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5 09:33

여울목/ 폭넓은 시각의 해운 재건 전략 필요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과 함께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말 국내 조선소와 신조 계약서를 최종 교환함으로써 3조1500억원어치 초대형선 신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2만3000TEU 12척, 1만5000TEU 8척을 신조하는 현대상선은 2021년께 80만TEU를 웃도는 선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양밍과 싱가포르 PIL을 뛰어넘는 세계 8위 규모다.

해양진흥공사도 2100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신조금융 보증, 후순위 투자, 세일앤드리스백(S&LB)을 통해 중소선사 13곳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공사와 별도로 정부는 올해 295억원에 이어 내년에 86억원을 폐선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화물 확보 지원 사업도 추진된다. 해운업계는 이달 23일 국내 3대 화주인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의 물류자회사와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편으로 정부의 해운 재건 정책을 두고 아쉬움의 나타내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우선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한 쪽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해양진흥공사의 초기자본금 3조1000억원 대부분이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에 쓰였다. 공사는 추가로 사채 발행을 통해 5조원대를 해운업계에 공급할 예정으로, 이마저도 현대상선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나머지 선사에 돌아가는 혜택은 현대상선 지원금의 20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추단된다. 정부 정책을 놓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기업통합 쟁점의 한복판에 서 있는 중견 컨테이너선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2~3대에 걸쳐 수십 년간 탄탄하게 경영해온 사업을 변변한 지원 없이 접으라고 직간접적으로 종용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해수부 국정감사에선 차별적인 지원책을 두고 ‘언 발에 오줌 누기’란 비판도 나왔다.

해운업계는 국내 대표 원양선사의 경영난 해소와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아시아역내시장에서 견고한 지위를 구축해온 중견선사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2020년 시행되는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에 대한 정부 대응 방향은 우리 선사들의 미래와 존폐를 결정짓는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해운부대업종의 동반성장에도 정책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 특히 해사 안전을 책임지며 한국해운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는 토종 선급과 해상보험 육성은 장기과제다.

얼마 전 현대상선이 새롭게 짓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검사권을 외국 선급협회에 맡기기로 해 국내 관련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한국선급이 2만TEU급 선박의 검사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는 게 외국 선급을 선택한 이유였다.

한국선급은 국민 세금으로 신조를 진행하는 현대상선이 검사수수료가 3배 이상 비싼 외국 선급과 계약함으로써 국내 조선기자재업체들의 피해와 국부 유출을 초래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적선사가 토종 선급협회 성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국내 해상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은 10년간 견실한 성장을 이어오다 해운불황이 본격화된 2011년 이후 정체상태에 빠졌다. 과거의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선 국내 해운업계의 지원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선단의 3분의 2는 KP&I 대신 외국계 P&I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해수부가 추진 중인 국가필수선대와 전략화물운송선박만이라도 토종 해상보험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산업은 선사뿐 아니라 대리점 중개업 선급 보험 항만하역 예선 도선 등 다양한 연관 업종의 토대 위에서 최상의 하머니를 만들어낸다. 특정기업 특정업종에 매몰된 지원책으로 한국해운의 재건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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