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4 15:03

기획/ 소리 없이 사라진 컨 하역료인가제, ‘6월말 일몰’

3년간 제도 효과 ‘요율 추가 하락 방지’ 머물러
북항 통합 등으로 부산항 하역시장 안정 찾아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가 지난 6월30일부로 일몰됐다. 선사와 부두운영사 무역업계와 오랜 사투 끝에 만들어진 제도지만, 끝은 초라했다. 부두운영사와 관련 업계 모두 제도의 실효성에 공감하지 못했다.

하역료 인가제는 하역요금의 지속적인 하락을 방지하고자 지난 2014년 3월 ‘항만운송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1999년 이래로 부두운영사간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존속해왔던 하역요율 ‘신고제’를 3년 동안 일시적으로 인가제로 바꾸는 것이 주 골자였다.

개정 법안은 2015년 7월1일부터 3년간 시행됐으며, 올해 6월30일부로 일몰됐다. 인가제에 해당된 부두는 국내 5개항(부산 인천 광양 평택 군산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다. 다만, 민자부두는 민간투자사업법 투자조건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 조항이 있어 인가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015년 5월, 해양수산부는 ‘2015년 컨테이너 하역요금 인가제 운영지침’을 발표, 각 지방해양수산청과 부두운영사에게 통보했다. 매년 6월 부두운영사들에게 요율 인가를 내렸고, 12월에는 변경 내용에 대한 부분 인가를 진행했다.

사실 인가제는 ‘부산 북항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신항 쏠림 현상이 첨예화되면서 북항 내 4개 터미널 운영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었다. 운영사는 다수인데 화물이 적다보니 과당 경쟁이 발생했다.

덤핑이 횡행하고, 하역료는 연신 가라앉았다. 해양수산부가 특단의 조치로 인가제를 통해 하역료의 ‘하한선’을 설정했다. 지난 2015년 인가제 도입 당시 해수부는 전년 대비 6.9% 올린 인상률을 북항에 적용시켰다.

업계, “인가제보다 부두 통합이 더 도움돼”

3년이 지난 현재, ‘하역료 인가제’ 도입이 부산항에 가져온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각 부두 운영사 관계자들은 인가제 존재 자체마저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가제 핵심 수혜자였던 부산 북항 터미널 측도 ‘큰 효과는 없었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들은 인가제에 강제성이 없었던 점을 효력 발휘에 실패한 이유로 들었다. 한 관계자는 “인가제로 고시된 요율로 선사들에게 적정 요율을 제시하며 압박하는 용도로 쓰이긴 하지만, 요율 협상에서 선사가 우위인 현 상황에서는 ‘열외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사후 관리가 소홀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항만물류업계 관계자는 “요율을 인가한 당국에서 전혀 관리하지 않으니 실질적인 업무 환경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인가제의 안착을 위해 매년 지방해수청에 각 터미널 운영사들이 인가요율을 준수한 하역료를 부과하고 있는지 점검해왔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점검을 통해 부당한 요금이 발견될 경우 과징금 부과 및 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 3년간 행정처분이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하역료 인가제를 통해 목표했던 인상률 달성도 실패했다. 인가제 도입 첫해 6.9%의 인상률을 적용한 이후 2~3년차 때는 요율이 동결된 것이다. 한국항만물류협회에 따르면, 인가제 도입시 해수부와 항만물류협회에서 정한 당초 목표 인상률은 11.53%였다.

이렇다보니 오히려 북항 터미널 운영사들은 인가제보다는 지난 2016년 11월부로 부두가 통합되면서 선석과 경쟁사가 줄며 요율이 올랐다고 봤다. 한 관계자는 “터미널이 기존 4개에서 3개로 줄었고, 선석 2개도 정부에 반납했다. 그렇다보니 터미널 별로 물량이 고루 배분된 느낌이다.

게다가 북항이 인트라아시아 선사들 주력 터미널로 자리잡히면서 자연스럽게 각 사 모두 80% 가량 물량 확보가 된 상태”라고 밝혔다. 부산신항이 대형선박과 원양선사 위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북항이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을 집중 유치하며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신항 터미널들은 아예 인가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항 5개부두 중 2개를 제외한 3개는 민자부두인데다가, 신항은 원래 북항보다는 요율이 높아 하한선에 가까운 인가요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한 신항 터미널 관계자는 “3년 전 인가제를 도입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도 신항 측은 오히려 인가제가 당시 요율 오름세에 방해가 될까 우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산항 평균 하역료 여전히 ‘5만원대’

항만 내 각 터미널 별 하역료는 선사와 하역운영사간 비밀약정이 돼 있는 비공개자료로, 외부에서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보통 매출액을 처리 물동량(TEU)으로 나눈 값을 대략적인 요율로 파악하고 있다. 항만터미널의 매출 상당수가 하역료임을 고려하면 어느정도 오차 범위 내에서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가제 도입 3년이 지난 현재 부산항의 평균 하역료는 지난 2012년 기준 평균 4만5000원선에서 현재 약 5만원 선으로 약간의 오름세는 보였다. 신항 1~5부두는 평균 5만3000원대로, 4만6000원대인 북항보다 7000원 정도 높은 요율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부산항의 지난 2000년 평균 하역요율이 10만원, 2006년에는 6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해보면 요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게다가, 부산항의 평균 하역료는 중국(10만원대), 미국(20만원대), 싱가포르(10만원대) 등 세계 주요 항만들에 비해서는 아직 현저히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6년 제정된 ‘항만하역 표준계약서’도 빛을 발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표준계약서는 각 부두 운영사와 선사간 계약마다 하역료가 다른 데서 발생하는 혼란을 막고자 해수부 장관, 화주 대표 4곳, 선주협회 및 항만물류협회가 협의해 만든 계약 양식이다.

항만협회 측은 표준계약서 활성화를 줄곧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각 운영사들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항만물류협회는 ‘계약마다 하역료가 다르다’는 데서 표준계약서 사용을 독려하지만, 운영사들은 ‘계약마다 하역료가 달라야 하므로 표준계약서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사의 화물을 최대한 유치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각 선사의 물량 규모나 선석 접안 스케줄 등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요금과 서비스를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많은 물량을 보장하는 선사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항만물류협회 측은 “표준계약서를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하역료가 공개돼 통일이 되므로 인가제 반영 유무도 확인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도 이뤄질 수 있을 테니 하역사 경영수지개선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하며 표준계약서 정착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인가제 연장 현재로선 가능성 ‘0’

하역료 인가제 연장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바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관련 업계에서 연장에 대한 의견이 없어 다시 신고제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가제 연장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3년간의 효과도 미미했던 데다가 몇 년째 계속된 해운업계 불황과 유가 상승이 선사들의 발목을 잡으며 요율 인상에 대한 협의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 관계자는 “하역료가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3년간 부산북항의 물량 증가세와 수익 증가를 고려해볼 때, 선사들이 더 위기에 몰린 것을 고려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항만물류업계에선 인가제 도입과 같은 정부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항만은 국가기간산업이므로 부두 개발이나 하역료와 같은 부분에는 국가 관리가 필요하며, 하역료의 지나친 하락세를 방지하는 차원에서의 인가제 유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시장은 3년 전과 비교하면 안정을 찾았다고 본다”며 “항만 내 운영사가 많은 시장구조 자체의 문제가 큰 만큼, 부산북항 통합 등을 추진하며 하역요율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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