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3 14:03

빠르게 녹는 '빙하'…북극항로서 물류산업의 '미래'를 찾다

글로벌 인사이트/ 북극항로 진출 전망
환동해권 항만 북극항로 거점으로 주목

요즘 북극이 북극답지 않다. 기후 온난화로 올해 2월 북극은 역대 가장 포근한 기온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선 빙하가 녹는 속도도 빨라졌다. 북극의 기온 상승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면서 원주민과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점차 잃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인류는 ‘북극항로’를 통한 새로운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게 됐다.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로 운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연료비 절감이 가능하다. 이 항로는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 루트보다 거리가 짧아 연간 국제무역운송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 북극의 얼음이 녹는 7월에서 11월까지만 운송이 가능하다. 2030년께에는 얼음이 완전히 녹을 것으로 예상돼 연중 운송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물류연구소 홍성원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에서 북극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북극항로를 포함하는 북극개발 협동관리 조직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러시아 정부 내의 북극개발 관리 조직의 설립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해, 북극항로와 조선, 항만 등 양국의 협력 강화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선사 MOL은 최근 러시아 극동개발부 산하 극동투자수출기구와 북극항로 러시아 극동 발전에 상호 협력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갈루쉬카 러시아극동개발부 장관은 “극동투자수출기구와 MOL의 협력으로 러-일 경제협력과 북극해항로 발전이 강화될 것”이라며 “유럽과 아시아간의 글로벌 수송로로서의 북극항로의 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적인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도 북극항로 경유 내빙컨테이너선박(3600TEU)의 운항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머스크는 지난 2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해운 관련 국제세미나에서 머스크의 내빙컨테이너선을 북극항로에서 운항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머스크에 따르면 내빙컨테이너선은 중국에서 건조돼 발트해 운항에 투입될 예정이며, 북극항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관측했다. 특히 구체적인 항로를 언급하는 것은 이르지만, 태평양과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일찍이 유라시아 대륙 공동 번영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로 불리는 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정책은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및 항구를 건설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최근에는 이를 북극항로와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출범해 북방경제권 진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다양한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해운기업 가운데는 현대상선이 2500~3500TEU급 선박 등을 이용해 북극항로 운항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앞에 세울 쇄빙선을 조달하거나 쇄빙선 없이도 운항할 수 있도록 아이스 클래스 선박을 발주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난 2016년엔 SLK국보와 팬오션도 북극항로를 이용해 2300톤급 LNG 플랜트 설비를 운송했다. CJ대한통운은 2015년 우리나라 최초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상업운항을 개시한데 이어, 이달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와 전략적 협업과 공동 사업개발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편 러시아 푸틴대통령은 2025년까지 북극항로의 물동량을 지금의 약 10배인 8000만톤까지 늘려나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북방물류연구소와 러시아연방 해양하천수송청에 따르면 2017년 북극해 항구의 물동량은 49.1% 증가한 7420만톤을 상회했다. 이 가운데 건화물 운송은 9.5% 증가한 2912만톤을 기록했고, 액체화물은 94.5% 증가한 4508만톤으로 집계됐다. 특히 러시아 야말 반도 사베타(Sabetta)항의 물동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동해권 항만 북방물류진출 거점 ‘부각’
 
북극항로의 경제적인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우리나라의 환동해권 항만들은 지리적 이점을 내세우며 북방물류거점 선점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신항으로 운송돼 포스코 물류비용을 절감한 ‘나진~하산 프로젝트’ 사례를 꼽으며, 북방물류 협력사업을 비롯해 환동해권 지방정부의 다각적 참여와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특히 환동해 콜드체인 특화항만 추진전략,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 컨테이너 정기항로 개설 등 다양한 북방경제 협력 사업을 설명하고, 포항 영일만항이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구했다.

동해항은 북방경제권 및 환동해권 시장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점을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양양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KTX 서울-강릉선 등이 개통돼 수도권에서 강원도로의 접근성이 매우 향상됐다는 논리다. 실제로 우리나라 화주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화물을 보낼 경우 부산항을 이용하면 총 거리가 1470km, 포항항 1309km, 동해항 1044km로 동해항이 가장 짧다고 분석하며, 동해항을 이용하면 시간적인 측면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화주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 최기준 센터장은 “동해항을 북방물류진출의 전초기지로 조성하려면 강원항만개발공사 설립을 통한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춘 전문기관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동해항은 환동해권의 지역중심항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지로서, (부산항과 같은) 대형항만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 역시 환동해권 항만들은 북방물류진출의 거점으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산항은 환동해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미주항로, 구주항로와 함께 북극항로가 상용화될 경우 2개 방향 3개 기간항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강원도 항만들은 북한의 나진, 청진, 러시아 극동지역 항만들을 통해 중국 동북 2성과 우리나라 수도권, 중부권 등을 연결하는 중계항만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성우 본부장은 “북한과 단절된 상황에서 해운, 항만, 철도, 도로, 내륙물류기지가 각각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고리로 관리되면서 통합적인 물류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TSR, TCR, 북극항로 등 각각의 개별적 정책이 아니라 이들을 잘 묶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방지역은 우리나라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물류네트워크를 우리기업들에 더 유리하게 구축하고, 그러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며 “분절적 접근이 아니라 통합적인 차원에서 한반도와 연계된 전략적 유라시아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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