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7 10:28

“스마트 패키징과 지속가능 패키징을 주목하라”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 이명훈 소장

물류산업 속 포장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 국어사전에 따르면 포장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싸거나 꾸림’이다. 그런데 다양한 단계를 거쳐 세상에 선보인 생산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 포장되는 일은 단순히 시각적인 것 뿐 아니라 상품의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포장업계 역시 친환경과 4차 산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포장산업의 미래는 어떨까? 오랜 기간 포장분야 한 우물만 파며 포장업계의 장인으로 불리는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의 이명훈 소장은 향후 포장업계 키워드로 ‘스마트’와 ‘지속가능’을 꼽는다.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IKPS)는 기업에 대한 고품질의 포장 컨설팅을 시행하고 포장관련 국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학술 연구용역 등을 수행할 목적으로 지난 1994년 6월 1일 설립됐다. 이 연구소는 같은 해 9월 미원그룹(현 대상 그룹)을 시작으로 코오롱그룹, 효성그룹, 동원그룹, 대우그룹, LG그룹 등 10여개 그룹과 200여개 기업에 대해 포장기술 컨설팅을 수행했다. 또 국방부의 요청으로 7년간에 걸쳐 군수품 포장 현대화 작업을 필두로 농림부의 농산물 포장표준화, 산림청의 임산물 포장표준화, 환경부의 환경포장 규격 제정, 국토교통부의 국가물류표준화를 위한 포장표준화 등의 학술연구 개발 용역을 진행했다. 설립 이래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가 배출한 수십명의 전문 인력들이 대학, 연구소, 산업계 등에 리더급 포장 전문가로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국내 포장 전문가 양성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훈 소장은 대학 졸업과 군 제대 후 1979년에 상공부(현 산업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KIDP)에 포장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직후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 무려 1년 반 동안 선진 포장기술 연수를 하게 된 것. 귀국 후 그는 국내 포장기술이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분야 발전을 위하여 평생을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소장은 1989년 미국 유학을 통해 전문인력 양성이 포장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건임을 깨닫게 됐다. 그런 이유로 1994년에 한국포장학회 설립 산파역을 했으며 경북과학대학, 신성대학, 용인송담대학 등의 전문대 포장과 설립에도 적극 관여했다. 4년제 대학에 포장학과 설립 노력을 꾸준히 한 결과 2002년에 연세대학교에 패키징학과가 설립됐지만 그 이후에 포장학과 설립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 소장은 1995년에는 포장기술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한국포장기술사회를 설립해 실무 포장기술 발전에 일조하게 된다. 3년간의 집필과정을 통하여 2003년에는 국내 포장기술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된 포장기술편람(2500쪽)을 발간하기도 했다. 한편 2010년에는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에 국가 지원을 받는 식품포장연구소 설립과 운영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국가기관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15년간 근무 후 사직하고 1994년에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IKPS)를 창업하여 많은 기업들에게 포장기술 컨설팅을 시행했다. 비록 생계 수단으로서 영리법인을 운영하기는 했으나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국내 포장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했다. 이 소장은 “그 간 포장 업계에서 포장 산업 선진화를 위해 한 우물만 팠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국내 포장산업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포장진흥법이 제정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술회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포장은 물류 5대 요소 중 첫 번째 요소로서 물류 전 과정을 일관하는 매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업계에서는 포장분야를 아웃사이더 정도로 여겨 왔다. 이러한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92년에 국가물류표준화사업이 시행되고 부터다.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는 이 사업에 포장분야 대표로서 참여해 물류표준화의 기본이 되는 포장표준화를 완성했다. 이를 계기로 물류업계 내에서도 포장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됐으며 IKPS는 물류분야로 진출하는 포장 전문인력 양성의 산실이 됐다. IKPS는 비록 사기업이지만 1992년 이래 20여년간 포장물류관련 국제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여 국가 이익을 대변했다.

순환자원으로서 경제성 확보해야

최근 포장업계의 가장 큰 핫이슈에 대해 이 소장은 포장 쓰레기라고 운을 뗐다. “언론 매체에서 한동안 크게 보도했듯이 포장쓰레기 수거 대란이 포장업계의 핫이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자면 포장의 기능과 역할이 올바르게 알려지지 않아서 이러한 혼란이 왔다고 보여지지만 포장기술 수준과 적용 시스템의 미흡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복합포장재 사용 지양과 1회용기 사용제한의 단기적 처방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리 만족할만한 대응방안은 아니다. 복합포장재와 일회용기를 대체할만한 효율적인 재료나 방법이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고, 포장은 폐기물이 아니라 소중한 순환자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해답은 순환자원으로서 경제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우리에게는 생산제 재활용책임제도(EPR)를 비롯해 자발적 협약제도 부담금 제도 등 친환경포장 정책이 잘 정비되어 있고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과대포장 방지를 위한 포장공간비율 제한 제도 등이 있다. 또 효과적인 수거를 담당하는 재활용조합이 잘 조직되어 있다. 포장의 순기능을 제대로 홍보하고 경제성 있는 순환자원으로서 재활용 및 재생 가치사슬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장은 향후 포장업계 키워드에 대해 스마트 패키징과 지속가능 패키징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미래 포장업계의 키워드는 스마트 패키징(smart packaging)과 지속가능 패키징(sustainable packaging)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자는 4차산업 혁신의 핵심요소 중의 하나인 스마트물류와 관련이 있다. 물류는 효율성 극대화에 의한 비용 절감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IT와 AI 기술 발전은 물류정보 기술 수준을 대폭 높였으며 product packaging 단계에서 RF tagging을 통하여 스마트물류를 구현하게 된다”며 “후자인 지속가능 패키징은 친환경포장의 또 다른 표현이다. 모든 포장은 기본적으로 친환경적이어야 하며 순환자원으로서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포장 관점에서 물류와 환경이 교차하는 지점에 순환유통용기(RTI, Returnable Transport Item)가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를 일관 유통하는 용기와 시스템(RTS)이 스마트물류와 함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포장산업은 물건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단순기능의 산업에서 물류와 환경 등 미래의 핵심산업과 깊게 얽혀있는 융복합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류업계에서도 포장산업의 진화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상호 협력을 통하여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포장진흥법 제정 시급

마지막으로 국내 포장산업 선진화를 위해 이 소장은 포장진흥법의 제정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남북관계의 진전 등 국내외적으로 복잡하고 중대한 시점에 처해 있지만 포장산업도 도약과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포장과 관련된 국제 추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각국이 실기하지 않으려고 거국적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들로 이루어진 포장산업계가 거대한 국제흐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지만 구체적인 지원 근거가 없어서 발전의 호기를 놓치고 있다. 1997년에 기존의 산업디자인과 포장 진흥법이 분리된 이래 산업디자인진흥법은 이내 재정비돼 국가지원의 법적 근거로서 활용하고 있지만 포장은 그렇지 못했다. 20여년의 침체기를 겪으면서 포장분야의 낙후가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저해요소가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포장산업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포장진흥법 부활을 위한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포장산업계의 숙원인 포장진흥법 제정을 위해 정부, 국회를 적극 설득하고 있으며 순망치한 관계인 물류업계의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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