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3 09:24

“세계항공업계, 무역분쟁·운항비 증가에 수익성 악화할 것”

IATA AGM 2019서 주니악 사무총장 ‘부정적’ 전망
올해 세계화물 0% 성장, 여객 5% 성장


올해 전 세계 항공업계는 무역분쟁에 따른 화물 수요부진과 운항비 증가 등으로 수익부진에 시달릴 거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알렉산드레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ATA 연차총회(AGM)에서 “올해 항공업계가 10년 연속 흑자를 거뒀지만 임금 연료 항공시설 등 전반적인 비용 증가로 인해 마진은 줄어들었다”며 “항공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률도 정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운항비용 증가율이 매출증가율 앞질러

올해 세계 항공시장의 영업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8650억달러(한화 약 1029조1800억원) 영업이익 436억달러(약 51조8800억원) 순이익 280억달러(약 33조3100억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비 각각 6.5% -7.2% -6.7% 증가한 값이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5.0% 3.2%로 나타났다.

특히 화물부문은 세계적인 무역분쟁으로 교역부진이 예상돼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IATA가 예측한 올해 화물운송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6310만t에 그칠 전망이다.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수준인 1113억달러로 나타났다. 세계 GDP 성장률이 3.1%에서 2.7%로, 세계 교역성장률이 3.9%에서 2.5%로 하향화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화물중량에 운항거리를 곱한 값인 톤킬로미터(FTK) 기준 실적은 2억6200만FTK로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9.7%에 이르던 FTK 성장률은 지난해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3.4%까지 곤두박질 쳤다. 

적재율은 지난해 49.3%에서 1.1%p 줄어든 48.2%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화물당 수익률은 수급상황 악화로 지난해 수준인 12.3%에 그칠 전망이다.

IATA 브라이언 피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화물시장은 경기 선행지표로 봐야 하는데, 미중무역분쟁 외에도 세계적인 무역분쟁으로 1분기 무역량이 줄어들었다”며 “관세부과 등 무역분쟁이 강화되고 있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올해 화물부문의 평균성장률은 잘해봐야 0%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객부문은 수송량 증가에도 경제성장 및 가계소득 부진 여파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객수송은 지난해보다 4.6% 증가한 45억7900만명으로 늘어나고, 예상 매출액도 5% 증가한 5890억달러(약 700조5600억원)를 거둘 전망이다.

하지만 유상여객에 운항거리를 곱한 값인 유상여객킬로미터(RPK) 성장률이 5%로 공급(ASK) 4.7%를 겨우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탑승률은 82.1%로 지난해보다 0.2%p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객운임은 지난해 2.1% 하락했지만 올해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IATA 서울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사진 가운데)과 집행위원회가 2일 연차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올해 고려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원가관리’가 선정됐다. 유류비 인건비 항공시설이용료 등 치솟는 각종 비용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항공사들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예상 운항비는 지난해 대비 7.4% 증가한 8220억달러(약 977조6900억원)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인상이 운항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브렌트유의 평균가격은 배럴당 70달러로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2017년 54.9달러에 견줘보면 여전히 27.5달러 높다. 운영비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5%에서 1.5%p 증가한 25%를 차지했다. 피어스는 “운항비 증가로 항공사들의 단위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2020년까지는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항공업계의 투하자본수익률(ROIC) 전망치는 전년 대비 0.5%p 줄어든 7.4%로 집계됐다.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견줘 아프리카 남미 중동 지역의 수익성이 큰 차이를 보이는 점에서 절반의 항공업계만 재정탄력성을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니악 사무총장은 “올해 항공업계가 10년 연속 흑자를 맞았지만 임금 연료 항공시설 등 전반적인 비용 증가로 인해 마진은 줄어들었다”며 “항공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률은 정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중무역분쟁의 심화로 세계 교역 부진이 고조되면 화물부문에 이어 플러스 성장 중인 여객수송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ATA 알렉산드레 드 주니악 사무총장


북미·중남미, 여객시장 수익성 개선

IATA는 전 세계 6개 지역을 놓고 볼 때 북미 중남미지역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세계 항공여객시장의 수요성장률과 공급성장률은 지난해 7.4% 6.9%에서 각각 2.4%p 2.2%p 줄어든 5.0% 4.7%로 전망했다.

