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6개월째를 맞은 임병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조직 경영진단을 통해 조합의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조합 창립 69주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고 본부에 전략기획실을 두고 지부를 축소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의 조직개편도 함께 실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연안해운 수송분담률 제고와 조합원사의 경영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조합 사업을 벌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Q. 지난 9월로 해운조합이 창립 69주년을 맞았다. 소감을 간단히 부탁드린다.
조합 역사 70년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사장직을 맡아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조합의 역사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해운조합은 한국 해운을 대표하는 단체다. 일제강점기 지역별로 운영되던 해운협회와 연합회들이 광복을 맞아 1949년 결성한 대한해운조합연합회가 조합의 시초다. 이후 1961년 한국해운조합법 제정으로 법정단체로 거듭났다.
지난 69년 동안 쌓아온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해운산업과 조합에 활력을 불어 넣는 한편 그간의 노력들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그간 크고 작은 수많은 혼란기를 겪어왔던 조합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겠다.
Q. 얼마 전 착수한 조직 경영진단의 내용이 궁금하다.
현재 조합은 해운경기 침체 등 대내외 환경변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신성장 동력의 발굴이 절실히 요구된다. 조직 경영진단은 조합의 목표와 비전 등 핵심 가치를 재정립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해 중장기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 지난 7월부터 외부전문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조직운영 전반을 진단하고 있다. 경영환경을 분석해 핵심가치를 재평가하고 인력운영과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Q. 지난달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어디에 초점을 맞췄나?
조선과 해운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조합 사업과 조합원사의 경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지금보다 더 강한 수준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거지.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 조합혁신성장기획단을 구성하고 조직운영효율화 방안을 연구했고 후속조치로 지난 9월14일 조직개편을 마쳤다. 비용절감과 업무효율성 제고, 핵심사업 전문인력 보강, 신사업 발굴이 조직 개편의 취지다.
본부는 전략기획실을 신설했다.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부산지역본부를 지부로 환원하고 군산·보령을 서해지부, 통영·거제를 경남지부, 포항·동해지부를 포항지부로 각각 통합했다. 기존 12개 지부를 10개 지부로 단순화했다. 거점지부 중심 경영으로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조직체제를 정착한다는 취지다. 또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제사업에 젊고 유능한 인력을 전진 배치해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Q. 취임 당시 조합원 중심의 조합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
조합원들을 위해 크고 작은 서비스 변화를 꾀했다. 우선 조합원 경영지원 측면에서 전환교통 지원사업에 연안해운사업자인 조합원사가 직접 참여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엔 전환교통 지원사업에 주로 화주사가 참여하고 연안해운사업자인 조합원은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간접수혜자에 불과했다. 올해부터는 화주와 해운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해 사업보조금을 직접 받게 된다.
또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를 이용해 지은 선박이나 항권을 타 항로 선사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화펀드는 선사가 정부 투자로 건조된 연안여객선을 15년간 장기용선 받아 투자금을 용선료로 상환하는 구조다. 정부는 기업이 사업 부진으로 면허를 반납하거나 도산할 경우 선박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매각 과정에서 국가에서 출자한 배가 해외로 유출되거나 선박 가격이 떨어져 선사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이번 조치로 이 같은 폐단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제도가 개선된 이후 지난 8월 카페리 3척의 신조 사업자를 선정했다.
Q. 수익사업인 공제사업의 활성화 대책은?
공제는 조합 핵심사업이다. 1958년 선박공제부터 시작해 선원공제 선주배상책임공제(P&I) 수상레저공제에 이어 2016년엔 선박건조공제를 출시했다. 국내 유일의 종합해상공제기관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거지. 올해는 공제수입 776억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안선 위주던 인수선박을 외항선까지 점진적으로 넓히려고 한다.
아울러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공제상품별로 공제요율을 총 57억원 가량 인하했다. 선박공제에선 평균 7%의 공제요율을 인하했다. 금액으로 따져 30억원 규모다.
또 선박공제 약관을 전부 개정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계약자가 실질적 보상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담보범위를 넓히고 분쟁중재기관을 추가했다. 선원공제는 평균 5%, 약 10억원의 공제료를 낮췄다. 선주의 법률상 배상책임을 기존 제한된 보상에서 전액 보상으로 담보범위를 확대해 계약자 부담을 줄이고 선원 보호를 강화했다.
P&I는 선종별 손해율에 따라 공제비용을 평균 7%, 총 17억원 인하했고 추가 비용 없이 비유조선 기본담보액을 늘렸다. 앞으로 계약분쟁비용(FD&D)과 같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상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Q. 연안해운업계 발전을 위해 어떤 사업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
연안해운의 수송분담률을 높이고 친환경선박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합은 연안해운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분야 4대 화주, 선주 해양수산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철강과 연안해운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도로로 운송되는 화물을 연안해운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연안선박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할 경우 선박금융 이자 2.5%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노후선 현대화 사업도 벌이고 있다. 2013년부터 6년간 283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현재까지 82척을 새롭게 지었고 15척을 건조 중이다. 총 대출 승인액 4237억원 중 3423억이 실행됐고 166억원의 이자를 지원했다. 지난 3월엔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 개량하는 경우에도 이자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여객운송에선 도서민의 운임을 지원하는 등 유일한 해상 교통수단인 연안여객선의 공공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운항원가는 오르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연안여객선업계의 사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거지. 선사들은 큰돈이 들어가는 여객선 신조에 엄두를 못 낸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연안여객선에 특화된 현대화 펀드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조합도 펀드자금 상환과 거치기간을 늘리고 해외 건조기반을 마련하는 등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밖에 정부에선 운항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유류비를 면세 지원하는 게 절실하다. 항만시설사용료와 부대비용 등의 감면도 필요하다. 항만 내 유휴부지를 연안물류유통기지로 조성해 선주와 화주에게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도 검토돼야 한다.
Q. 끝으로 관련업계와 정부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연안해운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도로운송의 6분의 1 수준인 친환경 교통 수단이다. 소음 공해 사고 혼잡 등 사회환경적 비용은 도로운송의 12분의 1밖에 안 된다. 석유나 철강 시멘트 석회석 등 국가 주요 기간산업의 원부자재를 대량 수송해 국가물류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비상시엔 물류 간선망과 안보역할을 수행하는 국가 필수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해운 수요가 큰 폭으로 줄고 있어 걱정이다. 1997년 1억4500만t으로 정점을 찍은 연안해운 물동량은 10년 새 1500만t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공급은 2배 늘어나면서 선사들의 경영환경은 크게 열악해졌다. 해상화물운송사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 1999년 116만3000t이었던 선복량은 지난해 240만2000t까지 확대됐다.
연안해운의 어려움을 타파하고 수송분담율을 높이기 위해선 선사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안해운에 많은 정책적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 드린다. 내년이면 조합 역사가 70년이 된다. 더욱 발전해 가는 조합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주기 바란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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