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고등학교 학생들>
지난달 방문한 인천세무고등학교는 여느 대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학교 시설이 깨끗하고 잘 정돈돼 있었다. 학교는 실무자들이 사용하는 무역·물류 프로그램을 구비해 학생들의 실무역량도 높이고 있다. 인천세무고등학교는 그 어느 곳보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돈독해 보였다. 전국 특성화고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학생들은 넘치는 열의로 매주 토요일엔 자격증 수업에도 참여한다. 교사들은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 학생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따뜻한 정과 온기로 가득한 세무고등학교 안창미 교사와 3학년 이선영 학생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안창미 교사>
“실무 적응 빠르고 업무처리 능력 돋보여”
교사 인터뷰/ 교무기획부장 안창미
학교를 소개해 달라.
인천세무고등학교는 세무회계 및 물류·통관 분야의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특성화고등학교이다. 현재 세무회계과(4학급), 세무행정과(3학급), 국제세무과(3학급)로 편제되어 있으며, 무역 및 물류 기업으로의 졸업생 진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세무회계과(5학급), 수출입물류과(5학급)로 학과를 개편할 예정이다. 학교의 특징이라면 산업체의 요구를 교육커리큘럼에 반영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특성화고등학교의 장점은 무엇인가?
학교에서 이론을 바탕으로 실무 교과목을 학습하고 취업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실무 적응력이 빠르고 사무행정 등 업무 처리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졸업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취업했을 때 애사심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물류기업 대표님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교육을 진행하고, 현장에서 실제 업무에 처리했던 자료(인보이스, 패킹리스트, 선하증권 등)를 바탕으로 실습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졸업후 현장에 당장 투입되더라도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출입통관 프로그램을 비롯해 물류관리, 포워딩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구입해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인가?
전공 분야 방과후학교의 상설 운영, 전공동아리 활동의 강화, 세무 분야 도제학교 운영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몰입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높은 학구열은 매일 250~400명이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해 인천세무고등학교는 인천 지역 특성화고등학교로서는 유일하게 저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주요 진출 분야는?
공무원 및 공사, 금융기관, 세무법인, 관세법인, 무역 및 물류기업, 일반기업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취업률은 올해 졸업생 기준으로 취업률은 61%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학생들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대졸자를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다. 저희는 산업체에서 정말로 필요한 부분을 분석해 직무분석을 하고, 그러한 부분을 교과서에 녹여내고, 심지어 현장 실무자들과 교과서도 함께 집필한다. 그래서 (세무고등학교) 학생들을 채용한 기업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한다.
은행권에 합격한 학생들이 많다. 비결은?
매년 15~25명의 학생들이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의 금융기관에 취업하고 있다. 금융기관으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도 기본적인 금융업무의 흐름은 알고 있어야 하기에 모든 학과에서 창구사무 교과목을 기본적으로 이수하고 있다. 금융기관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금융동아리를 운영하고, 금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게 지도하고, 공채대비반에서 심화수업을 하여 합격률을 높이고 있다.
<학생들은 물류기업 현직 실무자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수업시간에 직접 다룬다>
입학 경쟁률도 높을 것 같다.
출산율 저하에 따라 중학생 수가 급감하는 추세이기에 전국의 특성화고등학교가 매년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인천 지역도 마찬가지로 올해 상당수 특성화고등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저희 학교는 취업률이 높고 취업의 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많은 중학생들이 입학을 희망하고 있어 다른 특성화고등학교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희는 커트라인을 더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저희의 목표는 좋은 학생들을 모집해서 좋은 곳으로 취업을 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하얀 도화지에 화려한 수채화를 그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학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모르던 학생들이 재학 중 점차 실력을 쌓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해 졸업후 희망하는 기업에 입사하여 자신의 역할을 당당하게 수행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늦은 시각까지 야간자율 학습을 지도하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간식을 사주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고 끈끈하게 잘 연결돼 있다.
학생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본인만의 소통방법과 교수법이 있다면?
교과 수업시간외에 산학맞춤반, 전공동아리활동, 방과후수업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학교교육 활동이나 학생의 진로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고, 3학년 위주로 수업하다 보니 학생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취업에 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알려주면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
취업을 목표로 본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재학하는 3년 동안 자신을 멋지게 발전시켜 희망하는 기업에 입사하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경제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선영 학생>
“내가 진짜 원하는 진로를 찾다”
학생 인터뷰/ 3학년 이선영
학교 자랑 좀 해달라.
정규 수업 외에 더 배우고자하는 학생을 위한 방과후수업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그래서 사교육 없이 방과후수업만으로도 자격증 취득이 충분히 가능해 학생들이 매우 좋아한다. 또한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실시하는 특강과 현장체험학습의 기회가 자주 제공되어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 이외의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의식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을 준비하는 삶은 원하지 않았다. 평소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고 있던 물류에 대해 좀 더 일찍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그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에 인천세무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교과목 가운데 특히 재미를 느끼는 것은?
수출입관리 과목에서 특히 재미를 느낀다. 수출입관리의 대금결제부분에서 수출자와 수입자의 관계는 믿음이 밑바탕이 되어야 거래가 성사된다는 점에서 수출입 관리가 특히 재밌다.
교육커리큘럼에 만족하나?
인천세무고등학교는 관세사님과 포워딩업체 대표님이 산학겸임교사로 학교로 오셔서 직접 실무수업을 해주신다. 먼저 물류관리 과목과 수출입관리 과목에서 우리 학교 선생님에게 물류에 대한 기본 이론을 공부한다. 그런 다음에 관세사님, 포워딩업체 대표님과 함께 현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무적인 부분을 학습하는 이 체계가 매우 만족스럽다.
업계에 존경하는 사람 혹은 멘토가 있다면?
물류업계의 대부인 구교훈 교수님이다. 물류관리사 방과후수업을 통해 처음 뵙게 됐던 구교훈 교수님께서 당신이 30년 동안 고집한 물류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고, 물류산업의 희망은 지금의 학생들이란 말씀에 더욱 자부심을 느껴 구교훈 교수님을 존경하게 됐다.
<학생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무역·물류 현직 대표 및 실무자들과 소통한다>
졸업 후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는?
최종목표는 관세사가 되는 것이다. 물류기업에 취업하여 포워딩업무와 서류작성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배우며 경험을 쌓아 훗날 관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것이 목표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물류에 대한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강연자로서도 활약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통해 하고 싶은 말.
대중에게 있어 물류는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물류라는 것이 한 번 접하면 재밌어서 빠져들게 된다.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 거센 현대 사회에서 물류산업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고 싶어하는 분야로 손꼽게 되기를 기대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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