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5 09:35

전자상거래 성장과 물류수단 변화

기고/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본부장


매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光棍節)가 만들어낸 쇼핑 열풍은 세계 전자상거래와 물류시장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매년 21.2%씩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미국 성장률의 2배 이상 성장을 하면서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 소비층들은 소득수준 증가와 현실 지향적 소비패턴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성장시키는 중심에 서 있다. 중국을 위시한 전세계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변화와 소비 지향적인 행동은 글로벌 유통업과 물류업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들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유통업은 4차 산업기술을 장착한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플랫폼을 통해 주로 성장하고 있으며 물류업은 이러한 유통체계 변화에 따라 최종 고객배송(Last-mile)에서 신속, 정확, 저렴한 물류에 초점을 맞추게 돼 물류체계 전체의 변화도 진행 중에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시간에 즉시 그리고 안전하게 상품을 안전하게 받는 쪽으로 요구가 더해가고 있고 유통기업과 물류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그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구매 선호도는 <그림-1>에서처럼 신속 배송과 저렴한 가격을 동등한 비중으로 선호하고 있다. 즉, 상충의 여지가 있는 배송비와 신속성, 두 요인을 동등하게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빨리 받기 위해서 높은 물류비를 지불해야 하고 배송 속도가 느릴 경우는 대부분 저렴한 물류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이기적인 구매 패턴은 둘 다를 만족시키기를 원하고 이에 더해 정확성과 안정성까지 요구하고 있어 유통 및 물류업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그들의 사업구조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물류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두 가지 상충되는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정보와 기술의 힘을 빌려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이 유통·물류기업의 위에서 굴림할 수 있는 것도 스마트 폰이라는 통신 기술의 산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 폰은 고객들에게 상품을 구매할 때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채널을 열어 준 것이다. 스마트 폰의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어떤 상품이 어느 곳에서 가장 싸고 가장 빨리 배송될 수 있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이는 결론적으로 현재 백화점, 쇼핑몰, 홈쇼핑 등의 기존 유통 형태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A라는 사람은 상품을 구매할 때 백화점, 쇼핑몰, 할인점 등을 돌며 눈으로 상품의 상태, 기능 그리고 질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스마트 폰으로 해당 상품이 가장 싼 곳을 찾아서 연결된 결재 시스템을 통해 바로 구매를 하는 것이다. 결국 큰 돈을 투자해서 상품을 진열하는 기존 유통형태는 수익을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한테 빼앗기는 형국이 되고 있고 이는 스마트 폰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힘이 소비자에게 권력을 준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상품구매 패턴 변화는 <그림-2>에서 보여주듯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때 수단으로 점차 스마트 폰 통한 유통플랫폼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쇼핑 빈도도 더욱 높아지는 동인이 되고 있다.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가 유통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고 물류체계 변화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이제는 물류수단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자상거래에서 주로 판매되는 상품은 책, 옷 등 소형제품들이 대부분이나 최근 점진적으로 가구, 전자제품 등 중대형 상품군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또한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상품은 대략 80% 이상이 항공을 통해서 전세계로 소비자들한테 배송되고 있다. 주요 이유는 신속한 배송에도 이유가 있으나 대륙을 넘어서 이송되는 원거리 상품들이 많아서 항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신속배송을 원하지만 저렴한 배송도 동시에 원하고 있는 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실이다. 결국 고객의 선호를 따라 잡아야 전자상거래 기업과 물류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항공을 통한 전자상거래 물류에서 항공물류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 때문에 그 비용 대비 적절한 시간 절감효과를 실질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림-3>에서 알 수 있듯이 항공물류는 사람, 건물 그리고 특정지역을 테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엄격한 통관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상품이 항공기에 탑재될 때부터 운송돼 하역하는 과정에서도 상품과 관련된 엄격한 검수, 검량, 검역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반대로 해운을 통한 상품의 경우 당연히 통관과정을 거치지만 항공과 같은 항공처럼 엄격한 통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는 항만이라는 제한되고 분리된 공간만 오가는 선박과 달리 항공기는 우리들의 머리 위로 날라 다니기 때문에 테러 이용에 훨씬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한계점들이 비싼 항공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저렴한 해운을 이용할 경우 상황에 따라 가성비가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중국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상에 소개된 미국산 상품을 구매하면 해당 상품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으로 배송되고 다시 인천항의 카페리 물류체계를 이용해 중국 동북으로 이송하는 형태의 복합물류가 가능해 질 수 있다. 이론상으로 중국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미국에서 항공으로 중국으로 바로 이송될 경우 더 빠를 수도 있겠으나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이외 지역은 항공과 연계된 내륙물류체계가 열악하다. 또한 규모의 경제에서 미국 공항에서 인천으로 이송되는 화물은 많은 반면 중국의 지방공항으로 가는 상품은 상대적으로 적어서 물류비가 훨씬 높다. 반대로 인천항에서 중국의 항만으로 연결되는 카페리 연계체계는 잘 돼 있고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을 결합하게 되면 중국 소비자들의 직구가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연계한 복합물류체계를 이용해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그림-4> 참조).
 


결론적으로 이러한 국가간, 대륙간 전자상거래의 복합물류체계가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구축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해운물류의 시간적인 약점은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숙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이 전자상거래 전용 풀필먼트(fullfilment)물류센터이다. 아직 항만과 항만배후단지에 전자상거래 전용 풀필먼트 물류센터가 만들어진 곳은 드물지만 해당 물류센터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게 된다면 중요한 물류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아마존은 주요 물류거점에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활용해 전략적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경쟁기업보다 우월한 서비스와 저렴한 비용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풀필먼트 물류센터들이 소비자가 인접한 항만에 만들어질 경우 상품은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이미 해당 물류센터에 보관돼 있고 AI나 로보틱스 기술로 장착된 무인화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의 주문과 함께 신속하게 배송할 경우 현재 해운물류체계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래는 소비자들이 있는 곳의 여건과 그들의 요구하는 니즈에 맞춰서 맞춤형 물류체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는 현재 항공 중심의 전자상거래 배송체계가 해운물류수단이 포함된 복합물류체계로 바뀔 수 있는 동인이 되고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복합물류체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항과 항만배후에 최첨단 풀필먼트 물류센터가 설립돼 해당 물류체계의 서비스 수준을 극대화시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향성은 추정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것, 소비자의 니즈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강화될 것이라는 것 등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자상거래 물류체계와 수단의 변화 역시 예측 가능한 범위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 전자상거래 물류체계가 4차 산업기술의 도움을 받은 복합물류체계로 구축된다면 공항과 항만, 특히 항만은 현재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단순하게 예상한다면 자동화 항만과 첨단 풀필먼트 물류센터가 연결되는 형태일 수 있으나 한발 더 나가면 무인선박, 스마트 항만, 무인물류센터, IoT중심의 장비정비체계, 드론중심 항만관리체계, 무인트럭 등으로 연결되는 하드웨어 시스템과 빅데이터 기반 소비자 구매패턴 예측, 블록체인기반 무역거래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장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 미래 항만들은 우리가 공상영화 속에서 보던 장면과 유사하게 바뀔지도 모른다(<그림-5> 참조). 어쨌든 현재 유통기업과 물류기업들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그들의 경쟁력을 계속 높여나갈 것이고 이러한 노력이 축적되면 새로운 유통체계와 물류체계가 만들어지면서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빨리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변화를 예측하면서 현재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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