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3 09:19

'풀리지 않는 대북제재' 남북물류협력사업 갑론을박

북방물류 성공사례 공유…원스톱물류 서비스 눈길


평화무드를 이어오던 남북관계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무력도발로 얼어붙으면서 남북 물류협력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어 북한과의 물류협력사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국제물류협회가 16일 개최한 ‘중소중견 물류기업 북방물류지역 진출 강화 및 남북한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참석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 수출입이 모두 막힌 데다 북한과의 합작사업도 대북제재 위반 우려가 있어 남북협력사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고려해볼 때 ▲북한과의 합작사업 금지 ▲다량의 현금(임금) 지급 금지 ▲물자반입 금지 ▲운송수단 반입금지 등이 당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모두 금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2375호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의 물류인프라 유지보수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거란 예상이다. 또 운송수단 반입금지 조항인 결의안 2397호가 해제되지 않으면 물자운송이 막혀 현재 추진 중인 한반도종단철도(TKR)사업도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최 팀장은 “대북제재 틀 내에서 남북경협을 준비해야 한다”며 “주변국이나 국제기구와 공동연구를 통해 제재 해제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경제상황도 수출과 수입이 모두 차단되면서 악화일로를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최대 수출품목인 무연탄(2015년 수출품목 점유율 기준 42.4%)은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2017년부터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무연탄은 지난 2016년에 체결한 결의안 2270호 2321호에 따라 조건부 수출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결의안 2371호 2375호 2397호에 따라 수산물과 함께 모두 전면 수출금지 규제를 받고 있다. 그 외 섬유 및 의류, 식료품 및 농산물 등도 수출이 규제돼 있다.

수입의 경우 제조활동에 필요한 산업용기계 및 전자기기, 운송수단 반입이 전면 금지돼 있으며, 원유 및 정유제품 등은 수입 상한을 강화한 상태다. 

“해륙복합물류네트워크 구축 나서야”

남북물류사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됐을 경우를 대비해 남북물류협력 사업을 손 놓아선 안 된다는 시각도 포착된다. 우선적으로 양국 간 물류협력사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상운송 후 트럭이나 화물열차로 복합운송하는 ‘해륙복합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유럽 간 운송수단별 무역흐름을 살펴보면 고부가가치 화물일수록 해운과 철송을 혼용하는 해륙복합물류의 활용도가 높았다. 유로스탯, 유럽연합, CEI 등 복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량기준 화물운송수단을 비교해보면 해상운송이 2007년 92%에서 2016년 2%포인트(p) 증가한 94%, 항공이 1.5%에서 1.8%, 철송이 0.8%에서 0.9%로 성장한 반면, 트럭운송은 5%에서 3%로 2%p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치기준으로 놓고 보면 해운은 2007년 66%에서 2016년 64%로 줄어든 반면 항공은 24%에서 28%로 올라섰다. 또 트럭운송이 9%에서 3%p 줄어들었지만 철송은 0.5%에서 2.1%로 올라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은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은 연안해운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해륙복합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연안해운이 활성화되면 부산 광양 인천을 북한 나진 청진 원산 남포 해주와 연계할 수 있을 거라며 우선적으로 거점항 피더부두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본부장은 TKR사업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해상운송 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전세열차(블록트레인)가 움직이고 있지만, 중단기적으로 나진항 배후에 우리나라 북한 러시아가 공용할 수 있는 ‘남북러 블록트레인 허브’(나진-하산-TSR구간)를 구축하자는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산이나 광양으로 구간을 확장해 나진·두만강으로 운송된 화물이 TSR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부산 광양 인천항 등에 우선적으로 온독시스템을 구축하고, 울산 포항 동해 목포 평택 등으로 확장해 복합물류형 항만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TKR가 구축되면 TSR나 TMR(만주횡단철도)를 연결하는 ‘랜드브리지’ 사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송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이 사업의 최대 장점이다.

