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서울 양천서브터미널 작업현장. 간선하차(까대기)된 화물이 컨베이어벨트에 설치된 휠소터를 통해 지역별(소트)로 분류된다. 전산처리가 되지 않는 화물이나 부피가 큰 화물들은 사진 가운데에 위치한 소트로 분류된다. |
택배시장 점유율 45%를 자랑하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 파업으로 물류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택배노조가 고객의 화물을 볼모로 운송거부에 나서면서, ‘하루배송 전문기업’이라는 타이틀도 내려놓게 됐다.
400여명의 택배기사로 구성된 전국택배연대노조는 CJ대한통운에 ▲7시간 공짜 분류작업 중단 ▲택배기사 집단부당해고 금지 ▲택배운임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택배노조의 파업은 지난해 11월 결성 이후 벌여온 특정 상품 배송거부 운동과 무관치 않다. 택배대리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 접수된 반품화물 ▲CJ대한통운의 최대 화주나 홈쇼핑에서 나온 물량 ▲크거나 무거워 취급하기 어려운 상품 ▲엘리베이터 없는 고층건물의 화물 등이 대표적인 노조의 배송거부 화물로 꼽힌다. 노조가 배송하지 않은 화물은 대리점업주들이 직접 배송했다.
계속되는 양측의 대립구도 속에 지난달 25일 창원시 성산서브터미널에서 택배노조원들은 화물을 분류해 주지 않으면 배송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리점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특정화물 자체 처리에 한계를 느낀 대리점들은 CJ대한통운에 지원배송을 요청했고, 사측은 직영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 같은 대리점과 사측의 대응으로 사태가 확산됐다. 인근 울산 김해 경주 지역의 노조원까지 합세해 총 200여명이 ‘분류작업 개선, 수수료 정상화, 단체협약 쟁취’ 등을 내걸고 6월3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울산 창원 김해 경주 등 영남권역이 대표적인 파업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화물들이 수일동안 배송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고객들이 애를 태웠다. 사측은 화물납기일을 준수하기 위해 이들 지역에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노조원들은 운송방해로 맞섰다.
피해가 누적되자 전국 택배대리점업체들은 16일 택배노조의 파업을 규탄하는 맞불집회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진행했다. 대리점연합회 측은 정상배송 활동 6대 조건을 제시하고, 노조가 이를 성실히 이행하기 전까지 합의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6대 조건은 ▲상호합의된 집배권역내 상품 정상배송 ▲터미널 하차인수작업 시작시간과 종료시간까지 작업에 이상이 없도록 정상적인 참여 ▲반품 및 편의점화물 집화 ▲VIP화주 외 신선식품(냉동냉장) 정상배송 ▲판가미준수 상품(택배기사의 주관적기준으로 단가가 저렴한 화물) 정상 배송 후 판가개선 요청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이형상품 정상 배송 후 신고 등이다.
정부의 노조결성 합법화 논란
택배 환경에 대한 사측과 노조의 큰 시각차가 이번 파업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게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 간의 계약관계다. 일부 여론은 택배노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가 고용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용관계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팽팽히 맞선다. 택배기사들의 절대 다수가 CJ대한통운과 고용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하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까닭이다.
하도급계약이 구조화된 건 2000년대 이후다. 택배사업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한진과 대한통운은 직영체제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현대택배, CJ GLS, 로젠택배 등이 후발주자로 택배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택배사와의 차이점은 직영이 아닌 대리점체제였다. 후발주자들은 허브터미널과 전국에 소형터미널 등 인프라시설만 갖추고, 영업망과 차량구매는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업주들이 마련하도록 만들었다. 택배운영사로선 초기투자비용이 적고, 가격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효율적인 대안이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홈쇼핑과 카탈로그 판매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물동량은 폭발했다.
후발주자들이 대리점체제로 큰 성과를 거두자 선두주자였던 한진과 대한통운도 대리점체제 전환을 추진했고, 결국 오늘날의 택배시장은 운송사-대리점-배송기사의 하도급 계약구조로 고착화됐다.
