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7 09:02

“북항재개발·공공성 강화에 경영 방점 찍는다”

인터뷰/ 부산항만공사(BPA) 남기찬 사장
부산항대교 바깥쪽으로 북항부두 재편
BPA 참여한 단일 신항 운영법인 설립 추진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게 북항 재개발과 공공성 강화다. 과거 더디게 진행돼 온 북항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사회적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남기찬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은 해운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향후 3년의 경영 방침을 이 같이 밝혔다. 교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BPA 경영자가 된 남 사장은 그동안 외곽에서 공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오다 문재인정부 들어 직접 경영에 뛰어들게 됐다.

“취임하고 외부에서 공사를 접하다가 들어와 보니 복잡한 문제들이 많더라. 지역사회에서 많은 주문이 있다. 특히 바라는 게 자율성과 독립성이다. 공사 입장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게 한계가 있다. (공사 사업이)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안이나 현안에 따라서 정부와 협의해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여가겠다.”

그는 풀어야할 현안과제로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을 꼽았다. 친수공원 수로 마리나 등의 기반시설 건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목표한 2022년보다 앞서 개방한다는 구상이다. 또 부산역과 환승센터 국제여객터미널을 잇는 보행데크는 2020년까지 준공하고 사업자 부실로 표류 중인 환승센터 건립은 연내 국제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사 입장에서 큰 이슈는 북항 재개발이다. 북항재개발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서 2004년에 처음으로 연구용역을 맡은 적이 있다. 들어와서 보니 지난 두 정권 동안 (북항재개발사업이) 너무 더디게 (진행돼) 왔다. 이미 확정된 것, 더 이상 논의가 필요 없는 것들은 속도를 내서 추진하겠다.”

북항 자성대부두 2021년까지 기능 유지

BPA는 북항의 컨테이너 기능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산항대교 바깥쪽에 위치한 신선대 감만 신감만 부두 12개 선석으로 물류기능을 집중하는 한편 북항 운영사 통합법인에 운영을 맡겨 아시아역내선사의 허브터미널로 육성할 방침이다. 연간 700만TEU를 처리하는 세계 20위권 항만의 위상을 생각할 때 북항의 물류기능 유지가 합리적이란 평가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의 부산항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자성대부두도 2021년까지 기능을 유지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고 이후 유휴시설 주변지역과 연계한 재개발 그랜드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복안이다. 운영사인 허치슨터미널과는 북항 통합운영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계약 연장을 추진한다.

“신항 2-4단계 민자부두가 2021년, 2-5단계가 2022년 준공한다. 그 때까지 자성대부두를 운영하려고 한다. 자성대 인력이 신항으로 옮겨가는 그 시점에 기능을 폐지하는 게 맞다. 운영사인 허치슨과의 (부두임대) 계약은 2019년 6월30일까지다. 3년 연장을 일단 생각하고 있다.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어서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가장 큰 문제가 (자성대부두) 노무인력(고용승계)인데 신항에서 어느 정도 감당해주면 허치슨도 북항 통합사 참여를 수용할 거라 본다. 기존 감만부두 2선석과 신선대부두 1선석이 현재 비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북항 통합이) 되지 않겠나? 해수부와 긴밀하게 논의해서 이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신항 터미널간 자율 통합 유도

5개의 터미널이 경쟁하고 있는 부산 신항도 운영체제에 메스를 가할 것임을 선언했다. 다수의 외국 자본이 수익 중심으로 부두를 운영하면서 항만 공공성은 약화되고 비효율은 커졌다는 게 남 사장의 진단이다.

단기적으로 BPA가 보유하고 있는 신항 터미널(HJNC BNCT) 지분을 활용해 운영사 수를 축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선사 동맹별로 선석을 조정하는 한편 터미널 간 자율적인 통합을 유도한다는 목표다. 중국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처럼 BPA와 신항 운영사가 공동출자하는 SPC(특수목적법인) 형태의 단일운영 법인 설립이 신항 구조조정의 종착지다.

세계 2대 환적거점항 육성을 목표로 한 신항 개발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현대산업개발이 건설하는 2-4단계 3선석과 BPA가 개발하는 2-5단계 3선석을 나란히 2022년에 개장한다.

아울러 2-6단계 2선석은 연내로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로 실시설계적격자를 선정한 뒤 내년 3월까지 착공해 2024년 준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환적을 강화하기 위해 서컨테이너부두 북측 중소형 피더부두 2선석도 개발에 들어간다. 연내 설계를 마치고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22년 완공하는 일정이다.

지난해까지 419만㎡를 개발한 배후단지는 2030년까지 총 846만㎡를 공급해 화물과 고용을 창출하는 부가물류공간으로 활용한다. 특히 아직 미분양한 웅동 18만㎡ 부지와 오는 11월 준공하는 31만㎡ 규모의 서컨테이너부두 배후단지엔 전자상거래, 해상항공복합운송(시앤드에어), 콜드체인(신선물류) 등 다양한 물류산업군을 유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울러 산업부 관세청 등과 협의해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타진하는 한편 업종제한 규제를 완화해 자유로운 제조·물류·무역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인프라 건설을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 다만 운영효율 측면에서 신항 운영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낮은 (하역)요율 문제, ITT(터미널 간 운송)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다. (12일) 터미널 운영사 사장단 모임을 가졌는데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물동량은 많이 처리하면서도 부도가 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43개 항만 대상으로 (하역)요율을 조사했더니 베트남이 꼴찌고 우리가 끝에서 두 번째라더라. 위기의식을 느껴야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터미널 사장들에게) 얘기했다.”

 
▲부산 북항재개발사업 계획도


‘사회적가치부 신설’ 공익사업 강화 시동

남 사장은 공사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는다는 각오다.

“과거엔 공사의 운영 방향이 효율성과 수익 중심이었다. 지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돈을 쓰자는 분위기다. 우리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사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예산보다 더 큰 규모로 일해 나갈 생각이다.”

그는 취임한 지 2주일 만인 9월7일 사회적가치부란 조직을 신설했다. 새로운 조직은 공사가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또 부산항업계, 유관단체, 학계, 지역시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10명 안팎의 시민참여자문단을 발족해 수요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추진과제를 발굴하는 등 사회적 가치 사업의 모든 과정에 국민들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첫 사업으로 9월19일 부산시와 60개의 시니어 일자리 창출협약을 맺은 데 이어 11월엔 시민참여 혁신포럼을 출범할 계획이다.

“공기업 부실화 우려를 제기하는 언론도 있는데, (부산)항만공사는 부채율이 50%가 안 된다. 돈을 더 써도 된다. 부산시와 협약을 맺어서 같이 가려고 하고 있고 영도구와도 도시재생사업을 같이 들어가려고 한다. 부산대교 영도대교 사이를 보행로를 만들 거다.”

남 사장은 취임 이튿날인 8월29일 참석한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익사업 강화를 특별히 주문한 사실을 소개했다. 현 정부는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경영평가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에 20~22점을 배정했다.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보다 (공익사업을) 더 확대해 주길 바란다.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철도망 연결이 안 된 산간벽지에 공공택시 서비스를 코레일 부담으로 제공하는 사실을 모범사례로 들더라. 대통령은 감사 때문에, 사후 생기는 문제 때문에 머뭇거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명시적으로 하지 말란 규정이 없으면 하라는 쪽으로 해석을 하라는 거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엔 면책하는 규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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