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들면서 북방물류시장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북방지역을 가로지르는 철도운송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상운송과 항공운송의 절충안이자 최선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향후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국제물류협회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공동으로 독립국가연합(CIS) 중앙아시아지역 등 북방지역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해빙무드를 조성하면서 북한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환동해권 물류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 중국·러시아 세관의 비협조 등이 겹치면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
KMI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은 “북방물류시장이 성장하려면 중국·러시아의 까다로운 세관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러시아 극동지역의 물류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구 1억명이 분포한 중국 동북3성으로 물류가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러시아 클라스키노(연추) 세관과 중국 수이펀허(수분하) 세관의 업무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물류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클라스키노는 하루에 통관되는 컨테이너화물이 10개에도 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 본부장은 “항로개발이 잘 되어 있는 환황해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부진한 환동해권의 물류네트워크 개발이 부진하다. 동해권이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북방물류시장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단거리 ‘TCR’ vs 합리적 운임 ‘TSR’
북방지역의 주요 철도운송수단인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운임’과 ‘거리’에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물류비용이나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물류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중부유럽 북유럽 구간을 운행하는 TSR는 TCR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송이 가능하고 블록트레인(전세열차) 구성이나 운송기간 비용 측면에서 장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통관과 환적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지체돼 물류의 생명인 ‘정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중국 중앙아시아 동유럽 북유럽 중부유럽 등을 목적지로 하는 TCR는 TSR에 비해 운송거리가 짧아 운송기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되는 장점이 있지만, 철도 운임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흠이다.
현재 TCR와 TSR를 이용하는 화주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과 이들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서종원 박사는 “이들 업체는 해운의 저비용이라는 장점 대신 육상운송로가 제공하는 운송시간의 단축으로 재고비용 절감을 중시했다”며 “TSR와 TCR를 이용하는 철송물량만 한정하면 한국발 물량 비중은 러시아:CIS:동유럽이 각각 6:3:1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CIS 지역은 내륙국가들로 구성돼 철송비중이 높은 반면 동유럽 국가는 고부가가치 화물만 철송을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TCR·TSR 최종비용 검토 후 선택해야
북방지역 철도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서중물류는 최종 물류비용을 고려해 TCR와 TSR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중물류 김민영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TSR를 활용해 중앙아시아로 보낼 때는 페스코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운송기간이 오래 걸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TCR는 편중기준에 걸리면 컨테이너 재작업으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편중은 화차의 좌우 기울기가 6cm 이상이거나 컨테이너 앞뒤가 6t 이상 차이를 보일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김 부장은 롄윈강을 사례로 들며 편중기준이 기존보다 엄격해지면서 5t의 차이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약 100~200달러의 물류비용을 절감해도, 중국에서 편중 단속에 걸리면 추가 물류비용으로 고스란히 토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김 부장은 “편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컨테이너 문을 열지 않더라도 80달러, 문을 열면 1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컨테이너를 재작업하는 순간 추가비용은 최대 4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중물류는 롄윈강을 피해 평택-르자오-청두(成都)-유럽 노선을 새롭게 조성해 지난 1월부터 운행하고 있다. 평택에서 금요일에 출항할 경우 르자오(화)-청두(수·목)-유럽(목) 순으로 화물을 수송할 수 있어 폴란드 우츠까지 24일 내로 도착한다.
해상운송과 비교하면 폴란드 코파항까지 30~33일, 도착 후 트럭이나 철도수송을 고려하면 총 34~35일로 불어나 철도운송이 효율적이다. 저렴하지만 수송기간이 오래 걸리는 해상운송과 빠르지만 비쌀 수밖에 없는 항공운송의 절충안이 ‘철도운송’이라는 점에서 동유럽으로 화물을 보내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크게 선호하고 있다는 게 김 부장의 설명이다.
김민영 부장은 “중앙아시아지역의 화제는 ‘유럽향 블록트레인’이다. TCR와 TSR의 장단점을 따져 최종목적지까지의 물류비용을 고려해 최선의 물류수단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몽골 복화율 회복, ‘자원물류’에 눈떠야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몽골도 이날 북방물류시장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청조해운항공 강현호 대표는 몽골지역의 수출입 컨테이너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복화율(화물수송 후 돌아올 때 싣고 오는 정도)이 회복되려면 자원물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몽골 자민우드시 세관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몽골이 수입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로 7만3000박스였지만, 수출은 2000TEU에도 못 미쳤다. 강 대표는 “몰리브덴 형석 등의 광물자원을 전 세계로 수출해야 몽골이 컨테이너 수급불균형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몽골-중국-한국을 잇는 철도노선 ‘몽골횡단철도’(TMGR)도 언급됐다. TMGR는 1100km의 짧은 거리와 TSR 대비 합리적인 운임이 강점으로 작용하면서 몽골물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강현호 대표는 “물류장비와 시설 낙후 등으로 운송이 어렵고, 기차 협괘가 맞지 않아 중국 국경에서 환적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운행기간이 주요 운송수단 중 가장 짧아 몰리브덴처럼 고부가가치 광물자원 수송에 최적이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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