북미지역의 수요 공급 증가율은 각각 4.3% 4.1%를 기록했으며, 탑승률은 0.1%p 증가한 84%를 달성했다. 순이익은 150억달러였으며, 여객당 수익은 지난해 14.66달러에서 14.77달러로 성장했다.

중남미지역 수요 공급 증가율은 각각 6.2% 5.1%였으며, 탑승률은 0.9%p 증가한 82.5%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5억달러에서 2억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여객당 수익도 -1.65달러에서 0.5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아태지역의 수요 공급 증가율은 각각 6.3% 5.7%로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수급조절에 힘입어 탑승률은 0.5%p 증가한 82%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이익은 화물시장의 부진 여파로 지난해 77억달러에서 17억달러 감소한 6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세계항공화물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은 화물운송 부진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순이익이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사건에 대한 항공업계의 대안도 이날 언급됐다. IATA는 항공사들이 수출업체 항공사 지상조업사 해상운송사 정부당국자 등과 정보를 모두 공유하도록 ‘공급망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IATA 관계자는 “수출자가 배터리를 선적할 때 잘못된 정보를 기입할 때가 많아,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위조배터리 적재가 많아지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원천적으로 위조배터리가 선적되지 못하도록 공급망 감시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서로 내용을 공유하는 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위험물질 자동감시도구(오토체크툴)을 이용해 위험물질이 선적될 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사진 왼쪽)과 IATA 집행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B737 맥스8 운항중단 영향 미미”

미국 보잉사가 제조했던 B737 맥스8의 운항 중단 여파가 항공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IATA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IATA는 “협폭동체인 맥스기종은 항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불과하다”며 “전체 기단을 놓고 보면 1%로, 3000여대밖에 생산되지 않아 항공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맥스 기종을 공격적으로 투자한 항공사들은 피해가 불가피하겠지만 항공 수급을 놓고 보면 큰 영향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맥스기종 보유 항공사에 대한 피해보상안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IATA는 “맥스사건은 아직 조사 중이며 IATA와 규제당국이 협업 중이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조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4개 국내 항공사는 지난 4월부터 오는 2027년까지 해당 기종을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맥스8 기종을 몰던 라이언에어와 에티오피아항공이 잇달아 추락사고를 겪으면서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도입을 전면 중단했다.

한편 IATA 이사회와 한진그룹 조원태 신임 회장은 2일 서울총회에서 ▲공항수용능력 가이드라인 준수 ▲국제 탄소감축 계획 시행 촉구 ▲장애인여객 비행환경 개선 ▲여권 대신 생체인식으로 검문하는 ‘ONE ID’ 계획 시행 ▲RFID를 이용한 수하물 추적시스템 전 세계 도입 등 5가지 결의안을 승인했다.

조 회장은 “이번 총회가 항공업계의 기회라는 선물이 어디 있는지, 그것을 둘러싼 위기라는 포장을 어떻게 하면 잘 뜯어내고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항공업계가 발견한 기회와 가능성들이 고객들은 물론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제76회 IATA 연차총회 개최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선정됐으며, 내년 6월21일부터 2일간 진행된다. 주관사는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KLM네덜란드항공이다.

집행위원회 제76대 신임 의장직에는 독일 루프트한자그룹 카르스텐 슈포어 CEO가 선출됐다. 슈포어 신임 의장은 이번 총회 집행위원회의 의장을 맡은 카타르항공그룹 아크바르 알 바커 CEO의 뒤를 잇게 됐다. 2019-2020 집행위원회 멤버는 새롭게 선임된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슈포어 CEO 등 31명의 위원과 사무총장이 맡는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지난 1996년 이후 집행위 위원을 8번 연임해 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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