하지만 일부 택배기사들은 이 같은 시장구조에 반기를 들었다. 특수고용직임에도 개인사업자인 탓에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창설했다. 택배업계 최초로 전국단위 산별노조가 탄생한 것이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만7000명 중 400명 정도가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하락하는 건당 집배송 수수료, 무임금분류작업, 간선차 지연도착, 잔류, 이형화물 등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잇따라 규탄성명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택배기사에 회사 유니폼 강매(2017년 2월) ▲저단가영업에 따른 피해전가(2017년 3월) ▲신경주대리점 택배기사 일방적 계약해지 및 부당이득 편취(2017년 3월) ▲휠소터 설치에 따른 하루 두 번(2회전) 배송 강요 및 비용전가(2017년 9월) ▲징벌적 제재 등이 노조가 규정한 사측의 ‘갑질’ 행위다.
지난해 9월25일 노조는 정부에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교부해줄 것을 요청한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공약을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택배기사의 종속성이 강하다고 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노동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당시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택배노조의 설립필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결국 11월3일 고용노동부는 택배노조의 설립 필증 발급을 승인하게 된다.
반면 택배대리점들은 정부의 노조설립 허가에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고용관계가 아닌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사업자 단체를 노조로 인정한 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택배시장의 하도급구조를 무시하고 CJ대한통운과 직계약을 원하면서 대리점과 노조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택배업계는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택배노조의 설립을 허가하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평가한다. 노조가 원청과 직계약을 맺으면, 개인사업자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4대보험 퇴직금 월차휴가 등 일반 근로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한 택배대리점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로서 월수입은 대거 챙기고, 회사 직계약으로 근로자들의 각종 복지혜택까지 누리겠다는 건 이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류작업 7시간 vs 2~3시간, 대립
분류작업을 두고도 사측과 노조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노조는 간선하차된 화물을 분류작업하는 데 7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노조 택배기사와 사측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1~2시간의 분류작업만 거치면 된다고 반박한다.
서브터미널에서의 택배화물 처리과정은 간선하차(까대기)-컨베이어벨트 자동분류-소트인수 순으로 진행된다. ‘까대기’는 5~11t 트럭이나 트레일러에서 적출된 화물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일이다. 포대자루에 담겨온 화물을 해체하는 작업형태 때문에 이 명칭이 붙었다. 까대기작업이 이뤄지면 자동화분류기가 바코드를 스캔해 동네구역별로 분류된 소트(레일)로 화물을 자동 분류해준다.
나뉜 화물이 소트에 쌓이면 트럭에 싣기 위해 기사 이름별로 쌓게 되는데 이 과정을 문제의 ‘분류작업’이라고 부른다. 택배노조는 이 작업에만 7시간을 허비하는 데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공짜노동’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노조는 6월11일 담화문을 통해 “최근 분류작업을 하지 않은 경주와 광주지역 노조원들의 배송수수료가 전월과 동일하게 지급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과 전국 택배대리점들의 연합체인 택배대리점연합회는 과거 두 차례의 판례를 내세워 노조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한다. 지난 2011년 대리점이 회사를 상대로, 2017년 택배기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부당이익을 취한만큼 반환해야 한다는 게 원고의 주장이었지만 법원은 ‘분류’와 ‘배송’을 택배기사의 고유 업무로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회사 측이 분류작업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지 않은 점 ▲최초 계약시점부터 소 제기 당시까지 분류작업을 진행했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가 없어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자신의 배달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기각 이유로 밝혔다. CJ대한통운측도 택배기사들이 박스당 받아가는 최저수익이 800원으로 보장돼 있고, 이 수익에 분류비까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분류작업’ 대신 ‘인수’란 용어를 쓰고 있다.
