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물류포럼 김영윤 회장>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평화의 바람이 남북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시나 물류부문의 경제협력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달 2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의가 열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 및 현대화가 핵심이다. 양측은 철도협력을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봤다.
남북은 7월 중순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과 동해선 구간(제진-금강산)을 공동점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역사주변 공사와 신호·통신 개설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다. 양측은 앞으로 실무적인 문제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찍이 남북물류포럼을 조직해 물류를 통해 남북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김영윤 회장은 남북경제협력의 기초는 동등한 관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책이 전부다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서로 상의하고 대등한 관계에서 존중하면서 협의를 해나가야 합니다.”
김 회장은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거니와 북미정상회담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북한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미국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미국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평가하며, 그런 의미에서 70년 만에 이뤄진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제가 보기에 지금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확고해요. 중국이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고 경제적으로 부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도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으면서 경제를 개방해 잘 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이거든요.”
통일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시작해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북한을 연구해온 김영윤 회장은 그 누구보다 북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국제정치는 강자가 약자를 굴복시키는 방식을 취하는데, 그러한 방식으로는 평화를 창출하기 힘들다고 역설했다. 특히 남북경제협력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우월직 지위에서 일방적인 강요와 복종에 의해 진행된다면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류협력도 그렇고 크게는 남북경제협력은 협상이 중요해요.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부분도 있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주도권을 우리에게 빼앗기고 수동적으로 따라오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거든요. 남북이 함께 협력하고 상생해서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에 논의되는 남북철도협력은 우리가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을 한다고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이끌어 가는 것보다 조사단을 꾸려 함께 협의를 하고, 평가를 거쳐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건 북한의 자존심을 추켜세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철도협력) 조사단을 꾸려 협의를 하고 평가를 하다보면 북한도 우리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을 알고 동조해서 따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우월적 지위에서 상대를 지시하고 명령하는 게 아니라, 함께 열심히 해보자라는 의욕을 돋아주고 자존심을 세워줘야 합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북한의 실무자들이 기술을 배우고, 그 기술을 통해 나중에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죠.”
김영윤 회장은 남북경제협력의 출발은 철도연결을 시작으로 물류부문에서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해운항만 부문에서 앞으로 가시적인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 회장은 다목적 부두시설을 활용한 단기간 내 남북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도 개진했다. 북한에 다목적 부두시설을 만들고, 항 곳곳에 선박을 띄워 발전시설, 관광시설, 호텔, 병원 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활용하자는 것. 엔진의 성능만 높이면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최근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이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해 공약한 내용에 대해선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시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을 분산해서 조정해주면 지방차지단체가 서로 협력하는 사례도 있을 거고, 그러면서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다만 정부가 통합채널 역할을 수행하면서 적절한 조정을 할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영윤 회장은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만약 북한이 붕괴되면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사회복지제도를 북한주민에 적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증가해 우리의 세금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정상회담 때 말했던 “남북은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는 대목을 언급하며 자신도 이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는 그 날이 사실상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건없이 서로 만나고,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가야죠. 북한이 망해서 통일을 하고, 그래서 북한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