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4 09:51

“유럽-중국 간 완성차 물류망 구축 중”

獨 자동차 물류기업 모졸프 내한…한국시장 진출 희망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익숙한 자동차브랜드들의 본사는 독일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유럽 최대 자동차운송물류기업 역시 독일에서 태어났다. 지난 1955년에 가족기업으로 시작한 모졸프 그룹은 현재 유럽 최대 자동차운송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열흘 간 개최된 ‘서울모터쇼’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모졸프 그룹 대표단(요르그 모졸프 회장, 볼프강 괴벨 최고영업책임자, 데트홀드 아덴 경영고문)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모졸프 회장은 이날 “유럽에서 가장 선도적인 자동차 물류업체”라며 그룹 소개를 이어나갔다. 현재 모졸프는 유럽 전역에 위치한 38곳의 기술·물류센터와 육로 철로 내륙수로를 결합한 복합수송체제를 갖췄다. 이 기업은 현재 28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4억유로(약 5000억원)의 매출을 신고했다.

서비스 범위는 차량 품질관리와 부품 납품 및 재고 관리, 자동차 제작, 운송·보관·출고시스템 관리 등 공급사슬의 처음과 끝을 아우른다. 모졸프 회장은 “우리가 보유한 물류센터는 총 17만대의 차량 수용이 가능하다”며 “운송트럭 1000대, 2단 화물열차(웨건) 350대, 로로선 2척 등 자체 운송 장비로 연간 자동차 300만대를 수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졸프는 이미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한국 주요 자동차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현대글로비스의 유럽 파트너사다. 모졸프 방문단은 한국에 머무는 기간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현대글로비스 캠시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현대자동차 황해경제자유구역청 등 주요 업단체와 만나기로 했다. 한국의 주요 자동차 관련 업체들과 친밀감을 높여 향후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獨 공차율 18%…운송기사 노동환경 개선 주력

간담회에서는 우리나라와 독일의 자동차 운송업계를 비교해볼 만한 여러 문답이 오갔다. 가장 먼저 국내 자동차 운송차량의 높은 공차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소규모의 업체들이 주를 이루는 국내 자동차 운송업계는 전체 화물차량이 공통으로 사용할 물류 연결망이 없어 공차율이 높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A사 자동차를 운반한 자동차 운송트럭이 다시 서울에 올 때 빈 차인 경우가 많다. 때마침 부산에서 서울로 운반할 B사 자동차가 있어도, 해당 운송 건이 서로 공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졸프 회장은 “독일에서의 공차율은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쟁 업체라고 해도 화물에 대한 네트워크가 모두 연결돼 있고, 운송업체 간 물류 효율 증대를 위해 서로 협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자동차 운송체계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 업계의 문제 중 하나인 화물차 부족 문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버스, 택시 등 타 여객 운수업종의 화물취급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모졸프 회장은 “타 업종의 화물 취급은 독일에서도 허용되지 않으며, 독일엔 ‘우버’조차 없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화물 취급에 대한 업종 제한을 풀 경우 물류 서비스의 품질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모졸프 역시 고품질의 운송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방향에 동의하고 있다.

모졸프 회장은 최근 유럽 자동차 운송업계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운송기사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년째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모졸프는 기사 양성을 위해 면허 발급부터 운전, 화물수송 노하우 등 훈련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또 정부 차원에서 동유럽 국가의 인력 투입을 유도하고 기타 외국적 운송기사의 채용을 가능하게 하도록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모졸프 회장은 “무엇보다 기사의 급여와 근로 여건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가 채용한 기사들은 월급 3000유로(약400만원)에 상여금을 별도로 받고 있다. 이들이 일과 여가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물류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모졸프는 온라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에게 모든 운송과정을 100%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연계한 새로운 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모졸프 회장은 “최근 개발 중인 신기술 물류 시스템은 자동차 운송업계에서는 최초일 것”이라며 “시스템 개발을 위해 사내에 특별 조직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歐-中 잇는 ‘실크로드’에 물류망 구축

현재 모졸프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함께 유럽-중국 간 완성차 운송망 연결 사업을 1년 6개월째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철도를 이용해 폴란드의 모졸프 물류센터에서 중국 칭다오까지 원스톱으로 차량을 수송할 수 있다.

모졸프는 칭다오에 자동차 물류센터를 마련하고 컨테이너 하역부터 차량 인도에 이르는 물류 과정을 100% 자체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운송 과정에 필요한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PDI(인도 전 검사) 세차 등 제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모졸프 회장은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하나의 프로세스, 하나의 시스템, 하나의 책임관계 아래 자동차 수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중국 일대일로 정책을 한국과도 연결해 진행하고 싶다”며 “특장차, 전기차생산을 비롯해 스마트·친환경 물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국 기업들과 폭넓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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