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3 16:09

"해외항만개발, 공공·민간 역할 분리해 효율성 극대화해야"

제1회 해외항만개발 지원협의체 정기협의회 개최


우리 기업들의 해외 항만건설시장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분리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수요예측이 확실하지 않고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항만터미널 건설사업의 특성상 재원조달은 공공이 맡고, 터미널운영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일회계법인 유옥동 이사는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오키드룸에서 개최된 제1회 해외항만개발 지원협의체 정기협의회에서 “타 인프라(도로·철도·에너지)의 해외사업 특성을 비교해 볼 때 항만인프라는 수요 주기와 수요예측 가능성이 중간수준이지만 단위당 요금수준이 높고 매우 많은 투자를 요한다”며 투자유치의 어려움을 전했다.

선사와 물류회사가 주요 고객층인 항만과 달리 일반 국민들이 직접 수요층인 에너지 도로 철도 등은 수요예측이 쉽고 단위당 요금도 낮은 편이다. 특히 에너지는 항만처럼 투자규모가 상당하지만 전 국민이 사용하는 필수 공공재인 만큼 수요예측이 수월하다. 유 이사는 중상수준의 수요를 자랑하는 철도는 투자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고, 도로는 수요가 많지만 투자액은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항만개발, 수요 ‘불확실’ 수익 ‘직접회수’…투자위험도 가장 높아

항만·터미널사업은 민간 투자사 입장에서 투자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험도가 높은 만큼, 목표 수익률도 주요 인프라 사업 중 가장 높았다. A기업의 사업부문별 목표수익률을 살펴보면, 항만·터미널사업 13~17%, 폐기물사업 12~18%, 공항 12~16%, 발전사업(장기계약) 9~13%, 유료도로 8~12% 순으로 집계돼 항만·터미널사업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사업유형별 수익회수 방식을 놓고 보면 항만은 99%를 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지만, 도로 상하수도 에너지 등은 사용료 징수비중이 62% 25%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 도로 등 수요 위험도가 높은 사업일수록 사용료를 받아내는 게 보편적인 수익창출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타 인프라는 정부보조금이나 공공기관·민간업체와의 장기구매계약으로 수익을 회수하고 있다.

유 이사는 “에너지 상하수도 등 타 인프라사업은 정부보조금, 공공기관의 장기구매계약 등을 통해 수요 리스크를 일정부분 보완할 수 있지만 항만은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삼일회계법인 유옥동 이사


유 이사는 국내 주요 투자자들이 해외 항만투자를 우려하는 위험요인 3가지(수요·운영·국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수요 측면의 위험요인은 물동량 처리실적 예측·보장이다. 항만·터미널 사업은 사용자에게 비용을 수취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사전에 물동량을 예측하고 이를 보장할 수 있어야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한편으로 투자자들이 사업에 흥미를 잃고 투자에 손을 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유 이사는 “(투자자가 철수하면) 글로벌 선사와 화주기업들의 물동량이 꽤 보장돼야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터미널을 운영할 수 있는 국내 터미널운영사가 없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제시됐다. 국내 항만·터미널시장에 재무건전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신용도가 ‘BB’로 낮아 금융권에선 적절한 운영사로 보지 않는다는 게 유 이사의 의견이다. 주요 항만공사(PA)들은 공기업으로서 민간보다 재원조달이 수월하지만 터미널 운영역량이 부족한 게 문제로 지적됐다.

유 이사는 “국내 주요 터미널운영사가 하역 운송 등의 업무역량은 꽤 보유하고 있지만, 고객유치나 요율협상 등의 영업력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며 “영업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해외항만사업 대상국이 주로 개발도상국인 점에서 ‘국가리스크’도 재원조달의 고려요인으로 꼽혔다. 우리나라가 해외항만투자를 위한 금융지원에 나서려면 해당 국가가 최소 투자적격등급은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요 국책은행의 최소 투자적격등급은 산업은행 ‘BBB-’, 기업은행 ‘A’ 이상이다.

유 이사는 해외항만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수부의 해외항만개발지원센터(센터) 역할을 크게 4단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사업기획 및 금융전문가를 영입하고 선사들과 신뢰관계를 다져 사업타당성을 갖춘 지원사업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센터가 지원사업을 전담해 사업정보를 확보하고, 글로벌 금융주체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센터가 전용펀드를 총괄할 운영사로 활동해 해외 주요 거점별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해외항만개발사업 투자 확대, 타 부처 연계사업 활성화, 글로벌 항만물류 콘퍼런스 개최 등을 제시했다.

유 이사는 “낮은 투자매력도, 작은 무역규모, GTO(글로벌터미널운영사)의 부재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만큼, 해외항만개발의 근본적인 한계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공공이 (항만 터미널을) 소유하더라도 사업은 민간이 하는 민간 비즈니스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형 GTO 육성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단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DCF 자금으로 유무상 원조개발 지원

해외 해양항만분야 개발에 필요한 정책기금을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국수출입은행 김용태 팀장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 유·무상 원조개발사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수출입은행 EDCF는 지난 1994년 중국 산동성 용구항 확장 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방글라데시 해양아카데미 교육시설 개선사업까지 총 11개 프로젝트사업을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EDCF는 지난 2010년 아프리카 세네갈의 해상인프라 구축사업에 4880만달러(한화 약 580억원)를 지원했다. 당시 EDCF는 접안시설 및 여객터미널 각 2개, 냉동창고 1개동을 신축했고, 카페리 2척을 제공했다. 지원에 힘입어 세네갈 남북지역 간 물류이동이 원활해지자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고, 빈곤지역이던 남부지역의 경제도 발전했다.

필리핀 세부 신항만 건설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에는 EDCF 자금 1억7260만달러(약 2000억원)가 투입됐다. 기존 세부항의 혼잡을 덜기 위해 조성된 이 사업은 물동량 분산으로 비사야스 지역의 물류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김 팀장은 “EDCF 사업단계 전반 유관기관 간 연계체계를 구축해 우리 원조의 경쟁력과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오운열 항만국장


이날 정기협의회에는 한국항만협회, 전국 주요 항만공사, 건설업체, 해운물류업체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해수부 오운열 항만국장은 “앞으로도 해외항만개발 지원협의체를 통해 각 분야와 긴밀히 소통하여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정부도 우리기업의 해외항만시장 진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항만개발 지원협의체는 해외항만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항만시장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6년 민관협의체로 출범했다. 연 2회 정기협의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외항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 사항들을 공유하는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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