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3 09:04

필리핀의 해상 관문, 마닐라항

<세계항만순례>
전국 ‘컨’ 화물 담당…동남아 물류거점 성장 ‘기대’



마닐라항은 필리핀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항만이 위치한 마닐라만은 돌출된 북서쪽 바탄 반도가 남중국해를 차단해 최상의 자연조건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 때문인지 이 곳에서는 9세기부터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타 국가와 교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세기 스페인 지배 아래 아시아 무역 거점 역할을 수행하며 본격적인 항만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후 제국주의 열강들이 벌인 식민지 쟁탈전 사이에서 역사의 주 무대가 되기도 했다.

세계 ‘컨’ 항만 30위 진입, MICT가 성장 주도

오늘날 마닐라항은 수도인 마닐라와 인접한 국가 제1항만이자 세계적인 컨테이너 항만으로 도약했다. 면적은 137만5000㎡며, 국내·국제 컨테이너 로로선 여객 및 크루즈선 벌크화물 군함 등을 위한 복합 부두 가 있다. 터미널 운영은 민간 기업에 맡기고 있으나 전반적인 항만 관리는 필리핀항만당국(PPA)에서 담당한다. PPA는 전국 항만을 총괄 관리하는 정부 기관으로, 지역 거점 항만 30개와 약 274개의 소규모 항만을 관할하고 있다.

마닐라항은 지난해 482만TEU를 처리, 프랑스 알파라이너가 발표한 세계 컨테이너 항만 순위에서 30위에 오르며 국제 항만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와의 교역량은 부산항 기준 지난해 수출입 10만4000TEU 환적 10만2000TEU로 집계됐다. 고려해운 TS라인 CMA CGM 현대상선 등에서 한국발 마닐라 직기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닐라항은 북항 남항 마닐라국제컨테이너터미널(MICT) 등 세 구역으로 나뉜다. 이중 마닐라항의 대표 컨테이너 터미널로는 MICT를 들 수 있다. MICT는 PPA의 최신식 컨테이너 항만 설립 목표 아래 들어섰다. 필리핀계 글로벌 부두 운영사인 ICTSI가 지난 1988년 PPA와 운영 계약을 체결한 뒤 정식 개장했다.

터미널은 수심 13m, 총 길이 1700m인 6개 선석을 보유했다. 하역 시설로는 안벽크레인 40t급 3기 65t급 10기와 고무바퀴식 갠트리크레인(RTGC) 45기, 6만2000TEU 보관이 가능한 컨테이너 적치장이 있다. MICT는 개장 이후 지금까지 물동량이 3배 이상 뛰며 항만의 물동량 신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총 물동량은 약 228만TEU로 집계됐다.

마닐라남항에도 국제 컨테이너 부두가 존재한다. 국적 운영사인 아시안터미널주식회사(ATI)가 운영하며 수심 12m의 총 5개의 선석을 보유했다. 안벽크레인 9기와 RTGC 23대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물동량은 약 113만TEU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엔 56만TEU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호실적을 거뒀다.

최근 남항은 물동량 증가세에 힘입어 시설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남항 내에는 로로선 크루즈선 벌크선 군함 등이 기항할 수 있는 다목적 부두가 마련돼 있다. ATI에서 운영하는 이 부두엔 4개의 선석이 있으며 수심은 10.5m 정도다. 철강 중량물 자동차 등 각종 품목들이 터미널을 통해 오가고 있으며, 화물 수용 능력은 연간 100만t 정도로 파악된다.

마닐라북항에는 컨테이너를 비롯한 여객선·로로선 터미널이 있다. 마닐라북항만주식회사(MNHPI)에서 두 개의 터미널로 구분해 관리한다. 1터미널에서는 국내 컨테이너 화물이 하역되며, 2터미널에는 로로선과 여객선이 드나들고 있다. 북항의 물동량 상승세도 눈에 띤다. 지난해 약 142만TEU를 기록, 전년 대비 9.2% 증가한 성적을 거뒀다.

 



 

국가 경제 성장에 발맞춰 시설 개선 ‘박차’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2017~2022년을 ‘인프라 황금기’로 설정하고, 인프라 개발에 연간 지출을 7.4%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인프라 투자 기조에 따라 마닐라항도 항만 현대화와 시설 개선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항은 지난해 초대형 안벽크레인 2기와 RTGC 7기를 새로 들였고 부두 길이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MNHPI는 2단계 사업을 추진, 부두 길이를 1700m로 늘리고 컨테이너 야드 부지를 넓혀 화물 처리 능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최종 사업이 끝나면 북항의 연간 하역능력은 350~400만TEU로 늘어날 것으로 운영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남항의 경우 3부두 인근 컨테이너 야드 부지 확장 공사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와 더불어 대형 선박 화물 하역이 가능한 최신형 안벽 크레인 2기를 부두에 추가로 인도하는 등 시설 보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필리핀은 최근 5년간 5%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교역량도 지난해 1648억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5% 증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물류 거점으로서 마닐라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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