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포워더는 중소기업보다 장점이 많습니다. 다만 보고체계가 수직적이고, 문화가 보수적이죠. 직원간 업무도 잘 공유되지 않아 의사결정이 느릴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런 경직적인 문화를 깨는 데 주력했습니다. 문서업무는 생략하고, 전 임직원들이 모이는 회의도 상·하반기만 하고 있죠. 덕분에 업무 효율성은 오르고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경직적인 사내문화’ ‘과도한 회의와 문서작업’. 어느 기업이나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사내문화의 경직성은 직원들의 소통을 차단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시기를 놓치게 한다. 2015년 12월에 출범한 포워딩(국제물류주선)업체인 티에스엘네트웍스는 수평적인 조직문화, 無서류작업, 다양한 복지혜택 등 개방적인 경영방식으로 해외 주재경력 10년 이상의 국내 대형 물류기업 과·차장급 베테랑들을 끌어 모았다.
이 회사 김준희 대표이사는 “직원들과 수평적 구조를 유지해 대기업보다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팀장급 직원에게는 각자가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이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전권을 넘겨줘, 직원들이 주인의식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내문화 혁신에 힘입어 티에스엘네트웍스는 10여개의 해외지점과 임직원 100여명을 거느린 포워더로 성장했다. 현재 중국에는 주요 물류거점으로 꼽히는 홍콩 상하이 상하이공항 칭다오 톈진 광저우 등 6곳에, 베트남에는 호치민 하노이 다낭 하이퐁 등 4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서울본사는 해외지점의 영업망을 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요 물류서비스로는 해운·항공물류 외에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를 활용한 유라시아지역 복합운송, 중국 내륙운송, 보세창고업무 등으로 화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입지를 넓히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일반화물 운송 외에도 각종 전시회나 연 2~3회 개최되는 골프대회(KLPGA)의 현지 물류운송을 전담하고 있다. 호치민에서는 대형 국적항공사와의 계약으로 항공콘솔 서비스 외에도 직접 AWB(항공운송장)를 발행해 항공물류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신생후발주자의 어려움에도 위기극복
김 대표는 신생후발주자로서 이겨내야 할 장벽이 많았다고 창업 당시를 회고했다. 특히 ‘자금압박’은 포워딩사업 확충에 큰 장애요인이었다. 티에스엘네트웍스는 서울본사 설립과 함께 중국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문제는 지점설립에 따른 초기투자금이었다. 중국에서는 해외포워더가 1급대리점으로 최초지점을 설립하려면 상당한 재원을 투입해야 해, 포워더로선 중국 진출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상하이와 칭다오지점을 설립한 이후 기타지역에서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 지점 확충에 나섰지만 자금문제가 앞길을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상하이와 칭다오 외 광저우 톈진 등에서도 수요가 상당했어요. 저희는 지점확충에 몰두했지만 뜻밖에도 자금을 확보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모두가 자신만만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고민하지 못한 거죠. 신생 후발주자로서 한계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 지점장들의 고군분투에 힘입어 핵심지역에 지점들을 무사히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선사와 항공사의 적재공간을 우호적인 가격에 확보하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 이번에는 공급자들이 요구하는 3년 이상의 재무제표가 발목을 잡았다.
“선사나 항공사나 적재공간을 직계약하려면 3년 이상 누적된 재무제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공급자는 재무제표를 두고 수요자를 판가름하는데 ‘맨파워’로 상대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죠. 이 와중에 화주들은 비용 결재를 길게 끕니다. 물량은 급증했지만 자금 확보가 곧장 되질 않다보니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외지점을 책임지는 주재원들이 휴가를 자유롭게 가지지 못하고 있고,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IT기술이 발달해 화상회의가 가능한 시대라고 하지만, 해외주재원들의 진짜 고충을 듣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주재원들이 각 지점의 업무를 모두 책임지다보니 휴가를 가는 것도 쉽지 않죠. 대표로서 그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과당경쟁 한국시장 대신 3국간 거래 주력
김 대표는 과당경쟁으로 치달은 한국시장 대신 일찍이 해외에서 먹거리를 발굴하며 사세를 확장했다고 전했다. 다만 해외로 진출한 한국기업과 공장을 찾아다니기보다, 고객들이 필요한 니즈에 맞춰 적절한 물류대안을 제시하는 컨설팅 서비스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물류의 흐름만 놓고 보면, 한-중과 한-베트남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가깝다고 봅니다. 네트워크사업을 주력하는 저희로선 한국시장에서 실화주를 대상으로 영업하기보다 해외네트워크와 영업관리에 집중해 국내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그러다보니 중국·베트남발 제3국행 화물을 많이 유치하게 됐습니다.”
티에스엘네트웍스의 주요 고객층은 중국 베트남에 법인이 없거나, 현지서비스가 필요한 국내 포워더들이다. 또 해외에 지점이 있더라도 본사와의 협업이 지지부진하거나 현지사정을 잘 알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포워더도 주요 고객이다.
“제조업체의 물류자회사가 해외지사를 설립하며 화물을 대거 맡기고 있지만 서비스품질은 3자물류업체를 따라올 수 없다고 봅니다. 본사와 해외지사 간 협조요청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신생후발주자지만 대기업 화물을 취급했던 직원들이 모인만큼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저희의 최대 무기입니다.”
▲티에스엘네트웍스 김준희 대표, 각 지역 본부장, 지점장 및 본사 관리직원들이 지난달 26일 본사 사무실에서 상반기 결산회의를 진행했다. |
인도, 최대 물류시장으로 부상할 것
김 대표는 많은 물량을 확보한 포워더와 네트워크망을 잘 갖춘 포워더가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워딩업계가 타업종 대비 상생협력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
“저희처럼 해외네트워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곳은 해외법인을 설립해 현지화를 강화하는 편입니다. 다만 국내영업에 나서지 않다 보니 화주정보가 부족하죠. 반대로 물량이 많은 포워더들은 현지화에 밀려 저희에게 맡길 때가 많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포워딩업계가 해외 공동진출에 눈떠야 합니다.”
해외 신흥 물류시장의 전망을 두고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 베트남의 호황은 과거 중국처럼 10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 호황은 이미 6부능선을 넘어섰다는 게 그의 생각. 포스트베트남은 인접 국가인 미얀마 방글라데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 물류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국가로는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첨단IT기술을 갖춘 인도와 유럽이라고 답했다.
“중국에서 유럽까지 철도운송이 가능해진만큼, 동남아 인도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도노선에 대해 물류업계가 고민해야 합니다. 티에스엘네트웍스도 협력업체나 중국 각 지역 철도청 터미널 등과 협업관계를 유지하며 인도시장 진출시기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도시장의 중요성에 모두가 눈떠야 합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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