가령 부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해운을 이용하면 46~54일이 소요되지만 TKR-TSR로 운송하면 해운보다 일정을 5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같은 루트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까지 보내는 것도 21~27일이 소요되는 TCR루트보다 5일 절감한 약 18~25일이면 충분하다. 폴란드 바르샤바로 보내는 루트는 TMR나 TSR를 활용하면 20일대로 운송할 수 있어 35~45일이 소요되는 해륙복합운송보다 약 20일을 앞당길 수 있다.

이 본부장은 랜드브리지 사업이 2030년부터 상용화된다면 멀게는 미국부터 인근 일본 중국 동남아 주요 국가들이 TKR의 잠재적 수요자로 부상하고, 약 127만TEU의 물동량이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선 중국 동북부-미국·일본·동남아 구간에서 69만TEU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 동북부-미국·일본 약 42만TEU, 동남아와 약 27만TEU가 각각 운송될 거란 예측이다. 러시아·중앙아시아-미국·일본·동남아 구간은 35만TEU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중앙아시아-일본이 약 26만TEU, 미국·동남아가 약 9만TEU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일본·동남아 노선도 기대되는 노선이다. 이 본부장은 일본과 13만TEU 동남아와 10만TEU가 오갈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TKR에서 TCR나 TSR로 연계하려면 열차 차량높이, 신호체계, 주파수, 궤도 등의 차이점을 극복해야 하는 점은 여전히 해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청조해운항공 강현호 사장

 
몽골 신선물류, 신규 먹거리로 부상 

우리나라에서 몽골 내륙까지 운송기간이 짧아짐에 따라 몽골 신선물류시장도 이날 세미나에서 주목받았다. 몽골은 추운 날씨와 적은 강수량으로 과일과 야채를 수확할 수 없어 전량을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몽골인들의 중국식품 불신으로 한국산 농산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청조해운항공 강현호 사장은 “지난 2013년까지 몽골 내륙에서 냉동냉장(리퍼)화물을 운송하려면 화물열차만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트럭도 허용되면서 하루배송이 현실화됐다”며 “인천-신강-울란바토르 운송기간이 최저 4일로 크게 단축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저온저장시설과 신선물류 시스템이 없어 농산물 유통관리가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강 사장은 몽골의 기후 특성상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몽골은 한여름에 최대 36°C까지 올라가는 반면 동절기인 11~3월에는 최대 -40°C까지 추락해 극과 극을 달리는 편이다. 온도에 민감한 화물을 최적의 적정온도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몽골은 여름에 주로 냉동수요가 많고 겨울에는 신선농산물을 위한 냉장수요가 많은 편이다.

강 사장은 “울란바토르에 저온저장 물류센터를 건설해 신선농수산물을 몽골로 수출하기 위한 콜드체인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화주 사로잡을 수 있는 ‘원스톱물류’ 부상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물류노하우도 이날 소개됐다. 러시아 물류 전문기업 에코비스통상 김익준 대표는 독립국가연합(CIS)지역 물류환경이 2013년부터 멀티네트워크 형태를 갖추면서 거점별 관리로 체계적인 공급망관리(SCM)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포워더의 역할이 단순 국제운송에 그치는 게 아니라 통관과 수입법인 유통법인까지 관리하는 ‘통합물류’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에코비스통상은 2008년 이전 CIS 지역 물류관리를 각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물류파트너가 건별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책임졌다. 하지만 2012년부터 허브앤드스포크 방식을 갖추면서, 모스크바를 화물허브로 육성해 CIS지역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CIS지역에서 통합물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유통을 한데 묶는 ‘원스톱 통합물류’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주가 제품을 생산한 후 발생하는 모든 물류과정(제품선적-수입통관-내륙운송-물류센터-물품유통-AS관리)을 포워더가 대행하는 것이다. 통상 화주가 직접 처리하는 제품선적과 수입통관까지 포워더가 맡아 화주기업이 제조와 마케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김 대표는 원스톱 통합물류의 성공조건으로 적법성 대응력 전문성 신속성 등 4가지를 꼽으며, 365일 화주들의 애로사항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국제물류협회 배경한 부회장


한편 국제물류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퓨마스로지스틱스 배경한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아시아 몽골 물류시장을 비롯해 북한의 경제환경과 남북경협 여건의 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을 알아가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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