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5 19:39

국적선사 자구노력으로 해운위기 극복한다

3년만에 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 열려
황산화물규제 선화주 상생협력 논의
 
▲선주협회 연찬회에서 정태순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적선사들이 한국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자구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양평 소재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선주협회 연찬회에서 정태순 회장은 인사말에서 해운재건을 위한 국적선사들의 6가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컨테이너 선복 확대와 과당경쟁 지양 ▲황산화물·선박평형수 규제 대응 ▲국적선 적취율 제고를 위한 선화주 협력 강화와 대기업 물류자회사 부당관행 시정 ▲선원복지 향상과 노사 협력 증진 ▲무사고 무재해 실현 ▲국내 항만업계와의 협조를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 이날 연찬회에서 정 회장은 “해운재건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업계 스스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라며 해운기업들의 자구적인 구조조정과 위기 극복 노력을 강조했다.
 
정부의 해운재건 정책에 대한 성과도 소개했다. 정 회장은 “정부 지원으로 초대형컨테이너선 20척 등 총 99척의 신조선이 발주됐고 24개 선사에서 165척이 스크러버(황산화물저감장치)나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등의 친환경 설비 설치를 추진했고 세일앤드리스백(S&LB 매각 후 재용선)을 통해 1000억원을 웃도는 유동성이 해운업계에 공급됐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정기선사 합리화작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앞두고 있으며, 우수선화주기업인증제 도입, 컨테이너 장기표준계약서 마련, 전략화물에 대한 종합심사낙찰제 도입 등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저유황유 안정적 공급 가능

행사에 참석한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은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작년에 통합을 시작하지 않고 지금부터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진해운도 3년 전에만 미리 준비했으면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사들에게 위기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엄 국장은 해양진흥공사와 수협은행이 유동성난을 겪고 있는 중소선사에게 운영자금을 5억원까지 저리 대출하는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금융프로그램은 해진공과 수협에서 각각 이자 1% 0.3~0.5%를 지원하고 선사에서 나머지 3%를 부담하는 구조다. 엄 국장은 “21일까지 26개 선사가 이 프로그램 이용을 신청했고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엄기두 국장은 또 내년 황산화물 규제 시행 이후 안정적인 저유황유 공급이 어려울 거란 해운업계 우려에 대해 “저유황유 공급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엄 국장은 “국내에서 한 해 필요한 선박연료는 970만t 정도로, 이 중 국적선사들이 370만t를 주유한다”며 “현재 GS칼텍스를 제외한 정유 3사에서 내년부터 저유황유 1354만t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저유황유 가격의 경우 “정유사들이 고유황유보다 30~50% 정도 비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


운임공표제 보완 중소선사 맞춤형 서비스 긴요

선주협회는 이날 ▲정기선 ▲부정기선 ▲정책 ▲선원·안전·환경 분야로 나누어 1시간가량 분임토의를 갖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정기선 분야에선 덤핑 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운임공표제를 보완하고 수출입 컨테이너 장기표준계약서 제정에 화주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해 선주협회에서 항로별로 저유황유 할증료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이를 부과하기 위해 화주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선사의 운임협의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에 협회에서 저유황유 할증료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참석자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저유황유 사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간에 ISM(국제선박안전관리) 면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양국 정부만 합의하면 황산화물 규제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 ▲일본의 외항해운 독점금지법 적용제외 재검토 ▲부산 하역사들의 요율 인상과 터미널조작료 인상 ▲해양진흥공사의 합리적인 컨테이너박스 임대 ▲우수선화주 인증제도를 통한 선화주 상생 등의 이슈가 논의됐다.

발표를 맡은 금창원 장금상선 대표이사는 “해운 재건계획 이외에 운임과 서비스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세부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이브오션 조병호 대표가 발표한 부정기선 분야에선 ▲선주협회의 중소선사 맞춤형 서비스 도입 ▲자기부담 비율을 40%까지 요구하는 선박금융 문제 ▲대산항 등의 공동배선제 전환에 따른 예선료 상승 ▲정유사 부당 관행에 대응한 중소 유조선사 공동 대책 마련 등의 의견이 나왔다.

조병호 대표는 “소형선사가 커서 중견선사가 되고 중견선사가 커서 대형선사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며 “협회 차원에서 중소선사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원·안전·환경 분야에선 ▲선원노련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한 단호한 대처 ▲국적선박 척수 감소에 따른 필수·지정선박 조정과 보상금 확대 ▲선원·선박사고 처벌 완화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국적선 포함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 ▲개방형 스크러버 국내 허용 ▲온실가스 규제 대응 마련 등을 토의했다.
 
발표를 맡은 우양상선 채영길 사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처벌 위주의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승선하려는 사람도 없고 해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국제적 합리적 수준으로 해사안전 제도가 개정될 수 있도록 선주협회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분야에선 ▲해운재건정책의 컨테이너선 쏠림 및 세부 선종별·항로별 전략 부족 ▲산은 수은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지원 참여 ▲공공기관의 전략물자 수송 운임 현실화 ▲현대상선 자원 정보의 공유 등이 논의됐다.
 
정책 분야를 발표한 황진회 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해운재건정책 효과와 대상이 특종 업종에 미치는 경향이 있다”며 “LNG선 자동차선 여객선사는 정책에서 제외돼 있어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성장의 방향도 외형보다 내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회원사 대표와 해양수산부 해양진흥공사 한국선급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연찬회는 선주협회 창립 59주년 기념일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협회는 행사에서 정태성 제주시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과 장세호 산업은행 산업혁신금융단장, 강석중 중부발전 연료자재처장, 김미정 서울세관 수출과장에게 해운산업을 지원하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들어 감사패를 전달했다.
 
선주협회는 국내 해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모색하고 정부 관계부처와의 정책조율을 위해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사장단 연찬회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와 한진해운 사태로 2014년과 2015년, 2017년과 지난해는 연찬회가 열리지 못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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