일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
 
누구든지 감정사 또는 검량사가 되려면 해양수산부장관이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하며, 이러한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감정 또는 검량 업무를 해서는 아니된다.
 
피고인 유한회사는 수출입 화물의 D 검정(감정) 및 분석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인 A는 위 유한회사의 대표이사이며, 피고인 B, C는 위 유한회사 소속 직원이자 감정사 또는 검량사 자격 없이 감정 및 검량업무를 하는 자로서, 피고인 A, B, C는 직원인 피고인 B, C가 감정사 또는 검량사 자격이 없어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등록을 받지 않았음에도 감정 및 검량업무를 하기로 모의했다.
 
1. 피고인 B, A의 공동범행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공모 하에 피고인 B가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등록을 받지 않았음에도 위 유한회사 소속의 직원으로서 2018년 3월15일 오전경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 공장에서, 수입 화물의 계량, 샘플링, 수분측정, 분석 등 감정·검량 업무를 한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2018년 7월20일경까지 총 341회에 걸쳐 등록 없이 각 감정·검량 업무를 했다.
 
2. 피고인 C, A의 공동범행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공모 하에 피고인 C가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등록을 받지 않았음에도 위 유한회사 소속의 직원으로서 2018년 3월16일 오전경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 공장에서, 수입 화물의 계량, 샘플링, 수분측정, 분석 등 감정·검량 업무를 한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2018년 7월26일경까지 총 210회에 걸쳐 등록 없이 각 감정·검량 업무를 했다.
 
3. 피고인 D 유한회사
피고인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인 A, 직원인 B, C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해 위와 같이 각 위반행위를 했다.
 
2. 판단
 
피고인들 및 담당 △△, □□ 직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 B, C가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의 제련공장이나 창고, □□ 창고 등으로 운반된 광물에 관해 양하,계근 과정이나 샘플링 및 수분 측정 과정 등을 감독하고 수거한 견본을 영국 법인인 ◎◎에 전달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검사는 위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가 항만운송사업법 제2조 제1항 제15호의 감정 또는 제16호의 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기소했다.
 
위 각 규정에 따르면, 감정은 ‘선적화물 및 선박에 관련된 증명·조사·감정을 하는 일’로, 검량은 ‘선적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 그 화물의 용적 또는 중량을 계산하거나 증명하는 일’로 각 정의된다.
 
그런데 위 법 제2조 제1항 각호가 ‘화물’과 ‘선적화물’을 분명하게 구별해 사용하고 있는 점, ‘항만에서 화물을 선박에 싣거나 선박으로부터 내리는 일’(제4호)과 ‘항만에서 선박 또는 부선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행위’(제5호), ‘항만에서 선박 또는 부선을 이용해 운송된 화물을 창고에 들여놓는 행위’(제6호), ‘항만에서 선박 또는 부선을 이용해 운송될 화물을 하역장에서 내가는 행위‘(제7호), 항만에서 선박 또는 부선을 이용해 운송된 하물이나 운송될 화물을 하역장에서 싣거나 내리거나 보관하는 행위’(제8호) 등을 세분해 각각을 별도의 항만운송의 종류로 열거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위 법에서 말하는 ‘선적화물’이란 ‘선박에 선적된 상태의 화물’로 보아야 하고 ‘선적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란 ‘화물을 선박에 싣기 시작한 때부터 완료할 때까지 또는 화물을 선박에서 내리기 시작한 때부터 완료할 때까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문리해석상 타당하고, 이미 선박에서 내려져 화주의 창고나 공장으로 운반된 화물을 선적화물이라거나 선박에서 내릴 때의 화물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유추, 확장해석에 해당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단된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사실 기재, 각 화물은 모두 선박에서 내려진 다음 화주인 △△나□□의 창고 또는 공장으로 운송된 화물이 분명해 선적화물이나 선박에서 내리는 중의 화물이 아니므로, 설령 피고인들이 감정사나 검량사 등록을 하지 않고 위 화물에 관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감정, 검량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행위가 위 법 제32조 제1호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주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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