▲휠소터 도입 전(윗사진)과 후. 휠소터를 도입하기 전에는 모든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 투입됐지만, 현재는 소트당 3~5명의 인력이 분류된 화물을 교대로 인수한다. |
그렇다면 문제의 분류작업에는 실제 몇 시간이 소요될까? 기자가 지난 20일과 21일에 방문한 서울 양천구의 한 서브터미널과 경기도 화성시 서브터미널의 경우 화물 까대기 작업은 오전 6시반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시간만 놓고 보면 노조의 ‘7시간’ 주장이 맞다. 노조는 오후 1시까지 ‘까대기’된 화물을 분류한 뒤 한꺼번에 배송을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에 서있는 대리점연합회와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화물자동분류기인 ‘휠소터’가 허브터미널과 전국 주요 서브터미널에 설치되면서 과거처럼 7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노조의 주장을 반박한다.
휠소터는 시간당 6000개의 화물을 분류할 수 있는 자동화시설이다. CJ대한통운이 2016년 9월부터 1300억원을 투자해 전국 170여개 서브터미널 중 80%에 설치했으며, 올해 안으로 모든 설치가 마무리된다. 이들은 까대기된 화물을 오전오후 2회에 걸쳐 인수(분류작업)한 뒤 배송하면 시간을 줄이면서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서브터미널의 경우 ‘소트’시설에서 기사들이 1회 운송물량을 인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2시간에 불과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인수작업을 합치면 약 3~4시간이 되는 셈이다.
또 인수작업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은 기사들은 대리점 동료들과 비용을 분담해 이름별로 화물을 배분해주는 아르바이트(알바)를 고용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한 달에 10만~15만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출근을 늦게하거나 오전오후 두 차례 배송에만 전념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노조가 주장하는 ‘분류작업 7시간’을 두고, 휠소터가 도입되기 전 통상 택배물량이 가장 많은 화요일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자동분류가 안 되던 시절엔 간선차량들이 이른 아침 서브터미널에 도착하면 까대기 작업 후 택배기사들이 레일 앞에 서서 각자의 화물을 직접 분류해 트럭에 상차(적재)해야 했다.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분류작업이 마무리되다보니 몸과 눈의 피로도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휠소터 도입으로 모든 화물이 구역별로 분류되면서 기사들은 7시간의 중노동에서 해방됐다. 기사들의 출근시간도 다양해졌다. 양천대리점과 화성대리점에 종사 중인 기사들은 7시 9시 10시로 시간을 나눠 출근하고 있다. 20~30%의 인력만 아침운송을 위해 7시에 출근하고, 어린 자녀가 있는 기사들은 대체로 9시나 10시에 현장으로 출근하는 식이다.
양천서브터미널에서 작업 중인 한 택배기사는 달라진 작업환경을 이렇게 말했다. “휠소터 도입 전과 후를 비교하면 ‘천국’과 ‘지옥’으로 말할 수 있다. 휠소터가 도입되기 전에는 지나가는 화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기사가 투입됐다. 번지수별로 각자의 화물을 인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상당하고 눈이 피로할 수밖에 없어 몸이 고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9~10시에 출근하다보니 아침밥도 먹고 애들도 등교시키고 생활이 여유로워졌다. 현장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대리점주와 비노조 기사들은 파업을 하려면 자동화분류시설을 갖추지 못한 타 중소택배사 기사들이 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수동으로 분류작업을 해야 해 근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타 택배사에서 일하는 기사들은 화물배송이 하루 한 번에 그치다보니 월수입도 두 번 배송하는 CJ대한통운보다 월등히 적다.
하루 한번 vs 두번 배송, 수익과 비용 충돌
비노조원들은 이렇게 하루에 두 번 배송(2회전 배송) 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분류작업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수익도 크게 늘어나 ‘일거양득’이라고 주장한다. 1회전 배송이면 하루 배송량이 200~300개에 불과하지만 2회전으로 움직이면 400개 이상도 거뜬히 처리할 수 있어 수입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하루에 400박스를 주 5일(한 달 4주로 가정) 처리한다고 가정하면 월수입은 세전으로 따져 약 640만원에 달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배송기사들의 평균 월소득은 551만원으로, 월 5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택배기사가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또 택배기사들을 위한 복지혜택으로 대학생까지 자녀장학금이 지원되고, 건강검진도 무료로 제공된다.
