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해운산업 재건 정책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십조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해운 지원이 매우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카페리 노선 사업자 선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정부의 해운사 구조조정 지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원은 코스코 50조원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국을 예로 들며 “해운 구조조정 계획을 보면 (정기선) 통합을 추진 중인 기업엔 1000억원, 통합 후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항만(사용료)에서 3년 간 50% 감면하겠다고 하는데 시장에선 ‘언발에 오줌 누기’ ‘생색내기’라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7월 설립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 3개월이 되도록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 5조원 달성에 대해선 언제 이뤄질지 책임 있는 답변을 못한다”며 해수부에서 해양진흥공사의 업무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춘 장관은 해양진흥공사의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변하면서 해운재건 지원사업 예산에 대해선 “해양진흥공사를 통해서 8조원의 (해운산업)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며 “현대상선의 20척 컨테이너선 신조에 3조15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운재건사업의) 일부로 동남아노선을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예산이 적어서 마음이 불편한데 늘려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의 답변을 들은 이 의원은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예산이 뒷받침 안되는 정책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김영춘 장관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예산 확보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국내기업, 해외항만 공격적 투자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우리나라가 정부와 기업이 손 잡고 국내외 항만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윤 의원은 “외국기업이 국내 항만 투자로 영업이익 이외에 투자배당금으로 가져간 돈이 2016년과 지난해 2년간 931억원이며 20년 이상 장기계약된 점에 미뤄 앞으로 수천억원의 투자배당금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반시설인 철도 공항 도로시설 중 항만시설만 외국자본의 공격적인 투자에 노출돼 국부 유출을 비롯해 물류 기반시설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대상선이 부산신항 4부두 지분 40%+1주를 PSA에 800억원에 매각할 당시 부산항만공사에서 매입하려고 했지만 기재부 반대로 참여하지 못한 사실도 지적했다.
김 장관은 “똑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김동연 부총리와 가장 많이 얘기한 부분”이라며 “항만건설과 운영에 외국자본을 들여와서 건설을 하는 걸 쉽게 생각하고 많이 내줬다. 예산당국도 올해부터는 입장이 좀 바뀌어서 부산항만공사에서 지분투자를 하도록 허용을 해줬고 해외항만에도 국내항만사가 진출하도록 돌파구를 열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윤 의원이 PSA 허치슨 DP월드 코스코 등 해외 항만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를 예로 들며 해외항만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문하자 “항만공사뿐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 해양진흥공사와 같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를 만들어서 동남아항로부터 GTO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폐선보조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해수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폐선보조금 268억원으로 8척을 지원했고 내년에 폐선보조금 85억원으로 5척을 지원한다”며 “향후 5년간 242척이 폐선 대상이고 폐선보조금 지급대상이 171척인데 이 정도 예산으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춘 장관은 “IMO의 환경규제는 2020년부터 배기가스 규제가 시행되고 선박평형수 규제는 신조선은 지금 적용되고 있고 중고선은 2024년까지 개조를 해서 운항하면 된다”며 “민간선사들이 자기 책임 하에 국제규제에 맞춰야 한다. 기업들이 발빠르게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김영춘 해수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제주항 부두보다 긴 선박 투입 문제 없나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은 인천-제주 간 카페리항로 운항사업자 선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대저해운이 운항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대표이사에 해수부 고위공무원을 선임하고 100억원 이상의 비용 위험을 무릅쓰고 선박을 매입한 점, 인천해양수산청의 평가 배점 변경, 제주항 부두(180m)보다 선박 길이(185m)가 더 긴 점 등의 사례를 들며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는지 집중 추구했다.
김영춘 장관은 “인천해수청장과 담당자들을 세종시 본부로 불러서 청문을 해봤지만 절차상으로 하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는 선박 매입 의혹에 대해 “선박을 조기 투입하면 가점을 3점을 주게 돼 있는데 그 가점을 기대하고서 (대저건설이) 선박을 산 거 같다”며 “대신 (선령 점수에서) 신조선 또는 1년 미만인 선박이 아니어서 1점 감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해수부 간부 출신이 대표로 있는 상황에서 그 회사에 공모를 줄 수 없는 입장을 전달했고 그래서 사임한 것으로 안다”며 “간부 출신이 회사에 있었다는 이유로 입찰 자격에 제한을 줄 순 없었다”고 말했다.
선박 길이 문제에 대해선 “제주항 자체가 배를 댈 선석이 워낙 없다. 제주에 취항하는 연안여객선 중에 189m급 선박이 2척이 접안하고 있다”며 “부두 사정상 어쩔 수 없고 빨리 항로를 복구할 필요성 때문에 제주도청이 동의를 해줬다”고 했다.
김 장관의 답변을 들은 정 의원은 “(농해수)위원회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야 한다”며 “<세월>호 항로에 의혹이 있고 소송까지 가는 사건을 (해수부)장관이 편안히 문제 없다고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인천해수청장이었던 최준욱 해양정책실장은 “탈락된 기업들이 요청해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며 “감사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을)은 이와 관련 “<세월>호 사고 이후 제주는 해상운송물류비 문제로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며 “인허가 절차 상에 법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면 빨리 항로가 개설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민주당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은 침몰선박 2200척의 조속한 잔존유 제거를 주문했고 김 장관은 “사상 처음으로 침몰선박에 잔존유 제거작업을 시작한다”며 “7척을 신청해서 2척을 배당받았다”고 답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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