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IPA)가 연내 개장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인천신국제여객터미널을 놓고 카페리선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나온 시설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통합 운영사 체제 도입으로 하역요율 부담이 커질 거란 지적이 제기된다.
IPA는 지난달 23일 통합 운영법인인 ‘인천국제페리부두운영’과 인천항 신국제여객부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인천국제페리부두운영은 운영사 선정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진공사 컨소시엄이 설립한 회사로, 향후 30년간 신국제여객부두의 장치장과 게이트 등을 통합 관리 운영하게 된다.
컨소시엄엔 영진공사와 선광 우련통운 등 인천지역 하역사와 재경 하역사인 동방이 참여했다. 이들 4개 기업은 현재 인천항을 운항하는 한중카페리선사 9곳과 하역 계약을 맺고 있다.
▲영진공사는 위동항운 연운항훼리 ▲선광은 한중훼리 ▲우련통운은 진천국제객화항운 범영훼리 진인해운 ▲동방은 대인훼리 단동국제객화항운 화동해운의 하역을 각각 맡고 있다. 과거 (주)한진이 연운항훼리 하역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비용과 수익성 문제로 철수했다.
문제는 중간에 통합 운영사가 끼면서 선사들의 하역료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페리부두운영은 IPA에 임대료를 주고 부두 시설을 빌린 뒤 이를 다시 하역사에게 임대해 전대료를 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IPA는 신터미널 임대료를 첫해 40억원으로 책정한 뒤 매년 3억원 정도씩 단계적으로 인상해 5차년도엔 51.8억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선사들로선 신터미널로 옮겨가면서 현재 내고 있는 임대료보다 최대 16억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제1여객터미널 제2여객터미널로 나뉘어져 있는 현재 체제에선 연간 36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터미널 밖에 위치한 ODCY(부두밖 장치장)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하역료는 대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4개 하역사는 신국제여객터미널에 위치한 부두내 장치장(온독CY)이 협소해 별도의 ODCY를 조성할 계획이다. 선광과 우련통운은 남항 인근의 선광종합물류(SLC) CY를 이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나머지 2곳은 IPA가 제공하는 ODCY를 이용할 예정이다.
하역사들은 터미널 이전으로 시설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를 하역료에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통합 운영사가 수익폭을 높게 책정할 경우 하역사로부터 받는 전대료가 오르면서 하역료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카페리선사와 하역사는 ODCY 확보비용과 터미널 임대료 인상, 통합 운영사 비용과 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신터미널의 하역료는 현재보다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추산한다.
향후 신국제여객부두 하역이 통합 운영사에 투자한 4개사 독과점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도 선사들로선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IPA가 독과점을 막기 위해 하역 계약은 운영사가 아닌 개별 하역사와 선사가 체결하도록 했지만 이 같은 장치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거란 지적이다. 제3의 하역사가 추후 4개 하역사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운영사로부터 시설을 임차해 사업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선사 관계자는 “다른 하역사가 진출하더라도 통합 운영사에서 투자사가 아닌 제3의 하역사에 여러 형태의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인천 지역 국제여객터미널 하역은 4곳이 독과점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루즈부두 건설비 카페리선사에게 전가”
그렇다면 IPA는 왜 이 같은 통합 운영사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현재의 국제여객부두엔 시설을 관리하는 운영사가 없다. IPA-개별하역사-선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신여객부두에만 유독 운영사를 뒀다. 하역사들은 지난 2년 동안 신터미널을 IPA로부터 직접 임차해 하역하는 내용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IPA가 막판에 통합 운영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터미널 건설 비용 회수를 위해 IPA가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신국제여객부두 건설엔 67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정부에서 1400억원, IPA에서 5300억원을 댔다. 크루즈부두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전체 사업비가 대폭 뛰었다는 분석이다.
IPA는 중국 자본을 유치해 크루즈터미널과 신국제여객터미널 배후단지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중심의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사업비를 회수하는 이른바 골든하버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사드사태 후유증으로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IPA는 결국 통합 운영사를 설립하고 임대료를 인상해 지금까지 들어간 사업비를 충당하는 쪽으로 계획을 선회했다는 해석이다. 회심의 역작인 크루즈부두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IPA가 크루즈부두 투자로 초래된 손실을 카페리부두에서 메우려 한다는 선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중카페리업계에선 하역료 인상이 결국 인천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뜩이나 인천 거점의 카페리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까지 뒤처질 경우 선사들의 주 수익원인 화물이 평택이나 군산 등으로 대거 빠져나갈 거란 시각이다.
올해 상반기 한중카페리항로 수송실적은 여객 98만4100명, 화물 28만9700TEU로, 전년 동기 대비 여객은 58% 성장한 반면 화물은 2% 감소했다. 이 중 인천지역 화물수송실적은 지난해 19만5700TEU에서 올해 18만2300TEU로 7% 감소하는 부진에 빠졌다. 반면 평택은 5% 늘어난 9만3000TEU, 군산은 16% 늘어난 1만4400TEU를 기록,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인천을 거점으로 하는 한중카페리선사들의 화물 처리실적이 매우 부진한 상황”이라며 “하역료 인상으로 운임까지 오를 경우 그동안 한중카페리항로의 중심 역할을 해왔던 인천항의 위상은 급격히 후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터미널로 이전할 경우 부두와 게이트 등 시설은 반으로 줄어드는 반면 선박은 2배로 늘어나면서 터미널이 큰 혼잡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비용 상승으로 선사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터미널 개장 전까지 해양수산부와 IPA가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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