반면 노조는 하루 두 번 배송하는 건 분류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한 변칙적인 해법일 뿐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측에서 원하지 않는 기사에까지 ‘두 번 배송’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급증하는 택배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시설투자는 미루고 노조원들을 오전오후 두 번에 나눠 운송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택배노조측은 2회전 배송을 ‘조삼모사’에 비유했다. “휠소터 도입으로 출근을 교대로 하고 분류시간이 짧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2회전 배송 때문이다. 원래 분류작업은 6~7시간 걸리는데 2회전 배송을 하면 (한번에) 2~3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동일노선의 2회전 배송을 원치 않는다. CJ대한통운의 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기사들이 운송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오후 1시까지 모든 화물을 분류해 한 번에 배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원하는 대로 2회전 배송을 하게 되면 같은 곳을 두 번 왕복하다보니 노조로선 시간과 비용부담이 크다는 주장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1회전 배송과 2회전 배송의 옳고 그름은) 사실관계와 가치판단의 문제다. 회사 측이 분류작업 7시간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배송할 물건을 미리 정리해 기사들이 출근하면 한 번에 운송하도록 해야 하는데, (CJ대한통운이)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기사들이 어쩔 수 없이 2회전 배송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물량이 많아져서 (분류작업 시간이 늘어난다)’ 라고 하는데 그런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시설을 늘려야 한다. 물량이 늘어나면 회사의 수익도 늘어난다. 회사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 택배사도 작업환경은 열악하지만, 분류작업만큼은 물량이 적어 7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별표 두 개’와 ‘물량 빼돌리기’
파업 이후 대체배송을 놓고도 양측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택배노조의 화물 인수작업 거부로 배송이 대거 지연되자, CJ대한통운은 노조원의 이름이 명시된 화물에 별표 두 개를 찍어 구분시켰다. 또 이 화물의 배송을 책임지기 위해 직영인력을 파업지역에 투입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직영인력의 대체배송이 합법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택배노조는 별표 두 개에 이어 하트모양 두 개로 사측이 물량을 빼돌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분류작업’을 거부했을 뿐인데도, ‘배송거부’를 하고 있다고 사측에서 거짓말한다는 것이다.
대체인력 투입을 비판하는 노조를 두고 택배업계의 시각은 다소 냉랭하다. 한 택배기업 관계자는 “택배화물은 CJ대한통운이나 배송기사의 것이 아니다. 화물을 보내는 자와 최종소비자의 것이다. 택배운영사로선 화주와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추가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물량이 쏟아지는 설이나 추석 명절에는 직영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노조의 주장대로면 이것도 사측의 불법행위다. 명절특수에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지금 와서 이러는 건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고 꼬집었다.
노조에 대한 택배대리점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리점측은 노조원들이 화물의 부피가 크고 무거운 이형화물은 처리하지 않고 가볍고 부피가 작은 화물을 여러 개 배송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화물은 대리점주들이 운송을 책임져야 한다.
한 대리점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은 CJ대한통운이 별표를 체크하고 부산으로 가야 할 물건을 창원에서 대체배송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며 “몇 차례 정상하차하려 했지만 노조가 고객의 화물을 트럭에 가두고 운송을 거부했다. 납기일을 못 지키게 된 우리는 무슨 죄냐”고 말했다.
배송거부로 허브앤드스포크 물류망 산산조각
“택배는 집화와 배송으로 나뉩니다. 택배운송구조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일부 지역에서의 운송거부가 사소한 문제로만 보이겠지만, 집화가 허브터미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전국 배송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번 택배파업으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리점업체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발품을 팔아 유치한 화주의 물량이 이번 파업으로 납기일을 못 맞추거나 멸실됐다고 피해상황을 전했다. CJ대한통운이 자체 유치한 계약물량이나 홈쇼핑 물량 외에도 대리점주나 택배기사들은 화물 집화영업으로 본인들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중소화주들의 운송물량을 하나둘 유치하면 전국의 택배기사들이 취급할 물량도 늘어나 수익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다.
하지만 대표적인 배송거부 지역으로 꼽히는 창원 울산 김해 경주 등의 서브터미널에서 운송이 대거 지연되면서 화주들은 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이 지역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화물도 집화(판매자로부터 화물인수)가 어려워져 배송에 차질을 빚는 형편이다.
