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의 알토란 자산이 될 서컨테이너부두(2-5단계·3선석)가 2022년 상반기 개장할 예정인 가운데 운영사 선정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과거 해양수산부는 북항을 통합하는 조건으로 부산북항 통합운영사 부산항터미널(BPT)에게 신항 2-5단계 운영의 우선협상권을 부여하는 사실상의 ‘수의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부산항의 관리권한을 가진 부산항만공사(BPA)는 국가계약법을 따라야 한다며 운영사의 재무적 역량과 물량확보능력 등을 잣대로 운영사를 선정하는 ‘경쟁입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BPT는 기존 부두통합에서 언급된 협약내용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협약서 명시내용 BPA가 지켜야
BPA가 개발 주체인 신항 2-5단계는 3선석(안벽길이 1.05km)으로 조성된다. 뒤따라 2024년께 개장하는 2-6단계 2선석(0.7km)이 추가되면 2-5단계와 2-6단계를 통합 관리할 운영사가 총 5선석을 맡게 된다. 수심은 20m에 육박하며 신항 초입에 위치해 초대형 선박이 접안하기에 가장 용이한 부두로 꼽힌다.
BPT는 항만당국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BPA의 상위기관인 해수부가 감만부두(옛 BIT)를 통합할 때부터 BIT의 주주사인 한진 세방 인터지스에게 신항 2-5단계 운영사를 선정할 때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당근책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세방 한진 인터지스 BPA 부산해수청 등의 각 임원들은 ‘감만부두 통합 BPA 실무지원협의’에서 우선협상권을 포함한 각종 협의내용을 서명했다. 뒤이어 진행된 신선대부두(옛 CJ KBCT)와의 2차 통합에서도 신항 2-5단계 운영권이 당근책으로 사용됐다. 신감만부두(DPCT)와의 통합 기본협약을 체결한 지난 4월에도 해수부는 일관되게 수의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BPA는 특정 터미널운영사에게 운영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가계약법을 따라야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특정 기업에게 운영권을 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BPT 관계자는 “과거 협의에서 다룬 공문의 전제조건이 신항 2-5단계 운영권 확보인 데다 각자 서명까지 한 만큼 우리는 (이 문서가) 효력이 있다고 본다”며 “(BPA가) 최근 법적 문제로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는데 만약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한계점이 명확했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정부의 공식 발표자료에도 언급된 내용인데 BPA가 한 마디도 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이러니 황당하다”고 전했다.
터미널업계에서는 BPA가 해수부와 운영사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수부가 지난 4월에도 DPCT와의 통합조건으로 BPT에게 신항 운영권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BPA는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BPA가 그나마 취할 수 있는 옵션은 BPT에게 운영권 확보를 위한 가산점을 주는 것 정도다.
신항 2-5단계 경쟁입찰방식이 유력
BPA는 BPT의 입장을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도 수의계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 번째 대안으로 꼽히던 BPA의 터미널 직접 운영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PA는 2-5단계에서 약 10%대의 지분을 가지며, 2-6단계는 2-5단계와 통합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BPA가 100%의 지분을 가지게 된다. 두 곳이 통합하면 지분법상 BPA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BPA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최대 30%의 지분만 확보하고 나머지는 주요 주주사들이 지분을 나눠가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5단계를 직접 운영하다가 2-6단계와 통합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것도 구상했지만 인력 확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BPA 측은 마케팅 계약 관리 건설 장비 분야 등에서 일할 인력으로 약 40여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인 탓에 기획재정부와 해수부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이 되더라도 SPC가 설립되면 40여명을 모두 SPC로 이전해야 한다.
BPA는 오히려 주요 터미널운영사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할 때 고금리 이자를 부담하는 점에서 서컨테이너부두를 운영할 운영사가 항만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2%대의 낮은 금리만 부담하도록 조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BPA 관계자는 “운영사들이 금융권에 갚아야 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화물을 덤핑영업하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운영사가 공사 채권을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건전한 경쟁을 이끌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BPA는 기존 두 가지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미래 신항의 발전방향에 초점을 둔 ‘경쟁입찰’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신항에서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한 부두자산을 특정 운영사에게 주는 만큼 재무적 역량과 물량확보능력도 검토대상이다. 5개 선석을 제공하는 만큼 물량확보능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일부 터미널업계도 BPA의 평가방식은 일정부분 동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8개 선석을 운영 중인 BPT가 신항으로 뻗어가면 3개 선석까지 추가로 맡아야 한다. 11개 선석을 운영하려면 결국 신항 타부두로부터 물량을 대거 유치해야 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협약에서 언급되지 않은 평가항목이 운영권 선정에 반영된 점에서 BPA가 임의적으로 경영능력을 판단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북항 운영사들은 2-5단계를 받는 걸 전제로 통합을 추진해왔는데, 당사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경영능력을 임의적으로 판단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사-터미널운영사 컨소시엄 형태가 유리
BPA는 부산항의 수출입화물 성장률이 1%대에 머물러 있는 점에서, 부산항이 지속 성장하려면 환적화물을 집중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북항통합사가 단순 입찰에 참여하기보다 환적화물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선사와 컨소시엄을 맺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입찰을 고시하면 외국계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나 선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꺾으려면 컨소시엄을 꾸려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컨소시엄 선사가 지분을 투자하면 선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터미널운영사는 선사가 실어오는 환적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 될 거란 의견이다.
BPT가 서컨테이너부두의 주인이 됐다고 가정할 때 BPT의 최대주주인 장금상선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이를 두고 터미널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서컨테이너부두의 수심이 20m에 달하는 만큼 접안효율성과 안전 등을 고려해 중소형급 선박이 주력인 장금상선보다 상대적으로 초대형선박이 주력인 글로벌 선사들이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선박 규모가 작은 국적선사들은 신항 가장 안쪽에 위치한 부두들을 이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부 방침에 따라 북항은 2030년까지 계속 운영되는 데다, 운영시기를 늘릴 수도 있어 장금상선이 계속해서 북항을 의존할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장금상선이 부두를 투자하고 이용하지 않는 건 문제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BPT가 북항의 물량을 신항으로 서서히 이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두가 추후 완전자동화로 운영되면 점차 비용부담이 줄게 돼 장금상선이 수익성을 걱정할 필요는 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컨테이너부두는 현재 완전자동화로 운영할 수 있는 수직배열로 상부공사를 마쳤으며, 완전자동화 방식의 안벽 갠트리크레인(STS)과 레일형 자동화 크레인(ARMGC)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항추가통합·2-5단계 운영사 선정 연내 마무리
북항 통합에서 여전히 마찰을 겪고 있는 자성대부두(HBCT)는 현재 계약 상 2021년 말까지 해당 부지를 사용한다. 2022년부터 해당 부지는 북항재개발계획에 따라 폐쇄된다. BPA가 연내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일부 선석을 대체부지로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HBCT가 BPT와 손을 잡을지 대체부지에서 하역작업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신감만부두를 편입하는 북항 추가 통합시기는 오는 11월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BPA는 물동량 수급전망을 고려해볼 때 2022년에는 반드시 부두를 개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항 2-5단계의 부두 운영사 선정도 11월 전후에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선석당 80만TEU씩 처리하는 운영사가 더러 있어, 체선이 심각하다는 의견이다.
BPA 관계자는 “기존 운영사들은 부두를 더 개장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선사입장에선 신항의 체선이 심해 배를 댈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며 “항만공사로선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두 개장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