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승원양(좌)과 베트남 두옹 하안양(우)
페덱스와 JA가 공동으로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2018 국제무역창업대회(ITC)’ 아태지역 본선에서 한국과 베트남 연합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페덱스와 JA는 학생들의 비즈니스 지식을 함양하고,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국제무역창업대회 및 국제무역창업 워크숍을 주최하고 있다. 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생들은 2인 1조로 팀을 구성하고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정한다. 이후, 지정된 국가로 판매할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해 제출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국제 무역에서 직접 특정 역할을 맡아 체험하는 기회를 갖고, 나아가서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과정도 경험할 수 있다. 학생들은 팀워크뿐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고 분석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올해 본선 진출 팀들은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웰빙 제품을 프랑스 시장으로 수출하기 위한 진입 전략 계획’이라는 공동 과제로 경연을 벌였다. 한국의 이승원 양과 베트남의 두옹 하안(Duong Ha Anh) 양은 몸의 균형을 관찰하고 위험이 있을 때 경보를 발송해 추락 방지를 돕는 웨어러블 장치를 아이디어로 제안해 다른 지역에서 온 29개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본지는 이승원양을 만나 소감을 듣고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원입니다. 국제반으로서 현재 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고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가한 마지막 대회인 페덱스-JA국제무역창업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감회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평소 무역이나 창업에 관심이 있었나?
부끄럽지만, 막연한 관심만 있었지, 학교에서도 경영 수업은 제공하지 않아서 제대로 공부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가족 대부분이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저만큼은 다른 길에 패기 있게 도전해보자’라는 마음과 함께 시작했던 것이 창업인데, 좋은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페덱스-JA 국제무역창업대회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저 자신을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전, 전 여러모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대외활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다른 팀원들의 노력과 운이 더해진 덕분이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완전히 처음 다뤄보는 분야인 무역 및 창업에 관련된 대회에 나감으로써, 창업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실현하고 또 동시에 저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참가 신청서를 냈던 기억이 나는데, 수상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얻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도전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 넘어짐 방지 장치 고안
이번에 우승을 거둔 아이디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저와 제 파트너가 개발했던 창업 아이템은 ‘iBalance’라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넘어짐 예측 및 방지 장치였습니다. 기존의 넘어짐 방지 장치들은 ‘방지 장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노인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용자의 추락을 사고 이후에 감지해 긴급 구조를 자동적으로 요청하는 시스템으로, 사고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accelerometer(가속도계)를 이용한 밸런스 측정 및 넘어짐 예측과 방지 장치를 개발하였습니다.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과정이 궁금하다.
이번 대회는 ‘프랑스의 노인 복지를 위한 아이템 개발’을 주제로 하였는데, 노인 복지라는 개념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적용될 수 있는 범위 또한 굉장히 넓어서, 저희가 집중할 분야를 좁히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리적인 물품 하나로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 정신 건강 및 외로움 문제 등은 제외하였고, 최신 기술이 불편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인 만큼 복잡한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 또한 제외하였습니다. 그렇게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방치되고 있는 노인 문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파킨슨병 투병생활을 하셨던 친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할머니는 그 지병으로 인해 굉장히 오랜 시간 몸이 불편하셨고 실제로 걸어가시다가 갑자기 뒤로 넘어지는 등 아찔한 사고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가까이서 이러한 상황을 실제로 보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한 번 넘어졌을 때 얼마나 끔찍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이 문제야말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위험이라고 생각해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본선에서 우승을 거둔 자신만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끊임없이 제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던 점이라 생각합니다. 이 아이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 아이템이 필요한 이유와 또 반대로 불편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아이템을 바라보려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이 과정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고, 결국 초안으로 나왔던 아이디어를 5번 넘게 갈아엎는 등 더 나은 제품, 더 나은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베트남팀과 연합팀을 꾸려 좋은 성적을 냈는데, 처음 만난 팀원과 어떻게 함께 대회를 준비했나?
같은 팀이었던 베트남의 두옹 하안 친구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며, 서로의 생활 습관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한국 고등학생처럼 늦게까지 공부하는 스타일인 반면, 그 친구는 11시 가량부터 잠들기 시작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밤에는 제가 그 친구를 깨우느냐를 놓고 또 아침에는 그 친구가 저의 기상을 수시로 확인하느냐를 놓고 서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되짚어보니 다른 팀에 비해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 함께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낮 동안 주어진 시간 내에 더욱 집중력 있게 과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본 대회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됐나?
대회에 참가를 시작했을 무렵, 관련 분야에 무지한 상태로 시작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을 다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고등학교 생활 3년간 수십 개에 달하는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 중 이번 국제무역창업대회만큼 단기간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엔 수많은 심사위원들과 대회 진행을 도와주신 페덱스 멘토님들이 계신데, 예를 들어 마케팅 현업자로서 페덱스 멘토님들이 때로는 따뜻한 조언을, 그리고 또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서 각각의 팀이 새로운 시각에서 주어진 과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말처럼, 페덱스 멘토님들은 학생들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주셨고, 그 덕분에 저를 포함하여 대회에 참가한 모든 친구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덱스란 기업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본인이 생각하는 페덱스의 기업 이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서 2년간 유학 생활을 하며 페덱스라는 기업을 접한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 페덱스가 중소기업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페덱스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페덱스 기업의 로고에 숨겨진 의미(E와 x사이에 화살표가 숨겨져 있는 로고)를 통해 페덱스는 세심한 것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대회를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 대회 자체를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대회의 국내 본선에 처음 도전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스케일에 되려 겁부터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래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선 참가를 위해 싱가포르에 가고 나서야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훗날 국제무역창업대회에 참가하실 분들은 미리부터 겁 먹고 머뭇거리지 말고 용감하게 도전 한 번 해본다는 생각으로 참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적 갈등이 많은 채로 준비했던 국내 본선보다 걱정은 훌훌 털어내고 대회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했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선이 훨씬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도 이 이유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그 기회를 즐기다 보면 그 노력이 어떠한 형태로든 꼭 결실을 맺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환경학자 되고 싶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에 대해 말해달라.
현재 희망하는 진로는 환경학자의 길입니다. 그 전공을 어떻게 응용할지는 대학교 가서 더 부딪혀 보고 생각해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더 나은 정책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장기적으로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직업 이외의 꿈은 ‘적절히 민감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개인적인 일이 많아지고 바빠질 수록,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소홀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핑계로 제 스스로를 정당화하지 않고 뒤처진 사람들에 대해 한없이 매정하고 무관심한 이 세상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따뜻하게 반응할 수 있는 민감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외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말해달라.
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이번 페덱스(FedEx)-JA 국제무역창업대회가 사회적 약자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제여서 그런지 단순히 경영과 비스니스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고 또 저 스스로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물장구 한 번이 큰 파도가 되어 되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 대회가 저에게 남긴 여운은 굉장히 깊습니다. 자칫하면 무료할 수도 있는 여름 방학을 알차고 보람차게 보내고 싶으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참여하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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