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리 곁에 머무는 존재. 막연히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먼저 다가가려 해도 ‘괴리감’이 드는 그런 존재. 바로 경제다. 경제는 우리 옆에 머물며 호흡하는 산소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경제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어려운 용어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경제를 어렵게 느끼고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그런 이들을 위해 어려운 경제 용어를 쉽고 재미있게 강의하는 이가 있다. 신간 <경제 읽어주는 남자>를 발표해 단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대중과 더 가까이서 호흡하는 김광석 이코노미스트가 바로 그 주인공. 그를 만나봤다.
본인을 소개해 달라.
<경제 읽어주는 남자> 상표 브랜드로 경제를 강의하는 이코노미스트 김광석이다. 경영과 경제를 연구하면서 대중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을 많이 접했다. 요즘엔 ‘경알못(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신조어도 나타났다. 경제에 관심과 필요는 느끼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현상에서 나타난 것 같다. 대중의 눈 높이에 맞춰 경제를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누군가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 역할을 제가 해 나가려고 한다.
<경제 읽어주는 남자>를 출간했다. 기존의 경제서적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의 경제서적은 마치 영어사전과 같다. 단어를 외워도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없다. 심지어 경제학과 학생도 경제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경제 신문 읽기를 어려워한다. 이 책은 단어를 외우기 전에 영어회화를 먼저 할 수 있도록 실물경제를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제용어는 쉬운 우리말로 설명한다. 말하자면 실물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꼭 필요한 전문용어를 쉬운 단어로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삶의 밀접한 경제현안을 하나씩 쉽게 전달한다.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업은 다양한 경제적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경제변화를 이해해야 기업이 똑바로 갈 수 있다. 토이저러스나 코닥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환경은 바뀌는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맞는다. 경제는 불확실성이 높다. 그 안에서 올바른 전략적 방향성을 찾고, 물류계획이나 마케팅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 경제를 이해해야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경제 환경 변화에 둘러싸인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선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람이 인재가 될 수 있다. 면접에서 경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더라도 슬기롭게 대응해서 인터뷰에 응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전략적 제안에 대해선 윗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 역시 정책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 내부에 있는 경제 정책자가 경제를 올바로 이해했을 때 바람직한 경제 정책을 입안할 수 있다. 지금 시대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은 가계다. 경제를 모르고 투자를 하는 건 눈을 감고 운전을 하는 것과 같다. 이제 사람들은 열심히만 살아서 부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과거 조상들의 잘못된 지침은 ‘열심히 살면 부자가 된다’라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선 이 말이 틀리다. 근로소득으로 가계소득을 올리는 건 한계가 있고, 재테크를 공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재테크에 관심은 많지만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시적으로 투자에 성공했다면 그건 운이다. 경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투자하면 그것은 실력이고, 지속가능하다. 가계도 경제 현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테크에 임해야 한다.
올해 경제의 총평을 부탁한다.
2017년의 ‘깜짝성장’을 반증하는 해다. 올해는 혼란의 경제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무역분쟁 격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신흥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불안에 떨었고 이는 대외적으로 혼란을 주는 요인이었다. 국내경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 등이 이슈였다. 근로조건 개선과 일자리 양을 늘리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같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면서 채용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지금 상황은 투자가 선행되지 않은 채 근로환경 개선을 지속하면서 고용난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일자리 측면만 보면 올해는 역대 20년 중 최악이었다. 그나마 내년엔 올해 보다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부동산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으려고 하는데 엄한 지방만 잡히고 수도권은 가격이 더 올랐다. 올해는 강도 높은 후속 정책을 발표해 부동산 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된 한해였다. 내년에는 부동산 거래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전세 가격이 조정돼 역전세난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갭투자자의 급매도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대상 지역은 주로 지방이 될 것으로 예상돼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공급대책 역시 일시적인 방안으로 중장기적인 정책은 아니다. 아울러 올해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을 본격화 했다고 생각된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기반기술 도입과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았다. 유통기업의 경우 근로조건 개선에 따라 키오스크를 적극 도입했고, 2019년엔 보급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은 스마트팜을,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를, 금융은 스마트뱅킹을 도입하는 등 각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파랐다.
2019년 경제전망은?
2019년은 올해 보다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역분쟁이 어떻게 더 격화되는 까닭이다. 2019년 4월과 10월에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중요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여부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무역전쟁의 격화 여부다. 이에 따라 신흥국이 위기상황으로 번질 수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영국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철수를 시작했다. 유럽의 결속이 해체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도 예상된다. 실제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한 현상도 있다. 대내적으로는 2019년 1월부터 한시적 처벌 규정 시행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압박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으로 가니까 기업의 고용부담은 커질 수 있다. 남북관계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개성공단 외에 공단이 더 조성된다거나 남한과 북한을 오고가는 패키지여행 상품 개발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지금과 같은 남북경제협력이 진전된다면 교통과 통신, 물류, 에너지, 인프라 산업에 기회가 상당히 많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금리인상 여부다. 경제회복세는 지지부진하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속 인상되고 있다.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요인들은 경제 회복세를 더욱 더디게 만들 수 있고,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덧붙여 올해 고령사회로 진입해 생산인구가 감소했다. 이를 위기로 보지 말고 시니어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대응책 마련에 한다. 일본이나 독일, 미국의 경우 고령사회 진입 이후 다양한 시니어 관련 서비스나 상품을 출시했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물류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정부는 드론 활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도심은 사람이 배달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도서산간은 드론을 이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전라남도는 드론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닦고 있으며, 고흥군의 경우 섬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드론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또한 물류산업에선 블록체인 도입이 중요한 이슈로 평가되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국제무역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페이퍼리스로 효율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중국의 경우 월마트와 IBM, 칭화대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식품 이력 추적을 시범운영했고, 이제 실질적인 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정부가 2018년부터 개방한 ‘공공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산업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화된 물류솔루션 개발 등 패러다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홈 등 주거문화 변화에 따른 물류산업의 혁신도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로 이제 등기 우편물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고, 이러한 모델이 물류부문에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인생 목표는?
단기적인 목표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서포터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흔히 말하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많은 정보와 언어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면서 연구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특히 제도권 내에서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연구해 축적된 정보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소통’을 하고 싶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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