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9 09:22

2020년 ‘동전없는 사회’ 진입과 지급결제산업의 성장

기고/김광석 교수

몇 년 전 스웨덴에서 벌어진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은행에 강도가 들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훔쳐가지 못했다. 훔쳐갈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덴마크도 세계 최초의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보여진다. 2016년 1월부터 이미 상점 주인이 결제수단을 카드 및 스마트폰 결제로만 제한할 수 있게 됐다. 길거리의 노점상도 카드 결제기를 갖추고, 교회의 헌금 수납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이체한다. 유럽의 주요국들은 2010년부터 현금 없이 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중국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은 모바일뱅킹과 간편송금 및 간편결제를 이용한 지급결제시스템을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국가가 됐다.

현금없는 사회, 가능할까?

한국에도 현금없는 사회가 올까? 언젠가 택시기사와의 대화에서 이런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3000원 짜리도 다 카드로 결제해서 참 어려워요. 그런데 택시강도는 이제 없어진 것 같아요.” 훔쳐갈 현금이 없는데 강도가 있을리 없다.

한국도 현금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현금사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평균 현금보유액은 약 30.1만원에서 2018년 20.3만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더욱이, 월소득 대비 현금보유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0.2%에서 6.0%로 하락했다. 현금보유액이 감소하는 이유는 ‘간편 송금 서비스 개발’(38.7%)과 ‘현금 도난위험 등 비용부담’(24.3%) 등으로 나타났다. 시대가 거듭될수록 국민의 현금보유 성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금없는 사회로 진입할 시점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 중대한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이 있다. 2013년에는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10.9%였으나, 2019년 1분기에는 27.9%에 이른다. 온라인쇼핑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할수록 현금을 사용하려야 할 수 없는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크게 PC 기반의 ‘인터넷쇼핑’과 휴대폰 기반의 ‘모바일쇼핑’으로 구분되는데, 이미 2015년에 역전돼 모바일쇼핑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0년에 들어서는 70%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동전없는 사회

2016년 12월 한국은행은 ‘「동전없는 사회」 추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동전사용 및 휴대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을 완화하고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전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사업을 추진해 왔다. 동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 갖추어진 전자금융 인프라를 이용해 동전의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동전 줄이는 사회’인 것이다. 화폐 생산의 비용을 고려했을 때, 10원짜리 동전 하나 만드는데 2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제조원가 외에도 지하경제 및 조세회피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고 있어, 화폐 의존도를 낮춰갈 필요가 있다고 평가 된다.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 진입을 위한 비전을 세우고, 도입방안을 계획해 왔다. 거스름돈을 카드에 충전하거나 계좌에 입금해 주는 소액결제망을 구축하는 등 전자금융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될 것이다. 특히, 2017년 실시했던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통해, 편의점 등에서 현금 거래 후 남는 잔돈을 선불카드에 적립하는 방식을 고도화 하고 있다. 시범사업 운영상황을 종합평가해 잔돈적립의 효과를 검증하고, 업종 및 적립수단을 다양화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급결제산업의 성장

동전없는 사회에 진입하고, 점차 현금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 지급결제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상하게 된다. 현금이 아닌 다른 지급결제방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현금이나 카드를 소지하지 않아도 지급결제를 원활히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바로 스마트폰 보급률 때문이다.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달한다. 호주(81%), 미국(81%), 일본(66%) 등과 비교해 현격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을 소지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소지하기 때문에 전자금융 인프라가 확보됐을 때 동전없는 사회로의 이행이 원활한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이 급격히 증가해 왔다.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각종 금융서비스를 가리킨다.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크게 은행 등 금융회사가 서비스 제공 채널을 모바일 기기로 확대한 서비스(모바일뱅킹)와 주로 비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비대면방식의 서비스(간편송금, 간편결제 등)로 구분할 수 있다. 모바일뱅킹 이용건수와 이용금액은 급증해 왔다. 간편송금과 간편결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그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SMS와 PIN, 1회용 비밀번호인증 등의 간단한 인증서비스가 정착되고, 금융 규제 완화 및 모바일 결제앱을 이용한 송금서비스 등으로 지급결제수단이 다양화 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내로라하는 IT 대기업들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앞다투어 출시했으며, 이베이,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한 전자상거래 플랫폼들도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스트라이프(Stripe)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결제서비스 분야의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스트라이프에 등록한 신용카드는 어떤 상점에서든지 결제가 가능하며, 전 세계 135개국 이상의 통화로 결제가 가능하다. 또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도 가능해져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체인식기술과 화자인증기능 등에 기반 해 결제시스템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패미리마트는 파나소닉의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한 무인편의점를 오픈했다. 세븐일레븐도 이미 롯데카드가 개발한 정맥인식기술 등을 활용해 무인편의점을 오픈했다. 구글은 Google Pay와 Google Assistant를 연동해 ‘말한 마디로’ 개인간 송금(P2P)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OK, Google, OOO에게 송금해줘” 한마디로 송금이 가능해졌다. 공인인증서, 복잡한 ID와 비밀번호, OTP가 필요 없어졌다. 구글은 AI 스피커 Google home을 통한 송금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목소리만 듣고도 오직 ‘나’의 명령만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화자인증’ 기능을 갖춰나가고 있다.
 


2020년 동전없는 사회를 맞이할 준비

기업들은 지금결제산업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사업진출 가능성 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금융사들만의 사업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유통사들, IT기업들, 금융사들을 막론하고, 지급결제 서비스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생체인식기술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거나 벤처기업들과의 기술제휴를 시도하기도 한다. 혹은 자체개발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한 사업성을 넘어서 소비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본 산업의 중요성은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적인 노력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는 그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과 산업이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당 영역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양성하고, 경영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현금이 아니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을 제로화 하기 위해 전자금융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2019년에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규제완화의 노력이 증대돼 왔지만, 여전히 낡은 규제들로 인해 새로운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상당한 실정이다.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동전없는 사회로의 이행이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한다.

투자에 관심 있는 개인들이라면, 어떤 기업이 혁신적인 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장에 제안하고 있는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산업보다도 지급결제산업의 탈바꿈이 강하게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이 영역을 선도하는 기업들에 관심을 두는 것은 추천될 만하다. 또한, 혁신적인 지급결제서비스를 가능케 할 혁신적인 지급결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크라우드펀딩 등의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앞에서 거론한 화자인증 기능이나 고도화된 생체인식기술은 지급결제서비스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놓을 것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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