CJ대한통운의 택배물류망은 5개의 허브터미널, 3개의 로컬 허브터미널, 전국 270여개의 서브터미널로 나뉜다. 화물의 운송구조는 공장집화-서브터미널-허브터미널-서브터미널-최종소비자 순으로, 허브터미널과 촘촘한 서브터미널, 집화와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얼마나 잘 구축돼 있냐에 따라 허브앤드스포크 전략의 경쟁력이 나뉜다. 하지만 택배운송의 기본인 집화와 배송이 마비되면서, CJ대한통운의 허브앤드스포크 전략에도 구멍이 생겼다.
한 대리점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경상권에서 발생한 파업에 전국 대리점들이 분노하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며 “대리점이나 택배기사들이 집화영업한 화물들이 소수 노조원의 방해공작으로 일부 지역에 배송되지 않으면서 화주들이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 우리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송지연으로 화주와의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놓인 대리점업체들은 급기야 타 택배사를 이용한 대체배송까지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송지연이 풀리길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 화주와의 거래관계를 생각해 경쟁업체를 이용해서라도 화물을 배송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마저도 기본요율보다 웃돈을 줘야 한다.
또 타 택배사에 부탁하는 처지다보니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 발급이 어려워 화주에게 배송료를 청구할 수도 없다. 결국 대리점주들은 사비로 배송료를 내고 있다. 대리점주와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집화와 배송 외에도 별표가 표시된 화물의 송장을 티가 나지 않게 떼어내고 그 위에 타 택배사의 송장을 붙이는 일까지 병행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같은 화주를 두고 경쟁하던 택배사에 가서 웃돈을 주고 화물을 운송해달라고 구걸하고 있다.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대리점업주들은 경쟁사를 통한 대체배송도 언젠가는 한계를 맞을 거라고 보고 있다. 집화와 배송업무를 타 택배사가 맡으면서, 화주들이 CJ대한통운의 서비스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 까닭이다.
또 화주들이 송장번호를 타 택배사로 모두 교체하는 전산작업이 필요하다보니 업무피로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가령 월 2~3만건씩 물량이 나오는 화주는 하루 20~30건의 송장번호를 타 택배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등록해야 한다. 번호 교체작업이 사소해보일지 몰라도 누적이되면 업무피로도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6일 경주서브터미널 작업현장. 노조원들이 분류작업을 거부해 화물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대리점연합회측은 택배노조가 정상복귀를 선언했지만 화물 분류작업에 진척이 없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택배대리점연합회 |
택배대란 일단락? 대리점주 불신 여전
민중당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은 지난 19일 CJ대한통운 차동호 부사장을 만나 조합원 현장복귀와 대체배송 중단을 중재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대리점연합회 측은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자신들과 노조가 배제된 까닭이다. 노조 측은 합의를 존중해 정상복귀를 선언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배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대리점업체 관계자는 “노조가 정상배송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선언 다음 날 특정지역에서는 인수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대리점 밴드(BAND)앱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대리점연합회는 정상배송 6대 원칙을 지킬 때까지 원칙대로 입장을 고수할 거라고 밝혔다. 대리점연합회 김종철 회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제시한 정상배송 6대원칙을 노조가 지키겠다고 밝히면 언제든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노조원들이 국민들의 물건을 볼모로 배송을 거부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제목 : 알려드립니다
본문 : 본 신문은 7월 27일 최신뉴스면 「CJ대한통운·택배노조 갈등 ‘오해와 진실’」 제목의 기사에서 ‘창원 울산 김해 경주 지역의 노조원 200여명이 6월 30일 총파업에 돌입, 해당 지역의 화물들이 수일동안 배송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택배연대노조는 “배송업무를 거부한 경고파업은 6월 30일 단 하루만 진행했을 뿐 조합원들은 7월 2일부터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배송업무를 하였고, 화물 배송의 지연은 대리점연합회와 CJ대한통운이 직영인력을 투입하여 노조원의 화물을 빼돌렸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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