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20:49

광양항, 친환경 스마트항만을 꿈꾼다

10번째 국제포럼서 AMP 설치 항만자동화 등 성장전략 제시
YGPA, ‘최고의 항만물류파트너’ 새비전 선포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광양항국제포럼에서 광양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항만 자동화와 친환경 정책이 제시됐다. 1998년 이후 2년마다 열리고 있는 포럼의 올해 주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미래성장(Growth) 사회적 가치(Social Values)였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물류연구본부장은 지난 9일 광양항 월드마린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육상전원장치(AMP)를 조속히 설치하고 자동화항만으로 빠르게 전환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환경규제를 광양항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해외 항만들은 선박 황산화물 배출규제 등에 배출규제지역(ECA)를 확대하거나 AMP 설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현재의 3.5%에서 0.5%로 강화하는 내용의 환경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선사들은 규제에 적합한 저유황유를 쓰거나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 설치,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 신조 등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제가스연맹(IGU)에 따르면 황 함유량 3%의 연료유를 쓰는 대형 컨테이너선 1척은 디젤 승용차 5000대와 맞먹는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형 컨테이너선 1척은 하루에 유로4를 만족하는 신형 트럭 50만대 분량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선박의 환경오염이 이슈로 떠오르자 현재 유럽과 북미 주요국가에선 환경 보호를 위해 ECA를 지정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 등을 관리하고 있다. IMO가 승인한 ECA는 북해 발트해 북미해역 미국령카리브해 등이다. 중국도 IMO보다 1년여 앞선 올해 10월1일부터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을 ECA로 지정하고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0.5%로 이하로 제한했다.
 
항만 내 AMP 설치도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항은 입항 선박의 70%가 AMP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중국도 2020년까지 ECA와 장강 간선항로 항만에 50% 이상 AMP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항만 육상전원공급 도입 전무
 
현재 우리나라 항만은 일부 민자부두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제외하고 AMP 설치 실적이 전무하다. 당초 계획에선 올해까지 부산 신선대에서 1개소, 부산신항에서 6개소, 광양항에서 7개소, 인천항 국제컨테이너부두(ICT)에서 1개소를 마치기로 했지만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의 석탄하역부두에서 대한해운의 18만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로즈마리>호를 대상으로 고압 AMP 설비를 장착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됐을 뿐이다.
 
이 본부장은 “광양항이 물동량 중심 정책과 병행해 친환경 고부가가치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조속한 AMP 설치를 주문했다. KMI에 따르면 광양항은 선박 접안위치 등을 고려할 때 전력관로가 8개, SPO(전원공급상자)가 선석 당 3개 가량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관련 기관, 설치 선사 등과 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고압·저압 AMP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본 사업을 단계적으로 밟아 나갈 것을 조언했다. 또 지역 국회의원과 손잡고 선박에서 내뿜는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를 관리하는 법률을 만들고 전남도와 광양시는 AMP 설치비용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1단계 자동화 예산 369억원을 투입해 반자동화 수준인 항만시설을 조기에 자동화하고 로테르담항의 포트XL과 같은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친환경 전략 도입을 주문했다.
 
동의대 박영태 교수는 AMP 운영방안으로 전용요율과 인센티브 도입을 제안했다. 전기차 요금과 같은 AMP 전용 특례요금을 마련하고 미국 LA항과 롱비치항 기항 선박들을 대상으로 AMP 설비를 보유한 선박이 광양항을 기항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타깃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AMP 사용요금은 kWh당 110원으로 연료유로 전기를 생산할 때보다 최소 23원 가량 저렴해 선사들에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순천대 최용석 교수는 여수광양항의 스마트항만 구축 방안을 모색했다. 최 교수는 선석을 통합 운영하는 플랫폼을 도입할 경우 운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화물차에 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해 정보를 주고받을 경우 풀링(공동배차) 시스템과 듀얼사이클(한 번의 운행으로 배에서 내리는 화물과 싣는 화물을 모두 운송하는 방식) 운송이 가능한 배차를 실시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해 화물차 경로의 통행량을 예측하고 트래픽을 분산해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는 1단계로 해상-항만-내륙을 연계하는 디지털 물류정보통합플랫폼을 개발하고 2단계로 물류정보통합플랫폼 기반의 물류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한 뒤 마지막 3단계로 스마트시티와 융합된 디지털 항만물류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스마트항만 개발안을 제시했다.
 
