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5 10:00

결항에 중량규제까지…미주전문 포워더 ‘고난의 행군’

파나마운하청 30일부터 네오파나막스갑문 수심 13.41m로 제한
주요 선사 TEU당 8t 미만으로 중량규제, 일부 선사 5t 제시


최근 카리브항로와 파나마운하를 거쳐 미 동안으로 향하는 선사와 이들 지역으로 화물을 보내는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이 때 아닌 중량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해운물류업계와 파나마운하청에 따르면 최근 ‘엘니뇨’ 현상으로 카리브지역 일대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파나마운하의 수심도 얕아졌다.

운하를 관리하는 파나마운하청은 30일부터 네오파나막스갑문의 수심을 13.41m(44피트)로 제한할 계획이다. 태평양노선 갑문을 지나면 마주하게 되는 가툰호수의 수심을 고려한 결정이다.

운하청이 수심규제를 강화하면서 선사들은 중량화물 적재를 최대한 기피하는 등 부랴부랴 긴급 대책을 마련 중이다. 중량화물이 많이 적재될수록 배가 가라앉다 보니 경량화물을 주력으로 선적해 운하의 수심규제를 피하려는 전략이다.

파나마운하를 거쳐 카리브지역과 미국 동안을 서비스하는 이른바 올워터항로행 선사들은 컨테이너 중량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현재 올워터 노선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최대 중량 8t(공컨테이너 무게 포함)으로 규제하고 있다. 선복 할당량이 부족해 중량문제에 민감한 일부 선사는 최대 중량 기준을 기존 8t에서 5~6t으로 강화했다. 40피트 컨테이너(FEU)는 기존 20t에서 12t으로 강화됐다. 특히 FEU에 중량물이 선적되면 선사들이 화물 선적을 자체 이월(롤오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이 하나둘 중량규제를 들고 나오고 선적도 다음 항차로 지연하면서 포워더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상 TEU에 많이 적재되는 석유화학제품(레진) 철강제품 액체화물 등 주요 중량물 선적이 대거 거절당하고 있다. 탱크컨테이너나 규격 외 화물(OOG·out of gauge)도 선사들의 ‘기피대상’이다. 포워더들은 “자동차 프레임처럼 가벼운 화물 외에는 선적할 수 있는 화물이 마땅치 않다”며 “납기가 급한 화물들은 중량 규제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포워딩업계는 이번 중량규제로 카리브지역에 위치한 킹스턴 자메이카와 자동차 반조립제품(CKD)이 많이 수출되는 미국 서배너, 가전제품공장 인근에 위치한 찰스턴, 소비재 수요가 상당한 뉴욕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화물혼재(콘솔)업계는 중량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이다. 만재화물(FCL)과 달리 소량화물(LCL)은 한 컨테이너에 여러 화주들의 화물이 가득 적재되는 데다, 정시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FCL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운임도 중량 규제에서 벗어나는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한 콘솔업체 관계자는 “콘솔사들은 고정된 스케줄에 수출물량이 일정하다보니 선사들로부터 적재중량을 규제한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1~2개 선사가 최근 공문을 보내긴 했지만 대체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해 프레이트포워더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대규모 임시결항 ‘불난 집에 부채질’

프레이트포워더들은 중량 문제로 선적할 수 있는 화물이 제한된 가운데 선복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 동안으로 향하는 주요 선사들이 5월 운송계약(SC)에서 화주로부터 높은 계약운임을 유도하기 위해 대규모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에 나서다보니, 여유 선복이 부족해졌다는 주장이다. 주요 얼라이언스들이 사전에 고운임을 유지하기 위해 블랭크세일링을 계획했고, 그 와중에 수심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부상했다는 의견이다.

5월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노동절을 앞두고 중국발 화물도 예년처럼 꽤 선적되고 있어 선복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월부터 선적을 예약한 포워더들도 선복부족과 급작스러운 중량규제로 선적이 대거 이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포워딩업체 관계자는 “이번 달에 수송하기 위해 지난달 사전 예약했던 선적 건이 최근 중량 문제로 대거 롤오버됐다”며 “주요 선사들이 4월 3~4주차 신규 선적 예약을 대거 막아놓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5월 SC협상에 영향줄까?

납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안까지 해상운송 후 육상으로 연결하는 복합운송루트를 눈여겨보는 수요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중무역분쟁 여파와 전자식운행기록계(ELD) 장치 설치 의무화 등이 겹치면서 포워더들은 복합운송을 적극 활용해 납기를 맞췄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수출화물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복합운송 수요도 잠잠해졌다.

높은 내륙운송료도 포워더로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서안에서 기아차 공장이 위치한 애틀랜타까지 철송으로 수송하는 IPI를 이용하면 올워터 노선에 견줘 1500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2~3명의 기사가 번갈아가며 운전하는 팀트럭킹 서비스는 3000~4000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실화주가 높은 복합운송료를 지불할 정도로 납기에 민감하지 않은 게 그나마 위안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운하 수심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포워딩업계는 선사들의 중량규제가 계속될 경우 납기가 민감한 화물을 복합운송으로 보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결항과 수심규제가 포워딩업계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선사와 포워더는 5월부터 적용될 최적의 운송계약을 협상 중이다. 지난해 미중무역분쟁에 따른 급작스런 해상운임 폭등으로 포워더들의 피해가 컸던 만큼 대기업 화주들의 입찰(비딩)운임은 전년 대비 대체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운시황이 급변하는 걸 우려해 포워더들은 선사들과 구체적인 운임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최소 선적 보장 물량(MQC)만 논의 중이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임시결항에 급작스러운 자연재해(가뭄)까지 겹치면서 바닥으로 향하던 운임이 최근 반등했다”며 “지난 1월 대기업 물류사들이 선사와의 운임계약을 전년보다 높게 맺은 만큼, 일반 포워더들도 계약운임이 꽤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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