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2 09:03

판례/ 선박 인도 거부하면, 용선료는 부당이득이 되나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0.8자에 이어>
자.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선박을 인도하고, 계약 해지일 이후부터 선박인도일까지 용선료 및 그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지급해야 한다.

5. 판결 평석

가. 계약 해석의 원칙

계약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했는데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하지만,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14년 6월26일 선고 2014다14 115 판결 등 참조).

본건에서 가장 문제된 조항은 이 사건 용선계약 제11조 제2항이다.

용선계약 제11조 (저당 및 보장)
2. 용선주의 경영권이 변동(매각등)되는 경우 용선계약은 당연 승계되며 선주가 요구할 경우 운송권(선박운영권)을 선주에게 이관한 후(단 그룹내 계열사 이전 제외) 경영권을 변동해야 한다.

위 조항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용선주(피고)의 경영권이 변동되는 경우에는 용선계약은 당연히 승계된다. 용선주(피고)의 경영권이 변동되는 경우 선주가 요구하면 운송권(선박운영권)을 선주에게 이관하고 경영권을 변동해야 한다.’ 운송권(선박운영권)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를 선주에게 이관하고 경영권을 변동하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라는 것인지가 해석상 문제됐다.

이 사건 용선계약조항에서의 ‘운송권(선박운영권)’의 의미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① 위 조항의 문언과 사전적 의미, 문언 구조, ② 이 사건 용선계약에서 선박을 실제로 점유·사용하면서 선박의 관리를 비롯한 운영 전반에 관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용선주와 선주 사이의 신뢰관계는 계약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요소여서, 선주인 원고로 해금 용선주인 피고의 경영권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도 피고와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된다면 파고로부터 이 사건 선박운영권을 회수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운송권(선박운영권)’이란 ‘이 사건 선박의 운항, 장비 및 설비 등의 관리 등을 포함한 이 사건 선박의 운영과 관련한 사항 전반에 관해 주도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 이 사건 선박을 이용해 운송을 할 권리’를 의미하고, ‘운송권(선박운영권)의 이관’이란 그와 같은 권리의 귀속주체 자체를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문언상 해석이 가능하다.

이 사건 용선계약조항은 ‘그룹 내 계열사 이전을 제외한 피고의 경영권 변동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이 사건 용선계약이 그대로 승계되지만, 원고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의 사용 및 관리의 주체로서 이 사건 선박을 직접 운영하면서 기존에 피고가 이 사건 선박을 통해 운송하던 시멘트를 직접 운송하는 등의 권리를 보유하게 되고, 피고는 경영권 변동 이전에 위와 같은 권리를 원고에게 이전해야 한다’는 의무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운송권(선박운영권)’의 의미는 ‘피고의 경영권 변동을 위한 과도기 동안 한시적으로 원고에게 선박의 유지·보수 등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은 법원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부당이득의 계산

이 사건 용선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선박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선박을 계속 점유하고 사용하고 있다면,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점유·사용으로 인해 이 사건 선박의 용선료 상당액의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있다고 할 것인바, 선박의 인도 완료일까지 이 사건 선박의 용선료 상당의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부당이득의 계산 기준은 원고와 피고가 용선계약에서 미리 정해 둔 용선료를 기준으로 했다. 피고가 선박을 점유하면서 실제로 얻고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용선료에 더해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까지도 부당이득의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 본건 판결의 특이점이라 할 것이다.

피고가 원고에게 용선기간 동안 용선료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금액을 지급해 왔다면, 용선료에 부가가치세를 더해 별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며, 피고는 선박을 반환하지 않고 계속 사용해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는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부당이득의 범위에 포함시킨 법원의 결정을 수긍할 수 있다.

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 판결은 계약에서 정한 운송권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선박 인도의무 불이행시의 부당이득을 산정하면서 계약상 용선료(임대료)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부당이득의 범위에 포함시킨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일반적인 소송에서는 청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손해배상 소송이 아닌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는 그 동안 지급했던 부가가치세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 역시 이득을 취한 것이 되므로 부당이득으로 보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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