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4 18:50

보잉747 탄생 50년…국내 73년 도입으로 항공산업 기여

대한항공 도입한 1호기 누적화물 90만t·승객 600만명 수송
▲대한항공은 1970년대 초, 미래를 내다본 투자 결단을 내려 보잉 747기를 도입해 태평양노선에 취항시켰다. 사진은 1973년 5월 16일, 보잉 747점보기의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한진그룹 조중훈(왼쪽 네번째) 창업주가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는 모습.
 

‘점보 제트기’, ‘하늘의 여왕’이라는 애칭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보잉747이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보잉747은 최초의 와이드바디형 기종으로, 객실 내 통로가 2개가 있는 대형 항공기다. 1968년 미국 시애틀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당시 최신 모델이던 보잉707 기종보다 규모가 2배에 달했다. 1970년 1월 팬암항공의 뉴욕발 런던행 서비스를 시작으로 본격 운항에 들어갔으며, 2000년대 중반 에어버스사의 A380 항공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큰 여객기로 명성을 떨쳐왔다.

우리나라에는 대한항공이 1973년에 보잉747 1번기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항공시장을 이끌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고, 다음해 ‘보잉747 도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이 기종을 2대 구매하는 가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변방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이 기종을 도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광범위한 노선망과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선진 항공사가 이 항공기를 주력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항공기 2대에 7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주변의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조 창업주는 대한항공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1972년 9월5일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 투입된 보잉747 1번기는 1973년 5월2일 김포공항에 도착했으며, 2주 후인 16일부터 태평양 노선에 정식 투입됐다.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요인과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 등 8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듬해인 1974년 9월에는 세계 최초로 보잉747 점보기를 화물노선에 투입했다. 세계 항공화물 시장을 주름잡게 될 대한항공의 뜻 깊은 첫 걸음이었다.

 
 대한항공은 1995년, 민항출범 26년만에 보유항공기 100대를 돌파하며 세계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사진은 1995년 3월 24일, 100번째 대한항공이 보유하게 된 항공기인 보잉 747-400을 배경으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이 잇달아 보잉747 점보기를 도입하면서 변방국가의 작은 신생 항공사라는 인식도 고치게 됐다. 당시 세계 유수 항공사들도 오일쇼크와 여객수요 감소로 보잉747 도입과 운영을 꺼렸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1970~1980년 초까지 이어진 석유파동 등으로 실적악화에 신음했지만, 1980년대 말 정부의 해외여행자유화 조치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뒀다. 사전에 도입한 보잉747 점보기가 큰 원동력이었다. 2000년대 중반 새로운 경쟁기종이 등장할 때까지 보잉747 점보기는 대한항공의 대표적 날개이자,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보잉747은 항공산업 외에도 엔진산업, 연관시설 개발, 관광산업 등 주요 관련 산업군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공항도 보잉747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형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게 활주로를 재정비했고, 많은 승객들이 한 번에 이동하는 만큼 터미널 탑승수속카운터 수하물수취대 라운지 편의시설 등이 함께 성장했다. 또 높아지고 더 커진 항공기에 걸맞게 각종 지상조업시설도 발맞춰 개발됐다.

보잉747은 2000년대 초반까지 대형 항공기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혔지만 새롭게 선보이는 기종에게 자리를 서서히 물려주고 있다. 대한항공이 도입한 보잉747 1번기는 지난 1998년 퇴역했다. 총 8만7000시간, 1만9000회를 운항했으며, 수송처리실적은 누적화물 90만t, 누적승객 600만명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마지막 보잉 747시리즈인 보잉 747-8i 차세대 여객기를 10대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보잉747-8i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배경으로 이륙하는 모습.
 

보잉747의 뒤를 이은 항공기는 상위기종인 보잉747-8i다. 2011년 2월 세상에 선보이며 보잉747 점보기의 영광을 이었지만 현재 생산을 멈춘 상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까지 이 기종을 인도했다. 화물기 버전인 보잉747-8F는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보잉747 여객기 14대와 화물기 11대 등 25대를 운영하고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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