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6 14:13

기획/ 글로벌선사들 외형 커졌지만 수익성은 ‘빨간불’

저운임·고유가에 수익성 크게 악화
현대상선 15분기 연속 적자 ‘부진탈출 언제쯤’


재작년 원양항로의 안정적인 성장에 힘입어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기며 반등의 기지개를 켰던 컨테이너선사들이 1년 만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물동량 증가와 인수합병(M&A)에 따른 시너지로 외형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저운임과 고유가로 수익성은 크게 후퇴했다.

양밍해운 짐라인은 적자전환했으며, CMA CGM 에버그린 코스코도 큰 폭의 수익 감소를 맛봤다. 우리나라 현대상선 역시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유럽항로 운임 약세 지속

지난해 아시아발 유럽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유럽 수출항로 물동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621만TEU를 기록했다. 북미항로 물동량도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물동량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1783만TEU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북미항로는 선복난이 지속된 까닭에 상반기 40피트 컨테이너(FEU)당 평균운임이 2000달러를 밑돌았다. 약세를 이어가던 운임은 하반기 들어 고공행진했다. 선사들의 서비스 감편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밀어내기 물량이 크게 증가하며 서안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년 만에 250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항로 운임은 중국 춘절(설) 연휴 이후 약세를 지속했다. 4월 아시아발 유럽행 운임은 대형선 인도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 쳤으며, 하반기 내내 7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유가상승과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던 선사들은 선복조절에 나서며 운임회복에 전력투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CMA CGM·짐라인 영업益 뒷걸음질

유럽계 선사 중 덴마크 머스크라인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성장세를 띤 반면, 프랑스 CMA CGM과 이스라엘 짐라인은 이익이 크게 후퇴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라인은 지난해 함부르크수드 인수 효과와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외형 확대를 이뤄냈다. 이 해운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83억6600만달러(약 32조39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28.8% 증가한 실적을 신고했다.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 역시 30억700만달러(약 3조4300억원)로 전년 27억7700만달러 대비 8.3% 플러스성장했다.

CMA CGM의 지난해 이익은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영업이익 6억1000만달러(약 7000억원), 순이익 3400만달러(약 390억원)를 각각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15억7500만달러에서 61.3% 급감했다. 순이익은 6억9700만달러에서 95.1% 후퇴했다.

반면 매출액은 234억8000만달러(약 26조8100억원)로 전년 211억2000만달러에서 11.2% 성장했다. 북미항로를 중심으로 수송량이 늘어나며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했지만 연료비 증가와 세바로지스틱스 투자 등에 따른 비용 상승이 수익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파크로이트는 운임 상승과 범아랍권선사 UASC 인수 효과에 힘입어 외형과 내실을 동시사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억2400만달러(약 6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4억6700만달러에서 12.2% 성장했다. 매출액은 136억500만달러(약 15조5400억원)로 전년 112억8600만달러 대비 20.5% 증가했다.

짐라인은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운임하락과 유가·용선료 상승 등이 영업실적을 악화시킨 배경으로 지목됐다. 짐라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60만달러(약 -330억원)를 기록, 전년 1억3510만달러에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1억1990만달러(약 -1370억원)를 기록하며 1년 전 1140만달러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9.1% 성장한 32억4790만달러(약 3조7100억원)로 집계됐다.


 


아시아계 선사들 실적회복 ‘쉽지 않네’

대만 컨테이너선사들은 물동량 증가로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은 악화된 성적을 받아들었다.

에버그린은 전년 1505억8000만대만달러 대비 12.4% 증가한 1692억3000만대만달러(약 6조2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영업이익은 66억6162만대만달러에서 98.8% 급감한 7850만대만달러(약 30억원), 순이익은 70억517만대만달러 대비 95.8% 감소한 2억9391만대만달러(약 110억원)에 그쳤다.

양밍은 영업이익 -63억대만달러(약 -2300억원) 순이익 -65억9000만대만달러(약 -2400억원)를 내며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8.2% 증가한 1418억3000만대만달러(약 5조2500억원)를 거뒀다. 이 회사는 연료비 증가와 수급 악화를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들었다. 연료유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지출은 1년 동안 50억대만달러를 웃돌았다.

중국 코스코쉬핑홀딩스 역시 지난해 부진한 영업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9억9880만위안(약 8500억원), 순이익 12억3000만위안(약 2100억원)을 각각 거뒀다. 2017년에 비해 영업이익은 12%, 순이익은 54% 뒷걸음질 쳤다.

상반기 연료유 가격 상승과 홍콩계 선사 OOCL을 인수한 데 따른 이자비용 급증이 수익성을 압박했다. 매출액은 33% 급증한 1203억위안(약 2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7월부터 OOCL이 연결회사로 추가되면서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일본 선사 ONE(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은 연간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예상실적은 매출액이 앞서 발표한 110억달러 대비 1% 감소한 108억85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순이익은 -6억달러에서 -5억9400달러로 적자 폭이 소폭 줄어들 거란 예상이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 악화에 따른 영향, 유럽 경기, 중국발 환경규제 영향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현대상선, 머스크와 매출액 격차 3.6배→6배

현대상선은 지난해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매출액 5조528억원, 영업이익 -5860억원, 당기순이익 -8052억원을 각각 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은 2.6% 증가하고 순이익은 적자 폭을 줄인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가 확대됐다. 2017년엔 매출액 4조9258억원, 영업이익 -4181억원, 순이익 -1조207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선사 측은 “지역별로 지속된 경쟁 등으로 운임 약세장이 형성됐고 유가상승 영향으로 컨테이너 부문 유류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1위 해운사와 현대상선의 외형 격차는 더욱 커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해 머스크라인의 매출액은 284억달러로 현대상선의 47억달러 대비 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6배에서 지난해 6배로 벌어졌다.

2010년 1.1배에 불과했던 하파크로이트와 현대상선의 매출 차이는 지난해 2.8배로 확대됐다. M&A가 머스크와 하파크로이트의 매출증가에 기여했다는 게 KMI의 분석이다.

선사별 컨테이너수송량에서는 머스크, CMA CGM, 코스코 등의 증가가 두드러져 거대선사 위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KMI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우 물량은 증가했으나 수익이 전년대비 소폭 감소해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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