정태원 성결대 교수는 자율운항선박 상용화에 대비해 IoT AI 등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항만자동화, 정보 수집 분석 공유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정보허브망 구축을 제안했다. 선사와 선박, 항만주체 간에 공통의 표준화된 데이터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영국 롤스로이스, 노르웨이 야라버클랜드, 미국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 일본 NYK 등에서 자율운항선박 시범 운항을 성공리에 진행하고 있다.


 



유라시아철도 연결로 3600억弗 무역시장 확보
 
조석홍 유라시아경제연구원장과 건국대 송영화 교수는 유라시아철도망 구축에 대응한 광양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도는 해운에 비해 높은 시간경쟁력과 안정성으로 시간 단축이 요구되는 고도화된 경제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20피트 컨테이너(TEU) 1개를 실어 보낼 경우 해운은 운임 3800달러가 들고 운송시간은 35일 걸리는 반면 철도는 2945달러에 21일이면 운송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해운보다 수송시간은 40% 운임은 23% 절감 가능한 운송수단이 철도인 셈이다.
 
조석홍 원장은 유라시아철도가 한반도까지 연결될 경우 유일한 미싱링크(단절구간)인 우리나라는 철도망의 출발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양은 익산 오송 신의주(두만강)를 거쳐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연결 가능하며 컨테이너와 벌크화물 운송의 기종점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을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효과다. TSR·TCR 경유 지역과의 무역규모는 2569억달러, 유럽지역과의 무역규모는 1118억달러 정도로 파악된다.
 
영남대 김승철 교수와 부경대 표희동 교수는 ‘여수항과 광양항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 중심기지로 육성해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여수광양항만공사(YGPA)가 공익 실현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공정 경제질서 확립, 윤리 경영 등의 사회적 가치 구현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주최하고 전라남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광양시 여수시 광양상공회의소 여수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항만업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 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하는 등 큰 성황을 이뤘다. 특히 YGPA는 광양항국제포럼 20주년을 맞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최고의 항만물류 파트너’를 광양항의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고유사업역량 강화 ▲지속 성장과 경영 혁신 ▲사회적 가치 경영 실현이 비전 달성을 위한 3대 전략으로 제시됐다. 공사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물동량 증대를 일궈 2025년까지 총물동량 3억7000만t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취임과 동시에 광양항 최대 행사를 열게 된 차민식 사장은 “광양항 포럼은 1998년 ‘컨테이너 항만물류와 자유항 도입’을 주제로 제1회 행사가 열린 뒤 올해로 10회째를 맞아 대한민국 항만물류산업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발돋움했다”며 “광양항 개항 32년의 성장과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광양항의 비상과 개혁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은 윤종호 여수청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1억㎡ 이상의 배후산업단지를 보유한 국내 최대 산업항인 광양항의 경쟁력은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의미한다”며 “제3투기장과 묘도 재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2020년까지 중마부두와 컨테이너 1단계부두에 해양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광양항을 스마트항만의 선두주자, 4차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조연설은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와 마이클 한(Michael Han) 머스크라인 아시아 운항본부장이 맡았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벨기에 항만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자국 안트베르펜(앤트워프)항과 제브뤼헤항의 친환경 전략과 성장 요인 등을 설명했다. 마이클 한은 ‘머스크의 관점에서 본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현재 해운항만산업의 변화와 앞으로 예상되는 방향 등을 제시하는 한편 이에 대응한 AP묄러-머스크그룹의 물류혁신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전 세계로 화물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하고 그걸 가능하도록 하는 게 해운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행사에선 미래 해양인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YGPA는 포럼과 동시에 월드마린센터 1층 특설 행사장에서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운·항만·물류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현대글로비스 머스크 현대상선 등 국내외 주요 선사와 포스코 등 광양항 주요 업체와 관계기관이 참가해 행사장을 찾은 고등학생, 대학생 등 300여명에게 다채로운 채용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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