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국제여객터미널(제1터미널)의 활용방안을 두고 인천 지역사회와 인천항만공사(IPA)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12월 남항의 신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기존 1·2터미널은 유휴시설이 된다. IPA는 사전에 수립된 활용계획대로 부지매각과 개발사업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인천 옹진군청은 연안여객터미널을 1터미널로 이전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IPA는 이번 1분기 내에 제1터미널 전체 면적 5만3253㎡와 청사건물의 일괄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매각은 부지 일부를 어시장 등 지역주민이 요청한 해양특화상업 용도로 활용한다는 조건 아래 진행되고 있다. 상업용도로 개발되므로 부지의 항만기능은 상실된다. IPA는 항만법에서의 ‘육상항만구역’과 인천시 도시계획시설 상의 ‘항만구역’ 등을 차례로 해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0일 인천시 옹진군청은 기자회견을 열고 연안여객터미널을 제1터미널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IPA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연안여객터미널이 연간 이용객 대비 너무 비좁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므로, 비교적 넓고 신축건물인 제1터미널의 항만기능을 폐지할 게 아니라 연안여객터미널로 활용하는 게 지역사회에 더욱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995년에 완공된 연안터미널은 연간 약 100만명이 이용하고 있고 면적은 2513㎡다. 이용객 약 70만명을 보유한 목포연안터미널이 인천보다 3배 이상 큰 8066㎡임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반면, 제1터미널은 건축면적 8800㎡에 대형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 약 9000여㎡를 별도로 지니고 있다. 게다가 향후 연안 노선 확대와 선박대형화 등의 추세를 고려할 때 연안터미널을 제1터미널로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옹진군의 시각이다.
터미널 매각 ‘지역민 의견수렴’ vs ‘기업이익 목적’
IPA 측은 이런 옹진군의 주장을 두고 ‘뒤늦은 처사’라고 말했다. IPA는 제1·2터미널의 활용방안 도출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인천시와 중구청 중구의회 주민대표 등 민·관·공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13차례 회의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하는 부지매각과 개발사업이 공사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IPA 관계자는 “당시 TF팀을 운영하면서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동시에 진행했다. 용역 진행 전반 역시 TF팀에서 담당했다”고 밝혔다. TF팀 내부 회의와 활용방안 수립 용역을 거쳐 제1터미널에는 인천종합어시장 등 해양특화상가와 주상복합아파트 호텔 등 주거시설 및 문화시설 등을 마련하고, 항만기능은 폐쇄하는 계획이 최종 채택됐다.
IPA는 지난 2015년부터 3년 내내 이 계획을 언론 등에 대외적으로 알려왔는데, 아무런 대응이 없다가 갑자기 제1터미널 사업에 반기를 든 옹진군의 태도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같은 관계자는 “옹진군이 제1터미널 사업에 대해 사전 협의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 지난해 기자회견의 경우도 1주일 전에 군수가 방문해 구두로 의견을 피력한 뒤 갑작스럽게 개최된 것”이라고 밝혔다.
옹진군이 주장하는 이전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제1터미널의 접안시설은 대형 카페리선용이라 1000~2000t급이 주를 이루는 연안 노선용 선박과는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추가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다.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할 뿐만 아니라 통항안정성과 추가된 장비의 안전성 등도 재검토가 필요해 대규모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IPA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알고 있어 지난해 연안터미널 내 대기실 확장 공사를 진행했고, 올해는 주차공간 마련을 위해 주차장 건립 사업 타당성조사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 부지 매각 등 개발사업이 공사의 수익 창출보다는 터미널 이전 후 발생 우려가 있는 지역공동화 방지 차원에서 추진하는 목적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안대로 부지매각과 개발에 찬성하는 중구 주민들은 오히려 사업 진행이 중단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옹진군에서 연안터미널의 제1터미널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일 정도로 의지가 확고해 타협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옹진군청 측은 IPA 주장에 대해 “당시 ‘민·관·공 협의체’에 옹진군 측은 포함되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주민 편익을 위해 이의를 제기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항만 시설은 범 국민적 이익을 위해 국가에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지정한 것이므로 민간에 상업용도로 매각하는 것보다 본래 기능을 살려 상생발전하는게 타당하다는 반론을 폈다.
옹진군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내 제주노선을 오가는 선박 운항이 시작될 예정이고, 남북관계 발전 양상 및 연안노선 관광객 증대 등을 고려하면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1터미널로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인천시, 터미널 부지 건축제한공고…매각 ‘제동’
한편, 지난 9일 인천시 도시균형계획국이 제1터미널 부지를 포함한 중구 신흥동3가, 항동7가 일대 66만8000㎡를 대상으로 ‘2년간 건축 허가 제한’ 공고를 내면서 갈등은 IPA와 인천시로 확장될 태세다. 부지 개발사업 인허가권자인 인천시는 제한 목적에 대해 연안지역 주거시설에서 빈번했던 환경분쟁이나 지역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한다는 사유를 들었다.
건축 제한이 공식화되면 해당 부지는 인천시의 지구단위계획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2년 간 단독공동주택 및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IPA는 인천시에 공고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높은 주거시설 건축이 제한될 경우 민간개발업체들의 수요가 줄어 부지매각과 개발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IPA 관계자는 “(인천시에) TF팀에 참여도 해놓고 건축 허가 제한을 지금 시점에 내리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달 안으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 제한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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